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마스크 채 공연하란 말인가... 외면당한 공연계

현행 '두 칸 띄우기'로는 적자공연, 뮤지컬 단체들 '동반자 외 거리두기'로 완화 호소

등록 2021.01.20 19:21수정 2021.01.20 19:21
2
원고료로 응원
고사 직전의 공연계가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의 세부조정을 호소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치권은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계속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역시 2.5단계(수도권)가 유지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따라 공연장은 '두 칸 띄어 앉기'가 이뤄지고 있다. 전체 좌석의 1/3가량만 관객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공연장 대관료, 배우 및 스태프의 출연료 등을 제하고 나면 '매진'이어도 사실상 적자인 상황이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공연이 몇 달째 중단되거나 개막 자체를 못하고 무기한 연기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따른 확진자 증가세가 점차 안정을 찾고 있고, 업종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의 형평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서, 지난 16일 방역당국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유지하는 대신 세부 지침을 일부 조정했다. 실내체육업 등의 영업이 제한적으로 가능해진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기대를 모았던 공연장 관련 언급은 전혀 없었다.

정치권 역시 공연계의 목소리에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방역당국 "공연은 무대에서 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a

서울 종로구 혜화동 한 소극장에서 어린이를 동반한 시민들이 연극 공연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연극‧뮤지컬계는 지금까지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업계 차원에서 잘 준수해왔고, 집단 감염 등 전파 사례도 전무했던 점을 들어 기존보다 완화된 거리두기 지침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한국경제>는 독일 콘체르트하우스 도르트문트가 프라운호퍼 하인리히 헤르츠 연구소(FHHI)에 의뢰한 실험의 연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한 칸씩 객석을 띄어 놓고 환기시스템을 가동하면 코로나19 집단감염을 막을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것.
 
청와대 국민청원도 등장했다. "공연장에 적합한 방역조치가 필요합니다" "공연장 두 자리 띄어앉기, 근거가 무엇입니까?" "연극·뮤지컬을 포함한 공연업계에 대한 방역수칙 수정 및 개정을 요구합니다" 등 관련 청원이 다수 올라온 가운데, 배우들도 적극적으로 서명을 홍보하고 나서며 지침 재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공연계의 요구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19일 JTBC 보도에 따르면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공연은 무대에서 말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위험도가 다르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라며 관련 지침이 "바로 해제될 가능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라고 선을 그었다. 손영래 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19일 코로나19 백브리핑에서 "여러 업종의 거리두기 요청 사항에 대해 중앙부처들이 협의하고 있다"라면서도 "유행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기 때문에 모든 방역수칙을 일시에 완화하는 것은 위험하다"라고 거리를 뒀다.
 
원내정당 중 목소리 낸 건 정의당이 유일 

아직까지 정치권의 반응도 미미하다. 원내정당 중 공식적인 목소리를 낸 건 정의당이 유일하다. 오승재 청년정의당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은 19일 "공연은 계속돼야 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공연업계를 둘러싼 비극이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오 대변인은 "두 칸 띄어 앉기라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지침을 공연장에서 준수하려면 손익분기점조차 넘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소규모 공연장의 경우 피해는 더욱 심각하다. 공연을 취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고 극장 문을 닫는 것밖에는 선택지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공연 취소·연기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문화예술 종사자에게 돌아간다"라며 "무대 밖에서도 사느냐 죽느냐를 두고 고민하는 주인공의 심정을 느껴야 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라는 지적이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9월, 공연예술계 종사자 간담회를 열고 공연 취소에도 불구하고 "대관료를 100% 물어내라는 건 대단히 불합리하다"라며 정부에 어려움을 전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 이후 구체적으로 정부·여당이 이들의 피해 구제에 대해 나서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이병훈 민주당 의원(광주 동구남구을)은 '문화예술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바 있다. 뮤지컬을 독립적 장르로 법률에 명시하여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자는 취지다. 이병훈 의원실 측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에서도 코로나19로 인한 문화예술계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데 공감대가 높다"라면서도 "방역과 관련한 문제인 만큼, 공연장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라고 토로했다.
 
의원실은 "문화예술인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이 필요하다"라며 "향후 대정부질의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하고, 확실한 지원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피해방지 보다는 사후 지원책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는 뉘앙스다.
 
종사자들 "실상 파악하지 않은 모호한 판단" 
 
a

한국 뮤지컬계 종사자 호소문 발표 현장 한국 뮤지컬계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1.5~2.5단계 시 공연장 내 거리두기 방역지침 조정’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진행된 한국 뮤지컬인들의 호소문 발표 자리에는 이유리 (사)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춘수 (주)오디컴퍼니 대표, 김용제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 및 창작분과 이지나 연출, 김성수·원미솔 음악감독, 한아름 작가, 무대예술분과 김미경 기술감독, 민경수 조명 디자이너,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이형호 무대 조감독, 배우분과 남경주, 최정원, 정영주, 송임규 배우, 제작분과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이헌재 (주)네오 대표, 강병원 라이브(주) 대표, 신동원 S&CO 대표, 진영섭 (주)컬처홀릭 대표, 학술분과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 (사)한국뮤지컬협회

 
관련 종사자들은 이같은 정부‧여당의 태도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유리 사단법인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역당국 관계자들의 발언은 저뿐만이 아니라 종사자 누가 들어도 절망적인 이야기"라며 "무대 위의 배우들이 마스크를 끼고 있지 않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것은, 그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모호한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이유리 이사장은 "공연장 안에서의 감염률이나 전파율이 0%라는 게 지난 1년 동안 이미 수치로 입증이 됐다"라며 "공연계는 방역지침을 어느 업종보다 철저하게 지키며 그동안 집단행동도 자제해왔다. 일말의 기대감과 실오라기 같은 희망으로 19일 호소문을 발표하는 자리를 만들었던 것"이라고 토로했다.
 
