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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42명 안에 들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K-추방인가?] 법무부 2020년 난민법 개정안 연속 분석 ② 제도의 실태

등록 2021.01.27 18:58수정 2021.01.27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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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난민인권단체들의 연대체인 난민인권네트워크는 한국을 찾은 난민을 조력하고 정부의 정책을 감시하며, 난민법 제정과정에도 함께 해왔습니다. 난민인권네트워크는 법무부가 최근 입법예고한 난민법 개정안을 분석하는 릴레이 기고를 진행합니다.[편집자말]
한국을 피난처로 찾아 피신하여 난민으로 보호해달라고 신청하면 대한민국 정부가 이를 검토하여 난민지위를 확인하여 주는 난민인정절차(RSD procedure). 이 절차가 잘 작동한다면 난민들이 법무부에 난민신청을 하면 난민의 지위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확인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노력해도 난민이 보호되지 않는다면 절차는 잘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다음은 2011년 제정된 난민법 제안이유(2009년 의안번호 4927)다.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난민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있지 아니하여 국제사회에서 그 책임을 다하고 있지 못함. 또한 아직 1차 결정조차 내려지지 않은 난민신청자가 1000여 명에 이르고 있고 그 절차의 신속성, 투명성, 공정성에 대하여 국내외적으로 지속적인 문제제기가 있어 왔음". 당시 난민법의 문제의식은 '난민인정절차'가 잘 작동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청사 이전 전 서울출입국.외국인청 난민과 ⓒ 공익법센터 어필

 
그럼 2011년에 난민법이 제정된 이후는 그럼 어떨까? 아래의 사례들은 난민을 법률조력하며 만난 실제 사례들을 직접 간단하게 재구성한 것이다. 

"정치적 박해를 피해온 난민 A는 공항에서 난민 신청을 하였으나, 믿기 어렵다며 환승구역에 방치되었다. 송환의 압박을 지속해서 받으면서도 굶어가며 버텼다. 인간다운 대우를 받지 못한 채 겨우 연락이 닿은 법률 조력을 받아 입국하기까지, 1년이 걸렸다. 그런데, 이제 난민신청자가 된 것뿐이다. 난민심사는 언제 종결될지 모른다."

"난민 B는 1년 넘어 겨우 잡힌 난민면접에서 돌아가면 정치범으로 처벌받는 판결문을 보여줬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판결문의 형식을 보니 진짜인지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억울해서 자살을 시도하려다 변호사를 통해 법무부가 대사관에서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판결문은 당연히 진본이었다는 답이 왔다. 막연한 의심에 대해 누구도 사과하지 않았고 어차피 소송해야 한다 했다. 100명 중 한 명도 난민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하는데. 내 얘기, 내가 낸 서류 아무것도 믿지 않는다. 단순노동을 반복하여 체류하며 불확실한 미래를 버틸 수밖에 없다."

"난민 C는 면접을 갔는데, 자세히 설명하려고 하면 말을 끊었다. 'Yes or No'라고만 묻는 말에만 대답하라 했다. 통역이 제대로 통역을 해주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중에 변호사를 만나 면접조서를 확인해보니 '한국에 온 이유는 경제적 목적으로 돈을 벌기 위해서입니다', '지금 본국으로 돌아가도 아무런 문제나 위험이 없습니다'와 같은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본국으로 가면 기다리는 것은 고문뿐인데, 졸지에 믿을 수 없다며 가짜난민의 낙인이 찍혔다."

"난민 D는 난민이 아니라는 결정을 받았다. 사유가 한국말로 적혀 있어서 알 수가 없었다. 면접조서가 정확히 적혀 있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어, 면접을 녹화한 영상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영상은 줄 수 없다고 했다. 내 얼굴이 녹화된 영상을 받는 것은 권리라고 외치자, 경찰을 부르겠다고 했다. 결국 밖으로 나와 사유서의 내용을 알아보니, 면접관이 자신의 위험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알았다. 억울해서 곧장 난민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했다. 하루에 500건 이상을 심의한다고 한다. 내 자료를 잘 읽어줄까?"

