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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천하의 중심' 중국 공산당의 위험한 생각

[중국과 유가사상 ①] 중화사상과 정통의식

등록 2021.01.14 12:13수정 2021.01.18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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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올해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을 맞이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31일 신년 연설에서 "100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서 중국 공산당은 인민의 무거운 기대와 민족의 희망을 담은 거함이 되었다"라며 "인민을 중심으로 하고 초심을 영원히 간직하고 사명을 깊이 새겨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기필코 실현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시 국가주석이 창당 100주년을 맞아 중국 공산당의 중국 역사 속 역할과 중국 공산당이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끌어갈 적임자임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경제성장과 정치적 지배력의 강화로 최근 들어 중국 공산당이 발언하기 시작한 사안이 있다. 바로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이다. 이 사안이 이슈화가 될 경우 국내외적으로 논쟁거리가 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에 그동안 발언을 꺼려 온 것이다.

시 국가주석은 지난해 9월 중국 항일전쟁 승리 75주년 기념 좌담회에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려면 중국 공산당의 영도를 반드시 견지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편전쟁 이후 긴 시간 동안 중국은 각자가 제멋대로 일을 하며 온 쟁반에 흩어진 모래알과 같이 혼란한 상태를 보였는데 이것은 일본제국주의가 중국을 전면적으로 침략하는 전쟁을 발동케 하는 중요한 원인이 됐었다"라며 "그 당시에 중국 공산당의 영도가 없었다면, 민족의 독립과 해방을 완성한다는 임무는 더 오래 걸렸을 것이고 우리는 더욱 큰 대가를 치러야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외 언론의 시선이 집중된 자리에서 중국 최고지도부가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 문제에 대해 발언한 가장 최근의 사건이다.

시 주석의 발언이 있기 전, 중국 최고지도부가 최초로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을 공공연하게 밝힌 일은 5년 전에 있었다. 2015년 9월 왕치산 중국 국가부주석은 중국 공산당과 세계의 대화라는 주제로 열린 회의에 참석해 "중국 공산당의 합법성(legitimacy)은 역사에 근원을 두고 있다"며 "인심(人心)의 향배가 결정한 것이고 인민이 선택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최고지도부가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에 대해서 처음 한 발언으로 기록된 일이다. 해당 발언이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된 후 중국 공산당이 통치의 정당성을 거론할 때마다 중국 '역사' 속 역할을 들고 있는 것도 여기에 기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집권 세력인 중국 공산당은 통치의 정당성을 거론할 때 '중화'를 자청하고 '역사' 속 역할을 말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통치의 정당성을 여기서 찾고 있는 것일까? 그 해답은 다름 아닌 유가(儒家) 사상에 있다.

천하와 중화 그리고 정통

중국 춘추시대 말기 공자가 창립한 학파인 유가는 주나라의 사상들을 계승하고 발전시켰다. 주나라의 천(天)도 그중 하나다. 주나라의 '천'은 신하들을 잘 거느리고 백성을 잘 보살피는 것을 골자로 한 윤리적인 행위를 하는 자에게 세상을 다스리도록 명한다. 유가는 더 나아가 '천'을 관념화하고 인간과 자연을 생성하고 보존한다고 강조했다. '천'이라는 관념에서 나온 것이 동양인들에게 이미 익숙한 천하(天下)라는 관념이다. '천'이 인간의 세계와 자연의 세계를 모두 지칭하는 데 반해 '천하'는 인간의 세계만을 지칭한다.

추후 '천하'는 인간 세계의 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일련의 과정에서 사용되었다. 전국시대의 문헌으로 알려진 <대학>에는 다음과 같은 유명한 정치사상이 있다. '몸을 갈고 닦으면 가정을 가지런히 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가정을 가지런히 하면 국가를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국가를 다스리면 천하를 태평하게 할 수 있게 된다.' 옳고 그름을 가릴 줄 아는 도덕적인 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천하'를 태평하게 만드는 그 출발점이 몸을 갈고 닦은 개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정치사상에 따르면 중국은 하나의 왕조가 몰락하더라도 몸을 갈고 닦은 개인만 있다면 얼마든지 새로운 왕조가 부상할 수 있다. 중국인들에게 정치 공동체라는 관념을 생성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이제 중화(中華)라는 관념에 대해서 알아보자. 가운데라는 뜻의 중(中)은 원래 특정 지점을 가리키는 데 사용됐다. '중'은 중국 땅에서 하지(夏至) 정오에 자오선에 따라 잰 그림자의 길이가 중간[1척(尺) 5촌(寸)]인 지점을 일컫는다. 주나라 때부터 중국인들은 이미 이 지점을 '천하'의 중심으로 여기며 이 일대를 중원[오늘날의 허난(河南)성 일대]이라고 불렀다.

화(華)는 아름답게 빛난다는 뜻이다. 중국 최초의 왕조이자 세습왕조인 하(夏)나라를 화하(華夏)라고 부르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화'는 왕조를 수식하는 데 사용된다. 따라서 중화(中華)는 중원에 있는 아름답게 빛나는 왕조라는 뜻이 된다. 앞서 말한 정치 공동체라는 관념에 지역적인 요소가 더해지면서 오늘날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중화라는 관념이 생겨났다고 할 수 있다.

중원에 있는 아름답게 빛나는 왕조라는 뜻의 '중화'는 천하의 중심인 중원을 차지하고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는 점에서 통치의 정당성을 제공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권력을 가지려는 자는 '중화'를 떠올린다.

이와 함께 통치의 정당화와 관련하여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또 다른 관념은 정통(正統)이다. 정통은 한나라 때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정통을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천하를 바르게 하고 천하를 거느린다는 뜻이다. 정통의 뜻이 곧 앞서 말한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는 뜻의 연장선에 있는 셈이다.

정통에는 원래 역사적인 요소가 없었다. 그러나 후에 정통은 사관(史官)의 역사의식으로 들어가 역사적으로 사용되어 계승이라는 뜻이 더해졌다. 따라서 정통은 왕조의 계승이라는 뜻이 된다. 정치 공동체라는 관념이 지역화되어 중화라는 관념이 탄생했다면 이번에는 역사화 되어 정통이라는 관념을 만들어낸 것이다. 오늘날 중국인들이 가지고 있는 정통이라는 관념이다.

정통은 전 왕조들을 계승하고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는 측면에서 중화와 마찬가지로 통치의 정당성을 제공한다. 따라서 중국에서 권력을 쥐려는 자는 정통이라는 관념도 자연스레 가진다.

마르크스주의와 유가사상의 기묘한 동거 

중국 공산당의 사상은 기본적으로 마르크스주의이다. 마르크스주의는 계급투쟁과 혁명을 통한 자유와 평등의 지속적 확장을 말한다. 그런데도 그들이 통치의 정당성에 있어서 중화를 자청하고 중국 역사 속 역할을 말하는 것은 유가사상의 중화와 정통이라는 관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공산당은 천하의 중심인 중원을 차지한다는 중화사상을 가지고 있다. 권력이 군주 개인에게서 나오고 절대군주제였던 전 왕조들을 계승한다는 정통의식도 가지고 있다. 불행하게도 중국의 굴기에 따라 중국 공산당의 이러한 사상들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화사상과 정통의식을 가지고 있는 한 역사적으로 그랬듯이 중국 공산당은 우리나라와 같은 이웃 국가들을 주변으로 여기고 자신들의 권위주의와 절대군주제 속으로 넣으려고 할 것이다. 우리나라로서는 중국 공산당의 이러한 사상들을 다분히 경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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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자매 영자지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베이징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구활동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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