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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들 돈 버는 건 거품 덕... 올해 안에 주식시장에서 나와야"

[인터뷰] 세계 3대 투자자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이 비관론을 펴는 이유

등록 2021.01.26 07:37수정 2021.01.26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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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로저스 홀딩스 회장은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화상 통화에서 "2021년 말이나 2022년 초에 역대 최악의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 류승연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3000선을 넘어섰다. 미국에서도 '빅 테크' 기업인 FAMANG(페이스북·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애플·넷플릭스·구글)이 연일 최고가를 갈아 치운다. 각종 주식 투자 성공담이 번지면서 청년들이 빚을 내 투자하는 '빚투'는 주식 시장 내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다.

하지만 개미들의 고민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이미 꽤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이 단순한 강세장인지 아니면 거품이 생기고 있는 건지 혼란스럽다. 이미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인 투자자들은 주식 처분 시점을, 망설이고 있는 예비 투자자들은 지금 투자해도 되는지를 놓고 고민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금의 시장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로저스 회장은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자로 불린다. 최근 동학개미로 불리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을 향해 "큰 돈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는 2000년대 초 IT 버블 붕괴, 2008년 부동산 버블 붕괴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을 예측하기도 했다.

과거 위기 예측한 짐 로저스의 경고

싱가포르에 거주하고 있는 그는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화상 통화에서 "지금은 투자하기 좋은 시점"이라면서도 "하지만 2021년 안에는 가진 모든 주식을 처분하고 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2021년을 지목한 것에 대해 로저스 회장은 "지난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정부가 많은 돈을 빌려서 썼고 새 돈을 찍어냈다"며 "그 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와 현재 거품이 끼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 거품은 올해 말이나 내년에 터질 것"이라며 "각국 정부가 이미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는 만큼, 이번 경제 위기는 내 인생 최악의 위기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경제 위기로 인한 약세장은 2031년까지 계속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원자재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로저스 회장은 경제 위기가 오더라도 은이나 금, 농업 관련 주식은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나는 저렴하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을 좋아하는데 은은 현재 최고가 대비 50% 떨어져 있다"며 "이밖에도 러시아 선박 회사와 중국 와인 회사, 일본 상장지수펀드(ETF), 농업 주식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로저스 회장은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려면 남의 말을 듣지 말고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내 이야기도 듣지 말라"며 "나도 실수를 많이 한다, 결국 결정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로저스 회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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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지난해 9월 26일 오후 전북 전주시 그랜드힐스턴호텔에서 열린 2019 전북 국제금융 콘퍼런스에서 세계적인 투자가인 짐 로저스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짐 로저스는 예일대에서 역사학을, 옥스퍼드대에서 철학·정치·경제학을 공부하고 1969년 글로벌투자사 퀀텀펀드를 설립했으며, 워런 버핏, 조지 소로스와 함께 세계 3대 투자가로 불리고 있다. jaya@yna.co.kr ⓒ 연합뉴스

 
"2021년 주식 투자 하기 좋은 시점이지만..."

-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했다. 주식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동안 주식은 올랐다. 지난 10년간 미국 주식은 꾸준히, 많이 올랐다. 특히 작년에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정부들이 많은 돈을 찍어내거나 빌렸고, 썼다. 그 돈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왔다. 바이든 정권에서도 이 흐름은 계속될 거다. 현재 주식 시장을 완전한 버블 상태라고 볼 수는 없다. 버블이 형성되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많은 종목이 낮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거품이 생기기 시작했다."

-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넘어선 한국 주식 시장은 어떤가.

"주식 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흐름은 전 세계에서 나타나고 있다. 새로 찍어낸 많은 돈이 주식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 투자에 대해 잘모르는 새로운 투자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나는 예전에도 이런 상황을 목격했다. 결국엔 나쁜 결말을 맞이하게 될 거다. 물론 이미 모든 게 끝났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바이든 정부가 많은 돈을 쓸 예정이라 지금은 좋은 시기다. 하지만 걱정해야 한다."

- 지금이 주식 투자를 하기에 좋은 시기라는 말인가?

"지금은 그렇다. 하지만 투자 시점이 늦어질수록 스스로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아는 경우'에만 투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우 나쁜 결과와 맞닥뜨릴 수 있다."

