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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에 적금 깨고 빚내서 주식했습니다, 결과는요

17일간의 짜릿한 상승, 단 3일간의 급격한 하락... 나의 20일 주식투자 경험기

등록 2021.01.22 14:04수정 2021.01.22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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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아무런 성과 없이 허무하게 사라지던 2020년 연말, 주변 사람들이 너도나도 주식 투자를 권유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에 투자해서 쏠쏠한 이익이 생겼다고 했다. 지금이라도 투자를 하면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나는 주식 투자에 관심이 없었다. 주식 투자는 결국 원금을 잃거나 빚만 남게 된다는 말을 숱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연말부터 주식에 대한 뉴스가 많아지고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쏟아졌다. 지금이라도 주식 투자를 하지 않으면 혼자만 손해를 보는 것 같아 조급함이 생겼다.

결국 2020년 12월 28일 첫 주식 투자가 시작했다. 휴대전화로 증권 계좌를 개설하고 소액을 증권사에서 추천하는 여러 ETF 상품에 투자했다. 막상 투자를 하니 주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그때까지 주식이 나에 삶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알지 못했다.

상승, 상승, 상승...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돈 벌고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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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89포인트(0.71%) 오른 3,114.55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은 19.91p(2.08%) 오른 977.66, 원/달러 환율은 2.6원 내린 1,100.3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사진은 이날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 연합뉴스

 
드디어 롤러코스터보다 짜릿하고 스카이다이빙보다 무서운 주식 투자가 시작되었다. 다행히 내가 투자를 시작한 후에도 수익률이 상승했다. 주식창은 등락(전일 가격 대비가)을 상승은 빨간색 화살표로, 주가 하락은 파란색 화살표로 표시한다. 투자 종목 전체에 빨간색 화살표가 나타났고 누적 수익률이 올라갈수록 흥분 지수도 상승했다.
 
다음날도 모든 투자 종목이 상승했고 수익률이 더 커졌다. 종합주가지수도 연일 급상승하고 있었다. 나는 마음 속의 쾌재를 부르며 나의 투자 결정에 흡족했다. 3일 연속 주가 상승이 계속되자 진작 주식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때까지 나는 주가 하락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사람들은 이렇게 쉽게 돈을 벌고 있었구나. 남들이 돈을 벌 때 나만 세상 물정 모르고 주식 투자를 하지 않았구나. 미리 경제 공부도 하고 주식 투자를 할 걸... 지금이라도 투자 금액을 늘려서 더 큰 수익을 내야겠다.'
 
그동안 관심이 없던 경제 뉴스를 찾아 읽고 매일 주식 거래가 시작되는 아침 9시를 기다렸다. 주말이 되면 주식장이 열리는 월요일이 기대되었다. 직장 생활의 만성 스트레스인 월요병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주식과 관련된 책을 찾아 읽고 주식 관련 온라인 카페에서 새로운 정보를 얻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과 비교해 보니 내 투자 금액은 턱없이 적었고 투자 기간도 짧았다. 주변에서 많은 수익을 거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부러웠고 나도 빨리 큰 수익을 내고 싶었다.
 
연일 뉴스에서는 주가 상승을 예측했고 코스피 지수가 3000을 넘어가면서 주식 투자를 전 국민이 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했다. 2020년에 주식을 투자한 사람은 30%의 수익률을 거두었다는 통계도 나왔다.

상상할 수 없는 개인 투자자의 투자금이 주식 시장에 유입되고 주식 거래 통장 증가와 주식 투자 예치금이 역대 최고를 기록한다는 뉴스가 이어졌다.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와 다양한 투자 호재가 뉴스에서 쏟아졌다. 주가는 그동안 꾸준히 올랐고 내가 투자를 시작한 지 5일 만에 수익률이 15%까지 치솟았다.

