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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접촉·불편한 감정 느꼈겠으나" 추행은 아니라는 검찰

광주지검, '전남대 성비위 사건' 피의자 불기소 처분...피해자 측 "불편한 감정이 성적 수치심"

등록 2021.01.13 08:11수정 2021.01.13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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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북구의 한 노래방 CCTV에 담긴 2019년 12월 26일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송년회 모습. 상급자 A씨의 반복적 신체접촉으로 오후 11시 13분 노래방 복도에서 울고 있는 B씨를 C·D씨 등이 위로하고 있고, 방에서 나온 A씨가 이를 지켜보고 있다. 전남대 인권센터는 B씨의 신고로 이 사건을 조사했는데, 오히려 "B씨가 허위신고를 했다"고 판단했고, 이를 토대로 전남대는 B씨를 해고했다. 전남대 인권센터 측은 "영상에 따르면 B씨와 D씨(맨 왼쪽)가 (위로 과정에서) 껴안고 있는 것을 A씨가 무슨 일인지 확인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해왔다. ⓒ 제보자

 
'전남대 산학협력단 성비위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 고소인이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 수는 있으나 그러한 행위가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피의자를 재판에 넘기지 않았다. 피해자 측은 "검찰이 말한 '불편한 감정'이 곧 성적 수치심"이라며 반발했다. 

앞서 이 사건으로 감사를 진행한 교육부는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인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도록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광주지방검찰청은 12일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전남대 산학협력단 직원 A씨 사건을 불기소 처분했다. 피해자 B씨는 2019년 연말 송년회식(노래방)에서 상급자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A씨를 경찰에 고소했다. 보다 앞서 B씨는 보직 이동을 요구하거나 학내 인권센터에 신고하는 등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했으나, 오히려 "인권센터에 허위로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한 바 있다. 조사 과정에서 증언에 나선 수습직원 C씨도 정직 3개월로 채용이 취소됐다.

검찰은 불기소결정서를 통해 "노래연습장에 설치된 CCTV 영상 등에 의하면 피의자(A씨)가 고소인(B씨)의 어깨 내지 팔 위쪽을 누르며 자리에 앉게 한 사실이 확인되며, 피의자가 노래연습장 가운데 공간에서 고소인 및 C씨와 어깨동무를 하였던 것으로 보이는 등 어느 정도 신체적인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피의자의 행위로 인해 고소인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 수는 있으나 그러한 행위들이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도덕관념에 위반하는 '추행'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의자가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고소인을 추행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라며 "피의사실을 인정할 충분한 증거가 없다"라고 판단했다.

검찰은 이 같이 판단한 이유로 ▲ 노래연습장 회식 초반에 서로 악수를 하고 손을 맞잡고 잠시 춤을 춘 점 ▲ 고소인이 다른 남녀 직원들과 자연스레 신체접촉을 한 점 ▲ 피의자의 행위가 추행의 의도에서 이뤄진 것이라 단정하기 어려운 점 ▲ 피의자가 다른 성적 행동에까지 나아가지 않은 점 ▲ 피의자가 부서에 부임한지 얼마 되지 않아(6개월) 직원들과 서먹한 관계였던 것으로 보여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만한 자리였다고 보기 어려운 점 ▲ 고소인이 피의자에게 직접 불쾌함을 표시한 사실이 없는 점 등을 들었다.

피해자 측 "악수했고 춤췄으니 추행 아니다?"


피해자 측은 즉각 반발했다. 피해자를 변호하고 있는 민변 광주전남지부 김수지 변호사는 "고소인은 피의자가 계속해서 신체 접촉을 시도한다는 것을 인지한 이후부터 매우 기분이 불쾌해진 것이고 이 상황을 기준으로 추행 여부가 판단돼야 하는데, 검찰은 (악수, 춤 등) 이전 사정을 들어 추행이 아니라는 그릇된 판단을 내렸다"라며 "전형적으로 '피해자다움'을 전제하고 있는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단 며칠만을 근무한 상사라고 하더라도 업무상 지위를 갖고 있는 것이고, 6개월이란 시간을 결코 짧은 기간이라고 볼 수 없으며, 근무해야 할 남은 기간이 더 길다는 사정으로도 업무상 위력 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라며 "피의자가 업무상 위력을 행사할 만한 위치가 아니었다는 검찰의 판단은 아무런 근거가 없는 자의적인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고소인이 직접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데 불기소결정서에도 나와 있듯 '고소인이 짜증을 냈다'는 참고인들의 진술이 있고, CCTV 영상에도 고소인이 복도에 나가 울며 화내는 모습이 담겨 있다"라며 "뿐만 아니라 검찰이 '불편한 감정을 느끼게 되었을 수는 있으나'라고 판단한 부분이 곧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뜻하는 것이다. 불기소 처분을 인정하기 어렵다"라고 강조했다.

더해 "피의자의 의도는 주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것인데 고소인이 불쾌감을 지속적으로 표시했던 점 등에 비춰보면 추행의 의도를 객관적으로 인정할 수 있다"라며 "또한 2013년 대법원은 '강제추행죄의 성립에 필요한 주관적 구성요건으로 성욕을 자극·흥분·만족시키려는 주관적 동기나 목적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한 바 있다. 검찰의 판단처럼 다른 성적인 말이나 행동에까지 나아가야만 추행의 구성 요건이 갖춰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교육부는 지난해 8월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뒤 "사안에 심각성이 있다고 판단해" 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

감사 결과 교육부는 "노래방 CCTV를 보면, 어깨를 눌러 의자에 주저앉혀 옆자리에 앉게 하는 등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인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도록 신체접촉을 한 사실이 있다"고 판단해 지난해 11월 전남대에 "A씨에게 중징계를 내리라"고 통보했다. 또 전남대 총장·교수·직원 10여 명에게 징계 및 경고 처분을 내리고 해고 및 채용 취소된 B·C씨를 복직시키도록 했다.

☞ 관련기사
성추행 피해자 해고하고, 증언한 직원 채용 취소한 국립대 (http://omn.kr/1ogm6)
4배속 CCTV로 성추행 조사? 인권 없는 전남대 인권센터 (http://omn.kr/1oh82)
[단독] 교육부, 전남대 '성추행 신고 직원 해고' 조사한다 (http://omn.kr/1ojcc )
 

광주 북구의 한 노래방 CCTV에 담긴 2019년 12월 26일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송년회 모습. 오후 10시 43분 A씨가 C씨에 의해 자리에서 일어나며 B씨의 손을 잡아끌고 있다. ⓒ 제보자

 
 

광주 북구의 한 노래방 CCTV에 담긴 2019년 12월 26일 전남대학교 산학협력단 송년회 모습. 오후 10시 43분 B씨의 손을 잡아끌어 앞으로 나온 A씨를 C직원이 말리자, A씨가 B·C직원을 상대로 어깨동무를 했다. ⓒ 제보자

#전남대 #성추행 #성비위 #산학협력단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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