"난민 E는 결국 법원에까지 오게 되었다. 한국의 법무부도 난민위원회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소송에서 이기기는 더 어렵다고 들었는데 방법이 없다. 재판 첫날 통역인을 통해 판사님은 두 가지를 물었다. '더 낼 증거 있나요?'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세요'. 그리고 '4주 후 판결 선고합니다'라고 했다. 본국에서 받았던 처벌 판결문을 내겠다고 하니, 번역문을 내라 했다. 판사님은 친절했다. 그런데 내 나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스스로 보고서를 찾아보고 검토해주실까? 변호사 없이 난민소송을 해서 이긴 사례가 여태까지 한국에선 단 한 건도 없다고 했다."


한국정부에 절차마다 배신 당하는 난민들
 

법무부가 있는 과천 정부종합청사 ⓒ 공익법센터 어필

 
현재 난민을 확인하는 절차로서 한국의 난민인정절차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런데 더욱 두려운 것은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음에도' 관련 당사자들이 방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만약 정치적 박해를 피해 한국을 찾아 난민신청을 한다면 난민으로 확인받을 수 있을까? 답은 '거의 불가능'이다.
 
난민인정절차는 각 지역을 관할하는 출입국 외국인청에 외국인이 '난민신청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신청서를 제출하면 이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난 후 난민면접조사가 통역인과 함께 이뤄진다. 이후 결과가 4주에서 여러 달 후에 통보된다. 이것이 1차 심사다. 

1차 심사에서 난민으로 확인받는 비율은 어떨까? 난민인권센터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받은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으로 심사가 종료된 사람은 9286명. 그중 1차 심사에서 난민으로 확인된 사람은 42명이다. 약 0.4%다. 이 단계에서 난민인정을 받는 것은 법률조력을 우연히 받더라도 어렵지만, 홀로 통과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급박히 탈출하여 증거가 많지 않은 경우 난민인정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역설적으로 증거를 오히려 많이 가져온 경우도 조작된 것이라는 의심을 받기에 마찬가지로 난민인정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전형적인 사례들'이 아닌 경우, 예를 들어 젠더에 기반한 박해, 종교의 자유에 관한 박해, 성소수자로서의 박해 등은 엄격히 박해사유로 고려되지도 않는다.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심사관들이 악의를 가진 것은 아니다. 소위 '가짜난민에게 속지 않기'에 초점이 맞춰진 고난도의 입증 요구가 잘못된 규범 이해와 결합할 뿐이다. 당신은 42명에 들지 못할 것이다.

억울하다면 법무부 본부 소속 난민위원회에 이의신청을 할 수도 있다. 그러면 난민위원회는 당신의 억울함을 잘 해소할 수 있을까? 난민위원들은 비상임위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른 직업을 가진 공무원 또는 민간인 전문가들이 1~2달에 한 번씩 모여 회의를 통해 난민지위부여 여부를 결정한다. 

그런데 심의 건수가 너무 많다. 회의 한 번에 하루 500건 이상 심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기에 심의자료의 정리 및 추가조사는 1차 심사와 마찬가지로 '법무부 소속 출입국관리공무원'들이 담당한다. 결국 1차 심사와 달리 독립적으로, 모든 이의신청 자료들이 난민위원들에게 면밀히 검토될 것은 구조상 기대하기 불가능하다. 앞선 정보공개청구결과에 따르면 2019년의 경우 단 3명이 이 단계에서 난민인정을 받았다. 당신이 수천 명 중 3명에 포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서울행정법원에서 당사자심문을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돌아가는 난민 ⓒ 공익법센터 어필

 
소송도 해볼 수 있다. 그러나 한국엔 전문적으로 난민을 조력할 수 있는 변호사들의 수가 너무 적고 누군지도 난민들이 알기 어렵다. 국선변호제도도 없고, 난민들은 거의 모두 최저생계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 대부분 난민소송에는 변호사가 없다. 그래서 난민이 이길 가능성은 0%로 수렴한다. 한국에서 난민 본인소송으로 승소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럴 수밖에 없다. 

난민소송에서는 우선 "본인의 과거 경험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 "증거를 경험에 맞게 정리"해야 한다. 사진, 기사, 본국에서 가져온 판결문, 친구의 진술서든. "본국에서 어떤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인권 보고서들로 입증해야 한다. 당신을 믿지 않는 출입국의 논거를 반박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한국어여야 한다. 

당신의 나라에서 어떤 인권침해가 있는지는 재판부가 직권으로 사실인정을 할 수 없고 반드시 난민이 증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상해보자. 만약 아랍어권 법정에서 당신이 난민으로 서 있다면 홀로 아랍어로 이 모든 것을 할 수 있을까? 아니 홀로 난민이 이렇게 모든 짐을 지도록 놓아두는 것은 절차가 이미 공정하게 작동하지 않다는 것이 아닌가? 