투자금을 늘려야 한다... 연금 해지, 적금 해약, 통장 탈탈
 
하루 일과 중에 주식 시세를 보는 시간이 늘었고 투자금을 늘리기 위한 방법을 고심했다. 먼저 퇴직 연금통장을 해지했고 적금을 해약하고 통장 잔고를 모두 모아 투자금을 늘렸다. 2021년 연초에도 주가는 놀라울 정도로 상승을 이어갔고 나는 이성적으로 통제할 수 없는 극심한 흥분 상태가 되었다. 앞으로도 더 높은 수익이 예상되기 때문에 무조건 투자금을 늘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한편으로 너무 가파르게 수익률이 상승하는 것이 두려웠고 언제 주식을 매도해야 할지 판단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우선 투자금을 늘리기로 결심했다. 적금을 해약하고 통장 잔고를 싹싹 긁어 모두 주식에 투자했다. 그러나 투자에 대한 조급함과 갈증은 더 커졌다.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대출을 알아봤다. 우선 가장 빨리 받을 수 있는 인터넷 대출을 신청하고 대출금이 나오자 주식에 바로 투자했다. 그런데 빚을 내서 투자하는 것이 조금씩 불안해졌다.

소위 빚투(대출금을 받아 하는 투자)는 위험성이 크고 손실이 나면 감당할 수 없다는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투자의 위험성을 무시하고 투자를 해서 손해를 본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반대로 과감하게 투자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마음이 조급했고 무조건 수익률이 오를 것 같았다.
 
나는 최소한의 안전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주식 앱에 자동 매매 조건 설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혹시 주가가 떨어질 때를 대비하여 내가 주식을 사들인 가격으로 자동 매도를 설정했다. 자동 매도를 설정하니 안전 장치가 생겨 안심이 되었다. 새해가 되어 며칠 만에 종합주가 지수는 3200까지 치솟았다. 대출을 받아 투자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 대출 받아 투자했다, 올랐다, 뿌듯했다
 

주식 투자 주식 투자 ⓒ 픽사베이

 
투자 금액이 커지자 틈만 나면 휴대전화로 주가를 보게 되었고 틈틈이 주가 상승 폭이 작은 종목을 팔고 상승 폭이 큰 종목으로 갈아타기를 했다. 예상 수익금이 늘어나는 것을 보면 마음이 뿌듯했고 수익금이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마음이 불편했다. 점점 나도 모르게 주식에 빠져드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머릿속으로는 더 큰 수익금을 상상했다.
 
나는 투자액을 더 크게 늘리기로 결심했다. 이미 자동 매매 설정으로 원금은 보전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은행 창구에 추가 대출을 신청하러 갔다. 추가 대출은 심사 시간이 필요해서 당일 대출이 되지 않았다. 마음이 조급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시간이 돈이라는 말이 실감이 났다. 하루 대출이 늦어질수록 나의 이익도 감소할 수 있기 때문에 한시가 급했다.

그런데 대출을 신청한 날 오후가 되면서 열흘이 넘게 상승하던 주가가 갑자기 떨어지기 시작했다. 모든 종목에 파란색 화살표(주가 하락)가 나타났다. 다행히 하락폭이 크지 않았지만 처음으로 예상 수익금이 줄어들었다. 다음날 나는 주가가 떨어진 종목을 팔고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을 더 매수하였다. 그러나 다음날도 주가는 조금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보유한 일부 종목에서 상승이 있었지만 기존의 수익금은 점점 줄어들었다. 뉴스에서는 개인투자자의 투자금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하는데 이상하게 수익률이 점점 떨어졌다. 나는 줄어든 예상 수익금을 보며 속이 쓰렸다. 수익금이 클 때 진작에 팔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일시적인 조정 시기이고 곧 주가는 급상승할 것이고 애써 마음을 진정시켰다.

다음날 추가 대출이 승인되었고 거액의 대출금이 내 통장에 입금되었다. 그런데 주가가 계속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망설였다. 과감하게 투자를 해서 주가 상승을 기대할지, 주식 투자를 일시 중지하고 상황을 지켜볼 것인지 생각해 보았다. 나는 하루 이틀 주가를 지켜보고 거액의 대출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은행 대출을 받았다, 주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망설였지만

다음날 기대와 달리 수익률이 급격하게 떨어졌고 매입한 주가는 원금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나는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원금 보존의 안전 장치로 설정한 자동 매매 설정을 해지하였다. 그러나 그다음 날 주가가 무서운 속도로 하락하기 시작했다. 주가그래프가 롤러코스터의 하강 곡선을 그리며 급락하고 있었다.  

나는 패닉 상태에 빠졌고 주식 매입가 아래로 떨어진 종목들을 급하게 매도하였다. 일부 보유 종목에서 작은 수익을 냈지만, 결국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간신히 하루 만에 투자했던 모든 종목 매도했다.

