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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지금은 눈치를 보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코로나19 백신과 확장 재정

등록 2021.01.12 20:22수정 2021.01.1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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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10시 청와대 본관 1층 로비에서 신년사를 발표했다. ⓒ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2021년 신년사에서 '우선순위에 따른 전 국민 코로나19 백신 무료 접종'을 선언했다. "우리 기업이 개발한 치료제 심사"와 "자체적 백신 개발 독려" 등 백신 자주권 확보도 강조했다. 이날 신년사에서 가장 주목받은 내용이었다.

그러자 일부 언론은 포퓰리즘이란 뉘앙스를 풍기며 나라 곳간을 걱정했다. 심지어 이런 경제지 기자도 있었다. 며칠 전만 해도 여당의 4차 재난지원금 논의가 "수상하다"라며 "전 국민 재난 지원금 보편 지급보다 전 국민 백신 접종에 역량을 집중하라"고 준엄히 꾸짖던 해당 기자는 문 대통령의 신년사 발표가 끝나기도 전에 <文 "전국민 무료 접종" 선언... 불붙은 코로나 무상 백신 논란>이란 기사를 포털에 송고해 논란을 '자처'했다.

예산 관련 우려를 불식하려는 듯 정부는 이날 신년사 발표 직후 약 2조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백신 접종 비용을 국비에서 30%, 건강보험 재정에서 70%가량 조달하겠다고 예고했다. 

코로나 양극화와 확장 재정

백신 조기 확보 총력전에 나선 국가들의 공통점은 전대미문의 확진자와 사망자 숫자만은 아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모든 수단을 동원해 경쟁적으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는 지난달 1천조 원 규모의 추가 경기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지난 3월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들 국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나랏빚을 내서라도 적극적인 재정 정책을, 슈퍼 부양책을 쓰고 있다.

반면 우리는 어땠나. 보수 경제지와 보수야당, 재정 관료들은 '나랏빚' 걱정, 재정 건정성 우려에 백신 확보 예산을 포함한 경기부양책에 소극적이지 않았던가. 그들이 금과옥조로 여겼던 미국과 비교한다면 더더욱. 일부 국내 전문가들이 "정부가 최소한의 지출만 하고 있다"라고 평가할 정도였다. 

지난 12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주요 42개 국가의 2020년 GDP 대비 재정적자 규모 수치는 무척이나 상징적이다. 영국(17%), 미국(15%), 일본(10.5%)과 비교해 한국(4.2%)은 1/3에서 절반 수준이었고 노르웨이(1.3%), 덴마크(3.9%), 스웨덴(4.0%)에 이어 4번째로 작았다. 비교적 코로나19 대응에 성공했다는 중국(6.9%), 독일(6.3%) 등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선방'이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 역시 지난 10월 내놓은 '세계 재정상황 관찰 보고서'에서 한국의 올해 '기초재정수지'(General Government Primary Balance) 적자가 GDP의 3.7%로 34개국 중 키프로스(3.1%)에 이어 두 번째로 작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실상 주요 국가 중 1위였다. 세계 어느 나라보다 나라 곳간이 여유롭다는 방증이었다.
 
(코로나19) 위기 내내 지원이 유지되어야 한다. 섣부른 지원 철회는 생계에 더 큰 피해를 입히고 광범위한 파산 가능성을 높여서 결국 회복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 그런 시나리오라면 위기의 상처가 훨씬 깊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가능한 한, 각 국가는 시기 상조의 긴축 재정 정책을 거부하고 대신 의료, 개인 및 기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해야 한다. 지출 능력이 제약된 국가에서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지출의 재조정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해 11월 나라살림연구소가 번역해 소개한 IMF의 <끝나지 않은 위기, 지출을 계속해야 한다>는 리포트의 결론이다. 어떠한가. 우리는 이와 '반대로, 반대로'를 택하지 않았나.

일례로, 재난 지원금만 해도 그렇다. 미국을 위시한 전 세계의 위기 극복 분위기 속 1차 전 국민 재난지원금만 지급됐을 뿐 이후 '핀셋 지원'에 목매달며 여전히 나라 곳간 운운하는 목소리에 묻혀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진 않은가. 재정 규모의 차이를 감안하더라도, 일시적 재난 지원과 상시적인 실업 수당을 포함한 미국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였다. 해결책은 명약관화한 걸로 보인다. IMF는 물론 일부 국내 전문가들의 결론도 일관적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상황에는 (확장 재정이) 불가피하고요. 재정 건전성을 우려한다면 보수 언론이 세금 올리자는 얘기를 해야 된다고 생각이 돼요. 더 상황이 좋은 분들이 더 세금을 더 내서 재정 걱정을 덜자, 그렇게 말하는 게 보수 언론이 해야 될 이야기라고 생각이 됩니다."
- 10일 MBC <스트레이트> '코로나와 불평등'편 중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문 대통령의 신년사에 이러한 재정 확장이, 이를 위한 증세 논의가 전개될 여지는 없어 보였다. 정의당 같은 진보정당이 주장하는 특별재난연대세나 사회연대세가 논의될 구석도 전무해 보였다.