- 한국 주식 시장에서는 삼성전자 등 대형주가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일부 종목은 정말 매일 오른다. 삼성전자나 텐센트, 아마존과 같은 기술주들이다. 다만 이 주식들이 앞으로 얼마나 더 강하게 오를지는 모르겠다. 나라면 지금 이 종목들을 사진 않겠지만, 만약 당신이 주식을 잘 알고 투자에도 자신이 있다면 투자해도 좋다."

- 실제로 반도체나 전기차, 바이오와 인터넷, 게임과 같은 산업군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당신도 해당 분야 주식을 갖고 있나?

"그런 주식들은 현재 갖고 있지 않고 있다. 그 주식들은 몇년 동안 너무 과열(hot)됐다. 보통 거품은 그것들부터 커지기 시작한다. 나는 거품 속에서 투자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에 그런 주식엔 투자하지 않는다."

- 예상하는 경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전 세계 애널리스트들은 2021년 증시 호황을 점치고 있다.

"물론 지금 당장 (증시 호황이) 끝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올해 말이나 내년에 끝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주식은 역사상 가장 긴 상승세를 보였다. 미국 주식 시장뿐 아니라 많은 나라의 주식 시장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주식 시장에 활력과 흥분이 넘치는 건 훌륭한 일이지만 기쁨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거품이 (커지기) 시작됐다."

- 위기가 온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까?

"주가가 너무 비싼 상황에서 결국 어떤 사람들은 '에라 모르겠다, 이제 팔겠다'고 나설 수 있다. 아니면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양적완화 규모를) 줄여나갈 수도 있다. 물론 아직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어느 나라의 중앙은행이 '너무 많이 왔다'고 판단한다면 실제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면 대출 시장에 타격을 줄 것이다."

- 그 위기는 주식시장에서 먼저 시작될 거라고 보나?

"아마 그럴 거다. 지금 돈이 흘러 들어가는 곳이 주식 시장이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도 가능성이 있다. 채권 시장에도 너무 많은 거품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중국의 큰 회사들이 파산할 수도 있다." 

"각국 정부 너무 많은 빚 졌다... 다음 약세장은 가장 끔직할 것"

- 경제 위기가 올 경우, 사상 최악일 거라고 봤다. 왜 그런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돌아보자. 모두가 알다시피 그때는 너무나 많은 빚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생겼다. 빚이 너무, 너무 많았다. 그런데 그 후로도 빚은 다시 늘어났다.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어디든 말이다. 각국 정부가 이미 너무 많은 빚을 지고 있어 다음 번의 경제 위기가 온다면 그건 아마 내 인생 최악의 위기가 될 것이다."

- 그렇다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주식시장이 다시 회복되지 않을까?

"아니다. 경제 위기가 온 뒤부터 주식은 몇 년 동안 심각한 약세장이 이어질 것이다. 2031년이 돼도 주식은 고점 대비 아래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물론 언젠간 다시 오르겠지만 다음 약세장은 내 인생에서 가장 끔찍할 것이다."

- 지난해에도 코로나19로 인해 주식 시장에 두 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회복 속도는 빨랐다.

"물론 그랬다. 하지만 그건 전 세계적으로 중앙은행들이 역사상 가장 많은 돈을 찍어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회사를 세우는 데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컴퓨터에 앉아 주식에 투자하는 건 30초면 된다. (각국 정부가 푼) 돈은 전 세계를 떠돌아다니며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어오고 있다."

- 개인 투자자들이 2021년 안에 주식시장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보나?

"난 그렇다고 대답할 것이다. 늦어도 2021년까지는 빠져나와야 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마라.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려면 내 이야기도 듣지 마라. 스스로 결정을 내려야 한다. 나는 2021년 말까지라고 기한을 정했지만 결국 결정은 스스로 내리는 것이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 나도 실수를 많이 한다. 어떤 사람들은 언제 주가가 최고인지 맞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그저 내 주식이 무너지기 전에 시장을 빠져나올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버블이 터질 경우, 개인은 어떻게 위험을 줄일 수 있는가.

"먼저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다면, 주식을 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주식도 사서는 안 된다. 다음으로, 만약 공매도를 할 줄 안다면 주가가 하락할 때 쓸 수 있는 카드 중 하나가 될 것이다. 공매도를 활용하거나 돈을 은행에 넣고 단기 채권을 들고 기다리면 된다."

