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 흐르는 계절, '이걸' 하니 비염에서 해방됐습니다

의학적 연관성이 밝혀진 적은 없지만... 채식 이후 비염이 사라진 나의 경우

등록 2021.01.20 16:57수정 2021.01.20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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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지를 늘 챙겨야했던 비염인의 삶 ⓒ Unsplash

 
"에취!" 나는 어려서부터 알레르기성 비염 질환을 앓으며 살아왔다. 비염은 공부하는 데에도 지장을 주었다. 물론 S대에 가지 못한 이유는 비염 때문은 아니다.

비염 때문에 휴대전화만큼이나 두루마리 휴지를 자주 만지작거리며 살아왔다. 사춘기 시절에는 한창 멋 부릴 시기였는데 훌쩍훌쩍거리며 휴지로 콧물을 닦는 스스로가 싫었다. '간지' 나는 스타일에 휴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부터 어딜 가든 가방을 들고 다니게 되었는데 그 습관은 온전히 비염 때문이다. 화장지나 물티슈, 손수건을 항상 챙겨 다녔다. 주머니에 넣어도 되지 않느냐고? 주머니에 물건을 넣어 불룩불룩 튀어나온 스타일이 싫었다. 화장지와 함께 간지도 잊지 않고 늘 챙겼다.

가끔 깜빡하는 날이 있다. 하필이면 그런 날 비염 증상이 심하다. 콧물이 내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도 묽고 빠르게 흘러 당황스러운 때가 많았다. '스르르'가 아니라 '슥' 흐르면 참사를 막을 수 없다. 몸이 이렇다 보니 환절기가 찾아오면 무서웠다. 먼지가 많은 장소를 싫어했고 코가 예민하니까 담배 연기가 자욱한 PC방도 싫었다.

게다가 몸이 피곤하거나 환절기가 되면 비염 때문에 코가 양쪽 다 막혀버리기도 했는데, 이런 날 밤에는 침대에 눕기가 무서웠다. 입으로 숨을 쉬다가도 숨이 멎는 것만 같아 두려웠다. 지금도 그 끔찍한 순간은 생생히 기억한다.

그런데 채식 이후 환절기가 무섭지 않다.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윤리적인 이유였다. 채식을 시작할 때만 해도 채식이 비염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채식을 4개월 정도 하니 겨울에서 봄으로 이동하는 환절기가 찾아왔다. 그런데 환절기와 늘 함께 찾아왔던 비염 증상은 오지 않았다. 이번 환절기는 운 좋게 넘어간다고 안도했다.

두 번째 환절기를 맞이했다. 바로 추석이었다. 채식 이전에, 비염 증상은 연중 추석 때가 피크였다. 콧물도 주르륵 흘리고 하루 종일 훌쩍거리며 휴지로 코를 풀었다. 정말 심할 땐 눈이 가려워서 충혈되고 퉁퉁 부어 눈물도 흘렸다.

추석 때 비염 증상이 심해졌던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 이유는 추석 전후가 보통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이고, 두 번째 이유는 추석 때가 되면 고향에 가니까 잠자리도 바뀌고 생활 환경도 바뀌기 때문이다.

약을 평소에 잘 먹지 않는데 추석 때면 지르텍(항히스타민제)을 꼭 챙겨 먹었다. 지르텍을 복용하기 전에는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몽롱했고 복용 후에는 콧물과 눈물은 멈췄지만 쏟아지는 졸음을 이기진 못했다.

2020년 10월, 채식을 시작한 지 1년 하고도 1개월. 추석에는 비염으로 딱 하루 고생했다. 강도도 이전보다 훨씬 약했고 고생하는 기간도 훨씬 줄어들었다. 매년 찾던 지르텍도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다.

다만, 추측할 뿐이지만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해마다 고생하는 이가 있다면, 채식 지향 식사를 지속적으로 해볼 것을 권한다. ⓒ 이현우


30년을 달고 살았다. 비염의 원인도, 비염이 사라지 요인도, 객관식 답안처럼 콕 집어낼 수 없다. 다만 추측할 뿐이다. 비염이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생했다고 추측하는 것처럼, 비염이 사라진 이유는 채식 때문이라고.

비염을 앓았던 많은 채식인들이 채식 효능과 경험을 증언했다. 하지만 비염과 채식 간 연관성은 의학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관련 논문을 있을까 하여 검색해봤는데 찾지 못했다.

내 식단은 엄격한 비건 식단은 아니다. 비건 지향이지만 가끔 페스코 베지테리언이 되기도 하고, 비덩주의자가 되기도 하고, 프루테리언이 되기도 한다. 이 정도 채식 식단으로 효과를 보았다.

알레르기성 비염으로 해마다 고생하는 이가 있다면, 채식 지향 식사를 지속적으로 해볼 것을 권한다. 고기를 끊으라는 게 아니라 줄여보라는 제안이다. 매 끼니 먹는 사람이라면, 일주일에 3끼 혹은 하루에 1끼 정도로.

효과는 환절기에 확인하면 된다. 다소 생체 실험(?) 같아 보이지만 각자 상황에 맞게 시도해보길 조심스럽게 권해본다. 어쩌면 비염과 이별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비염 환자들이여, 휴지로부터 해방되어라!"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 계정 @rulerstic에 동일한 글을 발행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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