큰 투자 손실 없이 주식을 모두 매도할 수 있어 다행이지만 투자 원금의 손실이 생겨서 속이 상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주식 투자를 이어갈지, 여기서 주식 투자를 그만둘지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주식 투자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주가가 하락할 때 마음고생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20일간의 주식투자 기간 동안 수익률이 올라가면 흥분되고 기대감이 컸다. 머릿속에서 투자의 미래는 장밋빛이었고 기대 수익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있었다. 그러나 단 3일 동안 주가가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하자 두려움과 걱정이 커졌다. 원금 손실이 발생하자 마음이 힘들어 더 이상 주식 투자를 유지하기 힘들었다.
 
결국 주식 투자를 중단하고 급하게 받은 대출을 전부 상환했다. 마지막으로 휴대폰에서 주식 투자 앱을 지웠다. 오늘도 뉴스에서는 여전히 주가 폭등과 투자 과열을 보도하고 있다.

주식 투자 앱을 지웠다

이 시간 누군가 나처럼 주식 계좌를 급하게 개설하고 있는 돈을 모두 주식에 투자할 것이다. 또 누군가는 대출을 받아 주식 투자를 시작할 것이다. 나는 투자한 사람들이 모두 은행 적금처럼 수익이 생기면 좋겠다. 소중한 원금의 손실이 발생하거나 빚을 내서 투자했는데 오히려 손해가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전문가들이 주식 투자는 여윳돈으로 하고 장기 투자를 하라는 의미는 뭘까? 그만큼 위험 부담과 변수가 많은 것이 주식 투자라는 것이다. 투자에 대해 충분히 공부하고 건전한 투자를 한다면 적절한 수익률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의 큰 흐름은 실물경제가 결정한다. 통계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 동안 개인투자자 10명 중 4명이 손실이 생겼다고 한다. 2020년에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지만 투자 종목에 따라 손실이 발생한 개인투자자도 많았다.
 
나는 솔직히 주식 투자라는 이름으로 주식 투기를 했고 단기간에 큰 수익을 기대했었다. 주식 투자가 유행인 요즘 높은 수익률의 유혹을 참고 주식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높은 수익만을 기대하고 무리한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마치 불나방이 불을 향해 뛰어드는 것처럼 언제든 불행한 결과가 생길 수 있다. 과열된 주가 상승의 거품이 꺼지면 순식간에 투자금이 줄어들 수 있다.
 
누군가 투자로 큰 이익을 얻어 기뻐하고 있다면 누군가는 큰 손실로 울고 있는 것이 주식 시장이다. 주식 투자를 하는 동안 나는 하는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주가가 급등할수록 내 일의 가치(월급)가 한없이 초라하고 의미가 없어 보였다. 주가에 따라 나의 감정선은 오르락내리락하며 같이 널뛰기를 했다.
 
주식 투자를 해 보니 투자가 잘못된 것이 아니라 일확천금을 바라는 내 욕심이 지나친 것이고 절제할 수 없는 욕망이 무서운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누군가 부동산으로 주식으로 쉽게 돈을 벌었다는 이야기에 상대적 박탈감과 남들보다 뒤처졌다는 조급함을 느꼈었다.
 
미래를 위해서 지출을 줄이고 돈을 모으는 습관은 필요하다. 하지만 일확천금을 기대하고 조급하게 과도한 투자를 하면 오히려 고통의 늪에 빠질 수 있다. 자신은 결코 원금을 잃지 않을 거라는 믿음, 누구보다 재테크를 잘 할 수 있다는 자만은 투자에서 가장 위험한 착각이라는 것을 시행착오를 통해 깨달았다.   
  
이제 나는 휴대전화에서 주식 앱을 지우고 주식 투자 없는 일상의 삶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새로운 투자 대상인 '나' 자신에게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저녁 시간에 가볍게 공원을 산책하고 음악을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글을 쓴다. 가까운 사람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마음의 여유를 즐긴다.

미래를 아닌 현재의 나에 대한 투자는 점점 만족감을 준다. 매 순간 나의 삶을 존중하고 가치 있게 사는 것은 시간 부자, 마음 부자가 되는 가장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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