- 혹시 가진 주식을 지금 팔고 있나?

"내가 주식을 팔고 있는 건 아니다. 일부 산업이나 국가의 주식은 여전히 사들이고 있기도 하다. 어떤 주식들은 팔기 시작했지만 아주 극소수다. 아직까진 파는 것보다 사는 게 더 많다.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나는 연말까지 많은 주식을 팔 것이다."

- 혹시 당신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말해줄 수 있나.

"사실 잘 모르겠다. 매일 내 돈의 몇 %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신경 써야 할 것은 자기가 지금 어떤 주식을 사고 있느냐다. 내가 10~15년 전에 산 주식에 관심을 둘 필요는 없다. 지금은 러시아 선박 회사와 중국 와인 회사, 일본 상장지수펀드(ETF)와 농업 등에 투자하고 있다."

- 중국·러시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주가가 여전히 싸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은 고공 행진을 하지만 러시아 주식은 미움을 받는다. 나는 모두가 싫어하는 주식 사는 걸 좋아한다. 싸기 때문이다. 중국 주가는 최고가 대비 30~40%p 하락했다. 일본 주식도 최고가 대비 30%p 하락했다. 나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걸 좋아한다."

- 과거 경제위기 속에서도 많은 돈을 벌어들인 적이 있다. 앞으로 10년 정도를 본다면 유망한 분야는 어디라고 볼 수 있나.

"10년 내라면 은과 금, 농업을 꼽고 싶다. 무엇보다 아마 은의 가격이 오를 것이다. 금일 수도 있지만 은 가격은 현재 최고가보다 50%p 낮아진 상태다."

"다들 '이번엔 다르다'고 할 때가 바로 걱정해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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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난 19일 <오마이뉴스>와의 화상 통화에서 현재 중국 와인, 러시아 선박, 일본 ETF 등에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 류승연

 
- 한국의 동학개미에게 '망할 수 있다'고 경고한 이유는 뭔가?

"현재 시장에는 경험 없는 신규 투자자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 그들은 시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도 잘 모른다. 전 세계 주식 시장에 거품이 낄 때마다 늘 있는 일이다. 그들은 많은 돈을 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또 많은 돈을 잃게 된다. 그건 그들이 처음 돈을 벌 때부터 스스로 왜 돈을 벌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들은 스스로 똑똑해서 돈을 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돈 버는 게 참 쉽다'고 말한다. 아니다. 그들이 돈을 버는 건 거품 덕분이다. 그들은 이 사실 자체도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돈을 잃게 될 것이다. 이미 역사적으로도 수차례 반복됐던 일이다. 내가 미쳐서, 그들이 돈을 잃게 될 거라고 얘기하는 게 아니다."

- 한국 청년들은 은행 적금은 수익률이 너무 낮고 부동산에 투자하기엔 대출 부담이 커 주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런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수많은 새로운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 발을 들이는 데는 항상 이유가 있다. 방금 기자가 그 이유를 말했다. 그들이 돈을 버는 한은 괜찮다고 본다. 그런데 버블이 생기고 있으니 곧 나가는 게 좋을 거다. 하지만 그들은 (주식 시장에서 빠져나가라는)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이번엔 다르다'면서 기자의 말도, 내 말도 듣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이번엔 다르다'고 이야기할 때가 바로 걱정해야 할 때다."

- 스스로 잘 알고 있는 주식에 투자하라고 한 이유는?

"남의 말을 들을 때면 난 항상 실수를 했다.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때 가장 큰 성공을 했다. 잘 알고 있는 데 투자하라. 그러면 성공할 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핫팁(족집게 조언)'을 원한다. 그들은 당장 이번 달에 부자가 되고 싶어 한다. 그래서 종목 하나만 집어달라고 한다. 그렇게 투자하면 모든 돈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러니 성공적인 투자자가 되고 싶다면 스스로 잘 아는 곳에만 투자해라. 물론 재미없고 지겨운 말이다. 하지만 그게 성공의 길이다."

- 그렇게 아는 주식을 샀는데도 주가가 떨어진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잘 알고 있는 곳에 투자를 한다면, 주가가 떨어질 때 더 사야하는 건지 아니면 팔아야 하는 건지도 스스로 알 수 있을 것이다."
#짐로저스 #짐로저스인터뷰 #해외주식전망 #국내주식전망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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