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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신 몸 못난이 생선, 여수에 오면 꼭 드세요

겨울철 별미, 물메기(꼼치)탕과 쐬미(쑤기미)탕

등록 2021.01.15 15:14수정 2021.01.1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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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 탕으로 끓여낸 물메기탕은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데다 숙취해소에도 좋다. ⓒ 조찬현

 
생김새만큼이나 그 이름도 못났다. 꼼치와 쑤기미다. 여수에서 꼼치는 물메기로 불린다. 쑤기미는 쐬미다. 맛있는 생선이 다 그러하듯 이 녀석을 부르는 이름도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쑤기미는 흉측하게 생겼다. 꼼치는 물컹물컹한 몸매에 머리는 넓대대하다. 민물에 사는 메기와 그 생김새가 많이 닮았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그 생김새 때문에 어부들이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어쩌다 그물에 걸리기라도 하면 재수 없다고 해서 바다에 버려지던 처량한 신세의 물고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못난이 생선 꼼치가 아귀, 쑤기미와 더불어 어생(魚生) 역전을 이뤘다. 어족자원의 부족으로 인해 어민들이 못난이 생선들을 다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미식가들이 많이 찾는 제철이 되면 귀한 대접까지 받는다. 저지방에 콜라겐이 풍부한 이들 피부 건강 생선은 우리 몸에 정말 이롭다.

쓰린 속 달래주는 별미 물메기(꼼치)탕
 

물메기(꼼치)는 물컹물컹한 몸매에 머리는 넓대대하다. 민물에 사는 메기와 그 생김새가 많이 닮았다. ⓒ 조찬현

 
바다 물메기다. 명태나 청어처럼 같은 생선인데도 다른 이름이 많다. 동해에서는 곰치, 남해에서는 물미거지, 서해에서는 물잠뱅이다. 주로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 일본 홋카이도 남부를 포함한 전 해역과 동중국해에 서식한다.

동중국해에서 여름을 보낸 물메기는 겨울철이 되면 산란을 위해 우리나라 연안으로 올라온다. 산란철은 12월에서 3월이며 살이 오른 이때가 가장 맛있다. 수명은 1년 남짓이며 대부분 산란 후 생을 마친다.

정약전 <자산어보>에서 물메기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면 "고기 살이 매우 연하고 뼈가 무르다. 맛은 싱겁고 곧잘 술병을 고친다"라고 되어 있다.

겨울철 물메기탕은 별미다. 순수하고 담백한 맛에 비린내가 전혀 없어 맛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 맑은 탕으로 끓여낸 물메기탕은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데다 숙취해소에도 좋다. 해장음식으로 주당들의 쓰린 속을 달래주는 데는 아마도 이만한 게 없을 정도다.
 

여수 물메기탕이다. 바다 물메기에 무와 콩나물,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끓여냈다. ⓒ 조찬현

   

손질해 놓은 물메기다. 탕으로 끓여낸 물메기 살코기는 입안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아든다. ⓒ 조찬현

 
여수 물메기탕은 경남 통영과 같이 맑은 지리탕이 대세다. 강원도 속초와 삼척에서는 푹 삭은 김장김치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 먹는다. 물메기가 잡히지 않는 계절에는 건조한 물메기를 이용해 건메기탕으로 끓여낸다.


여수 물메기탕이다. 바다 물메기에 무와 콩나물,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끓여냈다. 무와 콩나물을 넣어 끓여내 국물 맛이 유난히 개운하다. 물메기 살코기는 입안에 닿는 순간 사르르 녹아든다. 겨울철이 되면 날씬하고 미끈한 잘난 생선들 많지만 이 못난이 생선이 그들의 존재감을 초라하게 만든다.

무와 대파, 바지락으로 우려낸 육수에 물메기를 넣어 끓여내도 천상의 맛이다. 이때 미나리를 고명으로 올려내면 좋다. 미나리가 한숨 죽으면 먼저 건져내 초장소스에 먹는다. 세상에 해장음식 많고 많지만 겨울철에 만난 물메기탕을 맛보고 나면 자신도 모르게 그 맛에 매료되고 만다. 물메기탕을 한 대접 비워내고 나면 답답한 속이 확 풀린다.

속 뻥 뚫어주는 얼큰한 쐬미(쑤기미)탕
 

얼큰하게 끓여낸 쑤기미탕이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게 속을 뻥 뚫어준다. ⓒ 조찬현

 
겨울철 물메기탕에 버금가는 속풀이 음식이 또 하나 있다. 쏘는 물고기로 알려진 쑤미기로 끓여낸 이색별미 음식 쑤기미탕이다.

양볼락과의 바닷물고기인 쑤기미를 여수에서는 쐬미라 부른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등지느러미에 강한 독이 있고 성이 나면 고슴도치처럼 되어 적이 가까이 가면 찌른다. 이것에 찔리면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아프다"는 쑤기미에 대한 기록이 있다.

얼큰하게 끓여낸 쑤기미탕은 한번 맛보면 누구나 푹 빠져든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게 속을 뻥 뚫어주기 때문이다. 속풀이 음식으로 물메기탕과 더불어 이 녀석 또한 최고다. 북엇국이나 복지리탕 못지않은 맛이다.
 

양볼락과의 바닷물고기 쑤기미다. 여수에서는 쐬미라 부른다. ⓒ 조찬현

 
쐬미(쑤기미) 등지느러미에는 험한 생김새처럼 독성을 가진 가시가 돋아 있다. 하여 손질할 때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등 가시의 독성은 아주 강하다. 하지만 그 생김새와 달리 매운탕으로 끓여놓으면 산뜻하고 개운한 맛에 다들 놀란다. 국물 맛도 남다르지만 육질이 단단한 생선의 식감도 도드라진다. 무를 어슷어슷 썰어 넣어 매운탕과 지리탕으로 즐겨먹는다.

쐬미 매운탕은 토속적인 맛에 칼칼함이 배어 있다. 모든 음식이 다 그러하듯 쐬미 역시 생물을 넣어 끓여내면 그 맛은 배가 된다. 미식가들이 산지에서 제철 음식을 찾는 이유다. 먹을수록 당기는 묘한 매력이 있다.

겨울철 여수의 먹거리는 풍성하다. 삼면이 바다인 지리적 특성 때문에 그곳 바다에서 나는 다양한 해산물들로 인해 차고 넘친다. 진정한 여수의 맛은 아마도 이들 해산물이 아닐까. 이들 생선은 겨울이 깊어 갈수록 기름지고 맛이 특별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다음 블로그 '맛돌이의 오지고 푸진 맛'에도 실립니다.
#쐬미(쑤기미)탕 #물메기(꼼치)탕 #맛돌이 #여수 겨울철 음식 #여수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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