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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킹메이커들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순댓국에서 파평 윤씨 족보까지... 윤석열 현상의 이면

등록 2021.01.15 07:50수정 2021.01.1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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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윤석열 검찰총장의 '순댓국 영상'과 관련된 기사를 쏟아낸 언론들. ⓒ 각 언론사

 
약 2주간 무려 212만 명(14일 오전 9시 현재)이 시청했다. 이른바 '윤석열 순댓국' 유튜브 영상이 기록한 조회 수는 실로 놀라웠다. 어느 보수 유튜버가 지난달 말 게시한 불과 21초짜리 이 영상을 연초 화제의 동영상으로 둔갑시킨 <조선일보>의 혁혁한 공로 덕분이었다.

지난 5일 <조선일보>는 <운전기사와 함께 순댓국 먹는 윤석열... 유튜브 영상 화제>란 기사에서 해당 영상을 '발굴'했다. 윤 총장이 한 식당에서 순댓국을 먹는 장면이 3초 가량 포착된 이 영상을 두고 당시 <조선일보>는 "윤 총장이 중앙지검 간부들과 자신의 운전기사, 수행비서 등과 순댓국을 먹는 모습이 담겼다"라며 "기관장이 운전기사와 함께 밥을 먹는 경우는 흔하지 않은 일"이란 해석을 곁들였다.

"서민적인 모습"이라고 추켜세우는 적극적인 해석이 도드라진 기사였다. 그러자 <동아>, <중앙>을 비롯한 각종 보수‧경제지들이 보란 듯이 엇비슷한 기사를 내놨다. 1보(?)를 쓴 <조선일보>의 논조 그대로였다.

헌데 <조선일보>가 띄운 이 영상이 유튜브에 최초 게시된 것은 2019년 9월이었다. 영상 게재 채널도 달랐고, 심지어 게시 의도도 정반대였다. '박근혜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로 보이는 최초 게시자는 해당 영상에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재래시장 순댓국집 방문, 한 달 뒤 검찰총장 임명"이라고 촬영 시점을 소개한 뒤 윤 총장이 "서민 흉내"를 내고 있다며 비판 조의 설명을 덧붙인 바 있다(관련기사: 16개월 만에 다시 뜬 '윤석열 순댓국' 영상, 살펴보니 http://omn.kr/1r9ss).

풀이하자면 검찰총장 임명 직후 윤 총장의 서민 흉내를 비판했던 영상의 의도가 촬영 1년 반 만에 서민 행보를 칭찬하는 영상으로 180도 변모한 것이었다. <조선일보>가 구독자 10만을 보유한 보수 유튜버의 자칫 묻힐 뻔한 영상을 발굴해 수많은 매체가 따라 쓰고 포털 메인에 걸리는 이슈 기사로 재가공한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윤석열 순댓국'과 '파평 윤씨 대망론'

<조선일보> 첫 보도 직후 해당 영상을 과거 '이명박 순댓국' 영상과 비교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명박 순댓국 영상은 지난 2007년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은 배가 고픕니다"라는 카피로 화제가 된 선거 홍보 영상이었다.

보수‧경제지들이 윤석열 순댓국 영상을 부각한 의도가 여기 있지 않을까. 해당 영상을 직접 보지 않은 이들조차 제목만으로 이명박 순댓국을 떠올리게 만드는 효과, 즉 윤석열 총장을 전직 대통령급 유력 대선주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연상 작용 말이다. 권력자들이나 고위층의 서민 행보를 긍정적으로 인식해온 통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이명박=윤석열 등식을 소환한 일거양득의 경우라고 할까.

지난해 말 법원이 윤석열 총장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집행을 정지하라는 결정을 내리고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한 후, '유력 대선주자 윤석열'을 의식하는 보도들이, 이른바 '용비어천가'식 기사들이 도를 더해가는 양상이다.

서민 행보 보도는 또 있었다. 징계 처분 다음 날이던 지난달 18일 윤 총장이 반려견과 함께 산책하는 광경이 보수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됐다. 윤석열 순댓국 영상처럼 후속 보도가 잇따랐다.

연초 윤 총장의 현충원 방명록도 뉴스가 됐다. 지난해와 비교해 "조국에 헌신하신 선열의 뜻을 받들어 바른 검찰을 만들겠습니다"란 동일한 방명록 내용 중 "국민과 함께"가 빠진 것이 '의미심장'하다는 해석이 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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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는 최근 심지어 <"윤가는 나서는 성격 아니다"… 尹대망론에 갈린 파평 윤씨>란 기사(온라인 판 제목)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파평 윤씨 족보를 세세히 나열하며 파평 윤씨 후손들의 윤석열 충청 대망론 갑론을박을 세세히 전했다. ⓒ 중앙일보

 
윤석열 반려견 산책 사진을 최초 보도했던 <중앙일보>는 최근 심지어 <"윤가는 나서는 성격 아니다"… 尹대망론에 갈린 파평 윤씨>란 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파평 윤씨 족보를 세세히 나열하며 파평 윤씨 후손들의 윤석열 충청 대망론 갑론을박을 세세히 전했다.

