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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카지노에서 사라진 145억... 숨겨진 반전 이야기

현금 81억, VIP 고객용 개인 금고에서 발견... "랜딩카지노 설립자 양즈후이 회장과 연관" 추정

등록 2021.01.14 11:55수정 2021.01.1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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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에서 보관 중이던 현금 145억 6000만원이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다. ⓒ pixabay

   
지난 1월 4일 제주 신화월드 내 랜딩카지노에 보관 중이던 현금 145억 6천만 원이 사라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최근 랜딩카지노 내 개인금고에서 현금 81억 5천만 원이 발견됐습니다. 

100억이 넘는 현금이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사건, 어떻게 된 일인지 정리해봤습니다. 

현금 145억이 사라졌다

지난 4일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보관 중이던 현금 145억 6천만 원이 사라진 사실을 확인합니다. 이후 자금 관리 담당 말레이시아 국적 여성 임원 A씨를 경찰에 고소합니다. 

현금 145억이 사라졌다고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지만, 의문점은 여전히 남아있습니다. 

우선 돈의 크기와 무게입니다. 사라진 돈은 모두 5만 원권으로 29만 장에 달합니다. 사과박스 하나당 담을 수 있는 금액은 대략 12억으로 모두 합치면 12박스가 넘습니다. 여성이 혼자서 20kg이 넘는 현금 12박스를 훔쳐서 외부로 빼돌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카지노는 고성능 CCTV가 1천 대 넘게 설치될 정도로 보안이 철저합니다. A씨가 CCTV와 보안요원의 눈을 피해서 어떻게 현금 145억을 빼돌릴 수 있었는지도 의문입니다.


현금이 사라질 당시 CCTV 녹화 내용은 지워진 상태라고 합니다. 카지노 보안 요원들이 경비에 소홀했는지, 아니면 공범인지 여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145억의 자금 출처와 보관 목적은?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는 자금을 관리하던 말레이시아 국적 여성 A씨를 횡령 혐의로 서귀포 경찰서에 고소했습니다. 

현금 145억이 사라졌는데, 절도가 아닌 횡령으로 고소한 이유는 업무상 보관 관계의 지위에 있을 경우는 업무상 횡령 혐의가 적용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도대체 145억이라는 돈은 어디서 나왔을까요? 이 돈은 제주 신화월드의 모기업인 랜딩 인터내셔널(Landing International Development Limited)이 랜딩카지노에 맡겨둔 금액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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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딩인터내셔널은 홈페이지에 "1월 4일 145억6천만원의 자금이 없어진 것을 발견하고 자금 담당 직원을 찾고 있지만,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공시했다. ⓒ 랜딩카지노 제공

 
랜딩 측은 "사라진 돈은 카지노와 관련 없이 홍콩 본사에서 보관 중이던 금액이었다. 해당 임원 역시 본사인 랜딩 인터내셔널 소속이다. 조만간 입장을 밝히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은 사라진 현금과 함께 자취를 감춘 A씨가 이미 제주를 떠나 출국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인터폴에 수사 요청을 했지만, A씨가 사라지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랜딩 측이 홍콩 본사에서 보관 중이던 현금을 왜 제주로 옮겨 보관했는지, 정확한 자금 출처와 보관 목적은 현재로서는 알 수 없습니다. 

랜딩 카지노 VIP용 개인금고에서 발견된 현금 81억 

제주특별자치도경찰청은 13일 "사라진 돈이 보관된 금고와 같은 장소에 있는 다른 금고에서 현금 81억 5천만 원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랜딩카지노에는 '물품 보관소'라고 불리는 공간에 캐비닛 형태의 VIP고객용 개인 금고 수십 개가 있습니다.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된 직후 특정 고객 금고에서 현금 81억 5천만 원을 발견했습니다.

현금 81억이 발견된 금고는 145억이 보관된 금고와 같은 공간에 있으며, 이 금고는 은행 개인금고처럼 고객과 직원이 각각 소유한 열쇠를 동시에 사용해야 열 수 있는 구조입니다. 

경찰은 제주 시내 모처에서 현금 수십억 원도 발견했습니다. 경찰은 이 돈이 나머지 64억 중 일부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란딩그룹 양 회장 체포와 실종... VIP 고객이 맡겨둔 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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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필리핀 언론이 공개한 양즈후이 란딩국제그룹 회장 체포 모습 ⓒ 필리핀 데일리 인콰이러 캡처

 
제주 신화월드와 랜딩 카지노 등을 설립하고 운영한 인물은 란딩국제그룹의 양즈후이(仰智慧) 회장입니다. 양 회장은 지난 2018년 8월 캄보디아를 방문했다가 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양 회장은 중국 금융업계 사상 최대의 부패 스캔들인 화륭자산관리공사 사건에 연루돼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후 중국 공안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행적이 묘연했던 양 회장은 2018년 11월 경영에 복귀했지만, 이때부터 중국 VIP 고객들이 랜딩카지노를 찾지 않았습니다. 

현금 145억 횡령으로 고소된 A씨는 양 회장이 직접 랜딩카지노에 파견한 인물로 한국인 직원들과는 거의 접촉이 없었고, 주로 홍콩 본사와 소통했다고 합니다.

카지노 관계자는 이번 사건이 A씨의 단독 범행이 아니라 양 회장과 VIP 고객들의 숨겨진 자금 등 복잡한 배후 사정이 있을 수 있다고도 밝혔습니다. 

지난 2020년 11월, 민주당 양이원영 의원과 랜딩카지노 노조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신화월드 카지노는 탈법과 불법의 아수라장"이라며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현금 145억이 사라진 사건은 직원의 횡령으로 개인적인 일탈로 끝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주 카지노에 불법적인 문제는 없는지, 철저히 수사해야 할 것입니다.
#신화월드 #랜딩카지노 #양즈후이 #145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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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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