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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민아빠 김영오 "국정원이 내 팬클럽? 검찰 발표에 눈물 났다"

[스팟인터뷰] '세월호 유족 사찰' 검찰 무혐의 처분에 "당하는 국민만 억울"

등록 2021.01.20 17:48수정 2021.01.2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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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유민아빠' 김영오씨. ⓒ 이희훈

 
"검찰의 말대로라면 국정원이 내 팬클럽이었단 말인가."

세월호 참사로 딸을 잃은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19일 대검찰청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의 수사 결과 발표를 떠올리며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억울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씨는 수사 결과 발표 다음 날인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사찰이란 게 유리벽 속에 사는 것과 다르지 않다. 나는 유리벽 속에 발가벗겨져 있는 상황을 겪었다"라며 "당사자가 이렇게 아픈데 그게 불법이 아니라고 하면 법이 왜 필요하나"라고 강조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보고 굉장히 속상했다"며 "국가가 개개인을 사찰해도 된다는 걸 검찰이 인정해준 셈이다. 당하는 국민들만 억울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씨는 세월호 참사 석 달 후인 2014년 7월 14일부터 '제대로 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8월 16일 방한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농성장을 찾아 김씨에게 힘을 싣기도 했다.

이후 국정원 등 정보기관에 의해 김씨가 사찰을 당했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2020년 4월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가 발표한 조사 결과엔 그 내용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었다. (관련 기사 : "국정원이 세월호 가족 간첩 취급, 일베에서 여론조작도..." http://omn.kr/1ngab)

사참위에 따르면, 최소 2인 이상의 국정원 직원이 김씨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 국정원 내부망에 보고했다. 김씨의 노조 활동, 이혼 이력 등 개인신상이 보고서에 담겨 있었다. 또 사참위는 국정원 직원이 김씨 입원 이틀 전 미리 해당 병원을 찾아 병원장을 만나는 CCTV 영상도 공개했다.


뿐만 아니라 '보수권, 세월호 정국 주동 김영오 실체 집중 폭로', '보수(건전) 세력(언론) 통한 맞대응' 등의 보고서에는 이슈 전환을 위한 제언이 담겨 있기도 했다. 이를 포함해 세월호 참사 관련 국정원 보고서는 2014년 4월 17일부터 11월 5일까지 청와대에 보고됐다.

검찰이 2019년 11월 대검찰청 산하에 설치한 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은 수사 1년 2개월 후인 지난 19일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수사 대상에 오른 17개 혐의 중 15개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 중엔 국정원 직원의 김씨 사찰에 대한 혐의(국정원법 위반)도 담겨 있었다. (관련 기사 : 세월호 특조단, '유가족 사찰·황교안 수사 외압' 등 대부분 무혐의 http://omn.kr/1rrgy)

"검찰 발표에 눈물 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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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참사 특별수사단장 임관혁 검사가 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브리핑실에서 세월호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김씨는 단식농성 이후 계속해서 '사찰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 정신과에서도 이러한 점을 우려했다고 한다.

"후유증이 많죠. 아무리 장거리 운전을 해도 졸리지 않아요. 사이드미러, 룸미러를 통해 계속 후방만 보고 있어요. 긴 시간 같은 차가 뒤에 있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근데 그걸 견딜 수가 없어요. 그 차가 계속 저를 쫓아오는 생각이 들어서 추월을 당해야 마음을 조금이나마 놓을 수 있어요. 운전할 때 그렇게 신경을 쏟다 보니 도착해 긴장이 좀 풀리면 온몸이 아프죠."

김씨는 검찰이 제시한 무혐의 처분 이유에 대해 강하게 반박했다. 검찰은 "피의자가 김영오의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인정되나, 김영오의 건강상태는 주치의가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에 공개한 정보로서 이를 수집하는 행위를 두고 직권을 남용한 위법한 행위라고 보기 어렵다"라고 밝혔다.

또 "정보수집 과정에서 미행, 도·감청, 해킹 등의 수단이 사용되었다거나 획득한 동향을 언론에 유포하거나 그것으로 김영오를 압박한 정황이 확인되지 않는 등 김영오의 구체적 권리를 현실적으로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김씨는 "국가의 최대 정보기관인 국정원이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자체가 큰 압박이며 그것으로 내 권리는 방해를 받았다"라며 "미행, 도·감청, 해킹 등의 수단을 사용하지 않으면 아무렇지 않다는 것인가. 정보기관이 국민들의 뒤를 캐는 것에 대해 검찰이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행여 언론에 공개된 정보라 하더라도 국정원이 이를 수집해 청와대에 보고한다는 것 자체가 일개 국민인 나에겐 너무나도 큰 위협"이라며 "더해 국정원은 언론에 나온 정보만 수집한 게 아니라 내 고향 마을, 입원이 예정됐던 병원 등에서도 나에 대해 캐물으며 사찰을 이어갔다"라고 강조했다.

김씨는 "검찰의 결론대로라면 국정원 직원들이 김영오의 팬클럽이었단 말인가"라며 "앞으로 국가가 어느 누구든 사찰할 수 있게 됐다. 어제 검찰의 발표를 보며 눈물이 나오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식하기 전까지 평생 국정원이 뭔지도 잘 모르고 살았다.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경찰서 가는 일도 흔하지 않잖나"라며 "그런데 경찰도 아니고 국정원이 내 정보를 수집한 사건이다. 자식 잃은 아버지의 삶이 왜 이래야 하나"라고 덧붙였다.
#김영오 #유민아빠 #세월호 #검찰 #특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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