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새덕후들의 떠오르는 핫플, 이대로 잃을 순 없잖아요

도시탐조지의 가능성 보여준 대전... '개발' 중심의 하천·녹지관리 중단해야 하는 이유

등록 2021.01.15 18:13수정 2021.01.15 18:13
0
원고료로 응원

소식을 듣고 대전에 찾아온 탐조객들 ⓒ 이경호

   
대전이 요즘 '핫'하다. 전 세계적인 멸종위기종과 국내 희귀종이 차례로 확인이 되면서 철새 탐조객들이 잇따라 방문 중이다. 코로나19가 아니라면 모르긴 몰라도 훨씬 많은 사람들이 찾았을 것이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붉은부리흰죽지와 검은흰죽지가 확인됐고, 최근에는 희귀종 줄부리오리까지 공식 확인되면서 일어난 일이다. 갑천 중하류와 금강유역에서 확인된 3종은 모두 국내에서는 서식하지 않는 미조(길 잃은 새)다. 대부분 아메리카나 유럽에서 월동하는 종이 국내에 출현한 것이다. 
     
붉은부리흰죽지와 검은흰죽지는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등록되어 보호받고 있는 종이다. 줄부리오리는 멸종위기종은 아니지만 국내에서는 두 번째 기록이다. 특히 첫 번째 공식기록은 암컷이었기 때문에 이번에 확인된 수컷은 국내에선 첫 번째 발견인 셈이다. 공식적으로는 국내에 현재까지 딱 두 마리가 찾아왔는데, 그 중 한 마리가 대전에 왔다. 때문에 철새들을 보는 탐조인들에게는 3종 모두 '버킷리스트'에 있다. 
 

갑천에 찾아온 국제멸종위기종 붉은부리흰죽지 ⓒ 이경호

  

대전을 찾은 검은흰죽지 ⓒ 이경호

  

대전에 찾아온 줄부리오리(오른쪽 끝 개체) ⓒ 이경호

 
운이 좋다면 대전에서 이를 한꺼번에 만날 수 있으니 어찌 핫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찾아왔어도 적절한 시기에 찾지 못했다면 공식기록으로 인정되지 못한 채 지나쳤을 것이다. 다행이 대전환경운동연합에 여러 제보들을 통해 확인되면서 많은 탐조인이 대전을 찾고 있다. 
   
줄부리오리를 두 번째로 기록한 안광연 회원은 "직접 새로운 기록을 세울 수 있어 무엇보다 기쁘다"고 말했다. 특히 "대전에서 이런 기록이 있는 만큼 앞으로 하천을 더 잘 보호하면 더 많은 새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람을 전했다.

잘 보존된 자연도 '핫플'이 될 수 있다
    
새를 보는 사람들에게 하천과 숲의 보전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대전시의 하천관리는 그야말로 엉망이다. 사람을 위한, 사람에 의한, 사람만의 하천을 만들고 있다. '친수'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최근에는 대형 준설작업으로 지역사회에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관련기사 : 홍수 예방? 대전시 하천 준설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
     
하지만, 대전시는 하천에 어떤 시설물이 어디에 설치돼 있는지 통합적으로 관리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준설을 진행하는 구간에 무슨 시설물이 어떤 위치에 어떤 높이로 건설돼 있는지도 모른 채 준설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하천관리와 도시관리를 기대하기는 매우 어렵다. 

녹지 역시 마찬가지다. 대전환경운동연합 등 많은 시민들이 대전시의 허파인 월평공원의 보전지역 지정을 요청했지만 아직도 소식이 없다. 대전시 상징인 보문산 식장산 등 녹지를 관린한다는 이름으로 대규모 개발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대형 시설을 만들면 사람이 찾아 올 거라는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진행되는 개발사업이다.

산을 찾는 시민들이 왜 찾는지를 알지 못한 채 편의시설 위주로 계획한 개발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을 대전시는 알지 못하는 모양새다. 대전시는 녹지와 하천 등을 제대로 관리하면 많은 시민들이 찾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이번에 찾아온 희귀종을 찾기 위해 전국에 시민들이 대전을 찾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생태계를 제대로 보전해 많은 시민들이 찾는 곳으로 만든 사례는 전세계에 수 없이 많다. 세계의 관광트렌드가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새 하나만으로도 관광지를 만들 수 있다. 그동안 대전에는 매우 귀한 새들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면서 새로운 도시탐조지로 각광 받고 있다. 매년 멸종위기종인 호사비오리, 흰꼬리수리, 참수리, 큰고니 등이 찾아오고 있다. 부채꼬리바위딱새, 아메리카홍머리오리 등의 국내 희귀조류 등도 찾아오고 있다. 이번에 확인된 3종을 보기 위해 전국에 시민들이 찾아오는 것처럼, 중요한 탐조거점이 된다면 철새를 테마로 한 도시탐조지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대전시가 구상중인 스카이워크 계획(안) ⓒ 이경호

 
대전시에 하고 싶은 말

이제 개발이 아닌 복원과 회복이 전세계의 흐름이다. 정부가 발표한 탄소중립과 그린뉴딜 역시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대전시는 어찌된 영문인지 핵심인 '그린'은 없이 '뉴딜'만을 강조한 개발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대전시가 발표한 3대 하천 그린뉴딜 계획, 스카이워크 같은 교각을 세우고 지하도로를 건설하고 하천에 대규모 꽃밭을 조성하는 건 구시대적인 개발계획에 다름 아니다. 이건 복원도 아니고 회복도 아닌 그냥 뉴딜 개발계획이다.

지금 대전의 하천은 너무 많은 시설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때문에 수요조사 등을 통해 필요없는 시설을 없애고,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시민인력들을 양성하는 일들이 필요하다. 새로운 가치를 담은 일들이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제대로 고민하고 계획을 세워야 그린뉴딜이 될 수 있다. 

이런 계획들이 만들어져야 현재 찾아온 국제멸종위기종 등이 더 찾아오는 대전이 될 수 있다. 대전에는 매년 멸종위기종인 큰고니가 찾아온다. 매년 찾아오는 큰고니, 흰꼬리수리, 호사비오리조차 대전시는 보호조치 등을 내놓지 않고 있다. 보전과 보호는 뒷전에 두고 개발만을 앞세운다면 더 이상 대전의 미래는 없다. 

과학과 개발이 아니라 보전과 회복을 통해 실제 쾌적한 도시로, 생태와 환경이 조화를 이뤄내어야 한다. 대전의 도시브랜드를 어떻게 잡을지 제대로 논의할 시점이다.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세계 정상들 앞에서 이렇게 외쳤다.

"어떻게 그럴 수 있습니까? 대멸종의 시대에 어떻게 개발과 돈 이야기만 하냐고!"

이 말을 대전시에 전하고 싶다.
#대전시 #겨울철새 #붉은부리흰죽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4. 4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5. 5 김종인 "윤 대통령 경제에 문외한...민생 파탄나면 정권은 붕괴"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