대통령 신년사에 앞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코로나 양극화 극복을 위한 이익공유제를 언급했지만, 대기업을 포함한 민간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방식이라 한계가 뚜렷하다는 지적이 벌써 나온다.

또 문 대통령이 회복·도약·포용을 강조하던 그 시각, 3차 재난지원금 신청(소상공인 버팀목자금)은 1시간 만에 8만 명이 몰렸고, 이날 하루 무려 총 101만 명이 지원했다고 한다. 작금의 3차 지원으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 코로나 취약계층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을 들게 하는 장면이었다.

코로나19가 가져온 뉴노멀의 피해는 4~5년이 지나도 회복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물론 취약 계층만의 얘기다. 여기에 경제적 격차가 불러온 교육 격차가 이미 시작됐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결국 돈의 문제다. 전 세계가 코로나 불평등, 코로나 양극화에 시달리면서 선진국들은 나라 곳간을 풀었다.

반면, 우리는 백신 확보 논란에서 이미 확인됐듯, 전 국민 백신 무료 접종 발표 직후 쏟아진 포퓰리즘 우려에서 감지되듯, 정부가 보수‧경제지와 보수야당, 재정 관료들의 우려와 염려에 포획돼 과감한 재정 정책을 펼쳐볼 골든타임조차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그게 어렵다면 법 개정에 나서거나 특별법 제정에 나서면 된다. 그런데도 174석을 가진 여당은 여전히 눈치를 보는 중이다. 백신 접종이 완료된다고 하더라도, 이미 예고된 코로나 불평등, 코로나 양극화의 심화는 별개의 문제다. 구체성이 우려되는 회복과 도약, 포용이란 허울 속에서 예고된 재앙을 정부가 이대로 지켜만 볼 것인지 심히 '우려'된다.

'백신이 먼저다'에서 놓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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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 AFP=연합뉴스

 
이와 별도로 백신 관련 논의에서 드러난 문제점도 심각하다.  앞서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 외국 일부 선진국보다 우리 정부의 백신 확보가 늦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보수 경제지와 보수 야당은 안정성과 긴급성이란 백신 선택의 두 가지 축 중에서 긴급성에 '올인'해왔다. '백신이 먼저다'란 국민의힘의 구호가 대표적이었다.

안정성과 긴급성, 이 둘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진단을 이들도 모를 리 없었다. 둘 중 무엇을 우선시해야 할지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아직도 분분하다. 그런데도 12월 초 접종을 시작한 미국이나 영국보다 백신 접종이 늦었다며 정부와 질병관리청을 질타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이들은 세상의 모든 코로나19 백신의 임상 기간이 과거 백신 개발 역사상 절대적으로 짧다는 상식적인 사실에도 아랑곳없었다. 가격과 보관, 접종 비용, 예방 효과 등 전문가들이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는 효율성조차 무시하기 일쑤였다. 긴급성을 강조하다 보니, 먼저 백신 접종을 시작한 국가들로부터 도출되는 부작용 관련 데이터들을 얻을 수 있다는 2월 접종의 장점도 종종 무시됐다.

오로지 '미국, 영국은 접종을 시작했는데 왜 우리는'이란 추궁과 정부 비판이 횡행했다. 긴급성을 최우선으로 했던 이들은 정작 지난달 28일 정부가 백신 추가 물량 확보에 성공했다고 발표하자 이번엔 백신 확보를 질병관리청이 주도하지 않았다며 딴죽을 걸고 나섰다.

이들이 애써 외면한 현실은 또 있다. 미국과 영국은 물론 모더나와 화이자 백신의 조기 확보에 뛰어든 수많은 국가가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게 확보한 백신이 접종 시작과 동시에 뚜렷하게 확산세를 잡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그 사이, 미국은 새해 첫날 22만 명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지난 11일(한국 시각)엔 30만 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와 역대 일일 최다를 경신했다. 마찬가지로 영국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백신 접종 지침을 둘러싼 각종 혼란까지 겹치는 모양새다. 여타 유럽 국가들 역시 연말연시 기하급수로 늘어난 확진자와 사망자가 문제가 되며 백신 확보의 긴급성이 과연 최우선이 맞았는지 의아해지는 상황이다. '백신 접종률 1위'로 주목받았던 이스라엘은 최근 3차 전면 봉쇄에 나섰다.

백신 확보가 늦었다며 정부 비난에만 열을 올린 야당과 보수 언론이 되새겨야 할 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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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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