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시진핑이 귀를 닫으면 그만

[중국과 유가사상 ②] 중국 공산당과 권력의 제한

등록 2021.01.15 09:22수정 2021.01.18 09:46
1
원고료로 응원
 
a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제13차 전국인민대표대회 3차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하는 리커창 중국 총리. 2020.5.28 ⓒ 연합뉴스

 
최근 이례적으로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 권력 서열 1위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것도 권력 서열 2위인 리커창(李克强) 중국 국무원 총리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끈다.

지난해 11월 23일 중국 공산당은 2020년까지 전면적 소강(小康) 사회를 건설한다는 목표의 일환인 전 국민의 빈곤 탈출이 예정대로 성공했음을 선언했다. 소강 사회는 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사회를 말한다. 전 국민의 빈곤 탈출은 시 국가주석이 누차 강조해 온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으로 풀이되는 중국몽(中國夢)의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성공했느냐를 떠나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선언하기 불과 6개월 전 리 국무원 총리가 전면적 소강 사회 건설의 가능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은 1인당 월수입 2300위안(약 40만 원) 미만을 빈곤층으로 정하고 있다. 그런데 리 총리는 지난해 5월 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14억 인구 가운데 6억 명의 월수입은 1000위안(약 17만 원)에 불과하다"라고 발언을 한 것이다.

얼마 후 중국 공산당의 기관지들은 전문가들을 총동원해 리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여러 각도에서 해석하며 리 국무원 총리의 발언은 극히 부분적인 사실만을 반영한 것으로 전면적 소강사회 건설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 국가주석의 임기가 제한이 없는데 반해 리 국무원 총리의 임기는 약 2년가량 남아 있다. 따라서 리 국무원 총리는 앞으로 시 국가주석의 정책에 대해 더 많은 반대의견을 낼 것으로 보인다.

절대 권력의 원천

그러나 중국의 역사를 보면 리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이례적이라고 할 수 없다. 신하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진 군주의 정치를 비판하면서 군주를 견제하는 일은 중국 역사 속에서 항상 있었던 일이다. 우선 군주가 어떻게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되었는가를 알아본 후 신하가 어떻게 이러한 군주를 견제했는가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유가사상의 중요한 관념 중 하나로 예(禮)가 있다. '예'는 인간과 인간을 포함한 자연 간의 지속적인 관계에 따라서 생기는 의무라고 할 수 있다. 예에는 죽은 것에 대한 예와 산 것에 대한 예가 있는데 산 것에 대한 예는 다시 가정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예와 가정적 관계를 확장한 정치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예가 있다.

가정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예에는 아들이 아버지를 섬기는 것이 있는데 아들이 아버지를 섬기면 아들은 마땅히 친애해야 하는 아버지를 친애하게 된다. 정치적 관계를 바탕으로 한 예에는 신하가 군주를 섬기는 것이 있는데 신하가 군주를 섬기면 신하는 마땅히 존경해야 하는 군주를 존경하게 된다. 이러한 예의 목적은 신하들 나아가 백성들에게 예를 교육해서 신분사회를 회복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유가사상에서 정치 권력의 원천은 누구에게서 나오는가? 가정에 있어서 아버지의 위치가 국가에 있어서 군주의 위치이기에 당연히 군주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가정적 관계가 정치적 관계로 확장되었기에 가정의 사(私)와 정치의 공(公)이라는 구분이 없어지고 아버지가 가정을 사유화하듯이 군주는 국가를 사유화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군주가 부정부패를 저지르게 됨은 명약관화다.

권력의 제한

그러나 유가사상가들에게도 일찌감치 이러한 문제의식이 있었다. 유가사상가들이 제시한 해결방안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바로 천(天)과 군주를 구분하여 공(公)과 사(私)의 구분을 회복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이 있기 전까지 유가사상가들은 군주가 스스로 덕(德)을 가지고 신하들을 잘 거느리고 백성들을 잘 보살피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주나라의 지방분권적 봉건제도가 실패한 것에 대한 대안으로 진나라의 중앙집권적 군현제도가 등장했는데 이것 또한 진시황제의 전제정치로 실패했다. 이렇게 두 제도가 다 실패한 것을 거울삼아 유가사상가들은 자신들이 신하가 되어 군주를 견제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유가사상가들은 천과 군주를 구분하여 자신들이 천을 설명함으로써 군주의 권력을 제한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진나라 다음에 등장한 한나라 때부터 있었다. 유가사상을 처음으로 관방(관리들이 지켜야 할 규율)의 것으로 만든 주인공이자 한나라를 대표하는 유가사상가인 동중서는 그의 저서 <춘추번로>에서 다음과 같은 정치사상을 설파한다. '백성을 굴복시켜서 군주를 신장시키고 군주를 굴복시켜서 천을 신장시킨다.' 이렇게 되면 백성이 군주의 뜻을 따라야 하듯이 군주는 천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렇다면 천의 뜻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그것은 앞서 말했듯이 유가사상가들이 설명하기 나름이다. 동중서는 천과 인간이 상호 작용한다고 한다. 따라서 군주가 신하들을 잘 거느리고 백성들을 잘 보살필 경우 천이 감동하여 단 이슬이나 용과 봉황 등 여러 가지 상서(祥瑞)를 보여줌으로써 군주를 칭찬하고 그렇게 하지 못할 경우 분노하여 가뭄이나 수해 등 여러 가지 재이(災異)를 보여줌으로써 꾸짖는다고 한다.

따라서 군주는 제 뜻대로 정치를 하면 안 되고 이러한 자연현상을 관찰함으로써 천의 뜻에 따라서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다. 후에 유가사상가들은 천의 뜻에 대한 나름의 설명을 통해 군주의 권력을 제한한다.

무시하면 그만

이러한 권력 제한 방법의 문제점은 입법과 사법, 행정이 서로 견제하고 균형을 이루는 삼권분립과 같은 제도가 아니기에 군주가 신하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을 경우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 역사 속에서 신하가 천의 뜻을 설명해서 군주가 견제된 경우는 찾기 힘들다.

리 국무원 총리가 시 국가주석의 정책을 아무리 비판해도 시 국가주석이 귀를 닫으면 그만이다. 시 국가주석은 리 국무원 총리의 비판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자신의 복심인 리우허(劉鶴)를 국무원 부총리 자리에 앉히고 앞서 언급했듯이 기관지들을 통해서 리 국무원 총리의 발언을 왜곡하는 등 리 국무원 총리의 영향력 줄이기에 혈안이다. 제도적 뒷받침이 있지 않은 한 중국 공산당 내부의 권력 제한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치 #중국정치 #정민욱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국일보 자매 영자지 코리아타임스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베이징대학교 대학원에서 연구활동을 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3. 3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총선 지면 대통령 퇴진" 김대중, 지니까 말 달라졌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