최승연 청강문화산업대학 공연예술스쿨 교수는 "프로덕션에 소속된 스태프들은 물론이고, 배우들도 노동자다"라며 "그런데 이들은 지금 자기가 어떻게 삶을 꾸려야 할지에 대해 전혀 생각할 수 없는 채로 불안정하게 일을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지금 유지되고 있는 일부 공연도 몇몇 관계자들의 의리와 정으로 지속되는 것"이라며 "언제까지 의리와 정에 기댈 수는 없지 않느냐"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책적으로 다함께 고민을 공유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야 하는데, 지금 정치권에는 그런 마인드가 없어 보인다"라며 "헬스장이나 카페 등이 제한적으로 열렸는데, 극장은 훨씬 더 강력하게 방역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방역당국이 언급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이러니"라고도 꼬집었다. "일률적으로 기계화된 적용은 더 이상 안 된다"라며 "웨스트엔드에서는 한국 공연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그간 보여준 공연계 성과 등을 고려해도, 단순히 막기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라고도 덧붙였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동반자 외 거리두기'로? 
 
a

한국 뮤지컬계 종사자 호소문 발표 현장 한국 뮤지컬계 종사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1.5~2.5단계 시 공연장 내 거리두기 방역지침 조정’을 촉구하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19일 오후 2시 서울 블루스퀘어 카오스홀에서 진행된 한국 뮤지컬인들의 호소문 발표 자리에는 이유리 (사)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신춘수 (주)오디컴퍼니 대표, 김용제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회장 및 창작분과 이지나 연출, 김성수·원미솔 음악감독, 한아름 작가, 무대예술분과 김미경 기술감독, 민경수 조명 디자이너, 정승호 무대디자이너, 이형호 무대 조감독, 배우분과 남경주, 최정원, 정영주, 송임규 배우, 제작분과 엄홍현 EMK뮤지컬컴퍼니 대표, 이헌재 (주)네오 대표, 강병원 라이브(주) 대표, 신동원 S&CO 대표, 진영섭 (주)컬처홀릭 대표, 학술분과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등이 참석했다. ⓒ (사)한국뮤지컬협회

 
지난 19일 늦은 오후 한국뮤지컬협회, 한국뮤지컬제작자협회,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등은 '한국 뮤지컬인 일동' 명의의 호소문을 내고 "공연장 내 감염전파 0%에 따른 1.5~2.5단계 시 동반자 외 거리두기 적용"을 촉구했다. 동반자 외 거리두기란 공연계가 마련한 일종의 대안으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의 공연장 지침에 준하는 방식이다. 한 칸 혹은 두 칸 띄어앉기를 유지하되, 같이 온 일행은 붙어 앉을 수 있도록 하여 전체 좌석의 60~70%가량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이들은 "그동안 공연계의 모든 종사자는 취소와 재예매의 파도 속에서 적지 않은 시련을 맞이하였습니다"라며 "거리두기 2.5단계 격상 조치와 함께 공연계는 사실상의 셧다운 상태로 긴 겨울을 인내하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2.5단계 거리두기 지침이 시행된 2020년 12월, 뮤지컬 장르의 매출액은 2019년 12월의 매출액과 비교하면 90%가 넘게 감소"한 통계 등을 들며 "파산과 실업의 가속화는 당연한 수순으로 이어졌다"라고 지적했다.
 
결론적으로 "공연 산업 및 업종 특성에 맞는 맞춤형 핀셋 방역 정책의 필요성에 절감하며, 1.5~2.5단계 시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한 칸 혹은 두 칸씩 좌석을 띄어 앉는 기준에서 '동반자 외 거리두기' 적용으로 방역 수칙 재수립"을 촉구했다.

[한국 뮤지컬인들의 호소문 전문 읽기] 공연장 내 감염전파 0%에 따른 1.5~2.5단계 시 동반자 외 거리두기 적용 촉구(클릭) https://kmusical.kr/community/notice/?action=readpost&post_id=54347&bbspaged=1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AD

AD

인기기사

  1. 1 주한미군 범죄 중 가장 잔혹한 사건
  2. 2 김정은 삼촌 김평일의 '평탄한' 인생
  3. 3 6개월째 수입 0원... 그래도 포기할 수 없는 '여행'
  4. 4 조국이 분석한 윤석열이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유
  5. 5 내장사 대웅전 방화범은 예비 승려... 불교계 망연자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