<조선일보>가 이명박 순댓국을 소환했다면, <중앙일보>는 마치 영화 <관상> 속 이정재(수양대군)의 명대사("내가 왕이 될 상인가")에서 영감을 받은 것처럼 보인다고 할까. <중앙일보>의 장세정 논설위원이 작성한 해당 기사의 첫 문장은 "조국·추미애와 대립해온 윤석열(尹錫悅·61) 검찰총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제 전국적인 '윤석열 현상'으로 커졌다"였다.

장 논설위원은 "윤석열 현상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이례적"이라면서 "첫째, 현직 검찰총장이 차기 대권 주자 여론조사에서 1, 2위로 거론되는 것은 전례가 없다", "둘째, 살아있는 권력 앞에서 고개를 빳빳이 치켜들고 '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외치는 현직 검사도 윤석열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가 윤 총장의 서민 행보를 좋게 해석했다면, <중앙일보>는 파평 윤씨 후손의 강직한 공직자 이미지를 덧씌웠다고 볼 수 있다. 두 기사 모두 대선주자 윤석열의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다분해 보인다.

분명 달라진 양상이다. 그간 윤 총장의 행보에 호의적인 검찰발 법조 기사조차도 검찰총장 윤석열의 직무관련 동정을 다뤘다고 볼 수 있다. 이젠 다르다. 대선주자 윤석열의 신변잡기는 물론 충청 대망론까지 거침없이 거론된다. 현직 검찰총장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더 고약한 문제는 이들 보수‧경제지들이 윤 총장 가족 관련 의혹조차 외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킹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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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직무 복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직무 배제 결정으로 출근하지 못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이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12.1 ⓒ 연합뉴스

 
윤 총장 관련 의혹으로 부인 회사의 불법 협찬금 수수 의혹과 자동차 수입업체인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조작 의혹 사건, 윤 총장 장모 최아무개씨의 불법요양병원 개설 및 22억 9천만 원 부정 수수 혐의와 통장 잔고증명서 위조사건이 있다. 지난해 추미애 법무부가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던 요인 중 하나가 바로 윤 총장 가족 관련 의혹이다. 해당 사건들은 일부 재판에 넘겨졌거나 아직 수사 중이다. 수사가 더는 진행되지 않고 있는 사건도 있다.

되묻지 않을 수 없다. 현직 검찰총장은 '살아있는 권력' 아닌가. 윤 총장은 임기 내내 청와대 압수수색을 비롯해 거침없는 수사를 벌여왔다. 보수‧경제지들은 이에 환호했고, 시시각각 윤 총장의 행보를 주목했다. 그런 친 검찰발 보도, 호의적인 보도가 쌓여 강직한 공직자 윤석열의 이미지가 완성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윤 총장의 신변잡기를 세세히 보도하고 용비어천가를 부르는 언론들이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을 보이고 있는가. 윤 총장이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른 것이 확실시되는 지금, 이들 보수‧경제지들 중 윤 총장 가족 관련 의혹은 물론 법무부가 제기한 징계 사유 중 업무 관련 의혹이나 시중에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과거 윤 총장 개인의 비위를 검증하려는 의도를 보이는 언론이 있는가.

유력 보수‧경제지들은 이미 '킹메이커'의 역할에 뛰어들었다. 단순히 진영 논리에 입각한 보도를 넘어 소위 조국 사태 이후 윤석열 현상을 적극적으로 확대재생산 하는 주체라 봐도 무리가 없을 정도다. 윤 총장 반대편에 선 비검찰 출신 전·현직 법무부 장관 가족 관련 의혹에 대한 보도 양태를 보면 자명하다. 윤 총장 취임과 조국 사태 이후 1년 반 동안 이들 언론이 불러온 용비어천가의 결과가 지금의 윤석열 현상인 것이다.

이런 보도 행태를 두고 일각에선 전두환 정권 시절 신군부 찬양보다 더 심하다는 평가를 하는 중이다. 과거 군사독재 시절 언론이 총과 칼의 위협에 마지못해 부역 했다면, 지금의 보도 행태는 자발적이고 적극적이라 더욱 문제적이란 평가였다.

그러는 사이 윤 총장의 선택적 기소, 선택적 수사는 계속되는 중이다. 나경원 전 의원 관련 고발 사건들에 대해 검찰은 모든 혐의를 '불기소' 결정했다. 월성 원전 수사도 빠질 수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은 2위 자리를 굳히는 분위기다. 역대 어느 검찰총장이 이런 정치 행보를 즐겨왔던가. 최소한의 기계적 균형은커녕 킹메이커 역할을 즐기는 이들 언론은 당분간 자신들이 완성해가는 윤석열 현상을 지속할 것 같다. 이들 언론이 검찰개혁이 왜 언론개혁과 연계되는지를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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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제는 영화기자, 오늘은 시나리오 작가, 프리랜서 기자. https://brunch.co.kr/@hasungtae 기고 청탁 작업 의뢰는 woody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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