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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비하' 윤서인 글 본 독립운동가 후손 "숨이 막힌다"

임정 비서장 차리석 지사 아들 차영조씨 "누가 대충 살았나?"... 처벌 요구 청와대 청원도

등록 2021.01.15 16:29수정 2021.01.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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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묘를 바라보는 아들 차영조. ⓒ 김종훈

 
"숨이 턱턱 막히지. 숨이 턱턱 막혀. 다른 독립운동가 후손들도 다르지 않을 거야. 발언이 어느 정도 수준이어야 시시비비도 가리고 상대라도 할 텐데 워낙 얼토당토않으니 그저 말문이 막힌다."
 
임시정부 비서장을 지낸 독립운동가 차리석 선생의 후손 차영조(78)씨가 1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독립운동을 비하한 웹툰작가 윤서인씨 글에 대해 보인 반응이다.
 
그는 "친일잔재를 지금까지 청산하지 못하고 이어오다 보니 '친일'의 원죄가 그대로 흘러 (윤서인씨처럼) 그런 생각을 하고 말하는 사람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차씨는 통화 내내 여러 차례 숨을 골랐다.
 
앞서 12일 웹툰 작가 윤서인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일파 후손의 집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을 비교하는 사진을 게재하며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살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뭐한 걸까. 사실 알고 보면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라는 말을 남겼다. 
 

지난 12일 웹툰 작가 윤서인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친일파 후손의 집과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을 비교하는 사진을 게재하며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살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뭐한걸까"라는 발언을 남겼다. ⓒ 윤서인 페이스북 캡처화면

 
윤씨의 발언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각종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산됐고 결국 윤씨는 해당 글을 삭제했다. 하지만 윤씨는 14일에 다시 한번 자신의 페이스북에 "광역 어그로 끌리면 좋은 점"이라면서 "내 말을 듣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내 관심은 코인이 아니라 계몽과 확장이다. 계몽과 확장에는 반드시 욕이 동반된다. 웰컴"이라는 글을 올리며 자신을 향한 비난을 오히려 환영한다는 뉘앙스로 글을 올렸다.
 
임시정부의 핵심이었던 아버지 차리석 지사는 차영조씨가 두 살이 된 1945년 과로로 쓰러져 순국했다. 차씨는 해방 후 어머니 홍매영 지사와 함께 어렵게 조국에 들어왔지만 친일세력의 테러 위협에 시달렸다. 신변의 위협을 느낀 어머니는 아들 영조에게 아버지의 성인 차(車)씨를 버리고 위아래 획 두 개를 뺀 신(申)씨로 살게 했다. 가난에 시달렸던 차씨는 성인이 된 이후에야 본래의 성을 회복했다.
 
"독립운동가들이 대충 살았던 사람들인가?"
 
이날 차씨는 윤서인씨의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라는 발언에 대해 "그저 기가막힐 뿐"이라면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지금 생존 애국지사와 광복회 회원들은 모두 공분한 상태다. 과연 독립운동가들 중 어느 누가 대충 산 분이 있는가? 있다면 말해 봐라."
 
그도 그럴 것이 차씨의 아버지 차리석 선생만 해도 임종 순간까지도 독립운동만 하다 떠났다. 청년시절엔 안창호 선생이 설립한 대성학교 교사로 부임해 일하다 비밀결사인 신민회에 가입해 활동했다. 그 과정에서 데라이치총독 암살 모의사건에 연루돼 3년간 복역했다. 3.1운동 후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독립신문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32년 윤봉길 의사 의거 후 임시정부의 국무위원과 비서장을 맡아 광복 때까지 임시정부의 어려웠던 살림을 책임졌다.
 
차씨는 "애석하지만 독립운동을 했다는 후손들 중에도 (윤서인씨와) 같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그러니 광복절에 일장기가 광화문 광장에서 나부끼고, 소녀상 앞에서 욱일기를 꺼내드는 사람들도 생기는 것 아니겠나. 통탄할 일이지만 지금이라도 정신 차려서 정부가 역사를 옳게 정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광복 후 75년 만에 추진된 '친일찬양금지법'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폄훼하거나 국가유공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왜곡금지법'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법안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이다.
 
이런 가운데 14일 누리꾼을 중심으로 '독립운동가를 능멸한 만화가를 처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등장했다. 광복회를 중심으로 청원동의가 이어지고 있다. 15일 15시 현재 3만 5000명에 달하는 시민들이 동의를 누른 상태다.
 
청원인은 글에서 "후손들에게 변변한 유산조차 남기지 못했을 만큼 조국을 위해 모든 걸 바치신 독립운동가 제위를 공개적으로 능멸한 이 상식밖의 행위에 대해 단호히 처분해 주시기 바란다"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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