결국 재판부에서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사건을 판단하려고 하더라도 승소를 기대할 수 없다. 3심이 보장되어 있다는 것은 이 경우 아무런 의미가 없다. 2019년의 경우 법원에 소송을 통해 승소하여 난민의 지위를 받은 사람은 5명이다. 그것도 모두 변호사들의 전문적 조력을 기적적으로 받은 예외적 경우다. 그러니 당신이 수천 명 중 5명 안에 포함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제 법무부는 당신을 '돈을 벌기 위해 난민제도를 남용하는 사람'이라고 낙인찍고 출국을 명한다. 게다가 '당신 같은 사람들 때문에 난민제도가 남용되고 있으니 법을 개정해야겠다'고 한다. 

결국 한국을 찾아 한국정부를 믿고 '잘 심사해주겠지'라고 했으나 안 된다. 난민위원회를 믿고 '이번엔 잘 심의해주겠지'라고 했으나 안 된다. 도무지 행정부를 믿을 수 없으니 '판사님은 내 억울함을 풀어주겠지'라고 했으나 안 된다. 억울한 당신은, 추방의 위험 앞에 놓이게 된다. 왜냐하면 당신이 0.4%에 해당될 가능성보다 99.6% 중 한 명에 해당될 가능성이 훨씬 높으니까. 한국정부와 제도를 난민이 믿은 것이 과연 잘못된 것인가. 

법무부의 난민법 개정안은 우선순위가 바뀌었다
 

난민인정을 받은 난민이 서울의 한 거리를 걸어가는 모습 ⓒ 공익법센터 어필

 
법무부의 이번 난민법 개정안은 '작동하지 않는 제도'는 고치지 않고 오히려 관문을 더 협소하게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99.6%가 난민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제도의 실패 증거인데, 몇몇 사례를 들어 99.6%는 난민이 아닌 것 같으니 절차를 더 엄격하게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매일 난민면접을 하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리서치를 하면서도 1명의 난민심사관이 1년에 단 1명도 난민인정을 하지 않게 되는 통계적 사실도 거든다. 선의를 갖고 열심히 심사하려 하더라도 일선의 난민심사관들은 출입국공무원으로서의 과거 경험에 더해 난민제도가 무용하다는 부정적 편견을 갖게 된다. 간혹 발견되는 일부 브로커들의 사례나, 실제로 체류기간을 연장해보려고 과장하는 사례들까지 소수 맞닥뜨리면 이와 같은 부정적 편견은 거의 '한국에는 난민이 사실 거의 없다'라는 확신으로까지 굳어지게 된다. 

다른 각도로도 생각해보자. 현재 한국에서 형사재판에서 당신이 억울하게 기소되었을 경우 무죄를 받을 확률, 1심 무죄율은 2019년 기준으로 0.82%다. 그럼 99% 이상 어차피 유죄판결이 날 테니, 검찰이 기소하였는데 당신이 사법부에 재판을 요구하는 것은 남용적인 요구인가? 그렇기 때문에 형사재판을 받을 권리는 더욱 제약되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이미 시민사회와 각계의 전문가들은 다른 방향의 해법들을 계속해서 제시해왔다. 법무부와도 지속적으로 대화해왔다. 예를 들어, 1차심사의 심사관의 전문성을 강화하되, 심사관의 수를 대폭 늘리고, 난민위원회를 법무부에서 독립시킨 형태의 특별행정심판기구로 만들어 '신속하고, 공정한, 전문성이 축적된' 심의가 가능하도록 하여야 한다. 독립되어야 상급 기관의 취소 여지를 줄이기 위해 1차 심사도 건전해진다. 

법원의 지나친 부담도 줄인다. 국가정황정보를 행정청이 쉽게 얻을 수 있도록 기관이 정비되어야 한다. '홀로 한국정부를 믿고 난민신청을 했을 때 진정한 난민이 난민으로 보호받을 확률'이 0으로 수렴하는 지금. 구조적인 문제로 난민으로 확인받지 못하는 현재 상황을 그대로 놓아두고 절차를 효율화하겠다는 것은 더 많은 정당한 난민을 추방에 놓이게 하는 것으로 순서가 뒤바뀐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 유엔난민기구 주최 '난민법 개정방향에 관한 심포지엄' ⓒ 공익법센터 어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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