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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대선 레이스 2막, 호남 쟁탈전과 친문의 분화

[분석] 오랜 기간 '원탑'이었던 이낙연 대표가 흔들리니... 정세균 등 제3후보 '꿈틀'

등록 2021.01.24 11:55수정 2021.01.2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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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정세균 국무총리. ⓒ 오마이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 "지금 거리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 (19일 MBC 뉴스데스크, 이재명의 재난지원금에 대한 질문에)

이재명 경기도지사 : "(재난지원금을) 모든 경기도민에게 10만 원씩 지급한다고 해서 방역에 장애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큰 문제 없다." (20일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발표 기자회견에서)


물밑으로만 오가던 신경전이 점차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오래 이어진 양강 구도가 변화 조짐을 보이면서다.

21일 발표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사 공동 전국지표조사의 대선후보 적합도 결과를 보면 이재명 27% - 이낙연 13% - 윤석열 10%로 1강 2중을 형성했다(18~20일 1006명 조사, 응답률 32.5%.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재명-이낙연의 격차가 더블스코어 이상 벌어진 것이다.

최근 이낙연 대표의 이재명 경기도지사 직접 공격은 이런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지사는 맞대응을 하지 않으면서도 재난기본소득 등 본인의 정책에선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흔들리는 판을 틈타 정세균·박용진·이광재·김두관·임종석·이인영·박주민 등 잠재 주자들도 저마다 꿈틀거리고 있다. 이낙연 대표의 추락에서 기회를 포착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근 언론 접촉을 크게 늘리며 1, 2위 두 주자를 모두 저격하고 나섰다. '50대론'을 내세워 일찌감치 대권을 시사한 박용진 의원은 21일 광주를 찾아 출마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광재·김두관 의원도 대선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박주민 의원 역시 '차차기'를 위해서라도 이번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많다.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분화도 본격화되고 있다. 여전히 친문 다수가 이낙연 대표를 떠받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세론을 형성했던 2020년 8월 당대표 선거 때와 비교하면 그 강도가 크게 약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노무현-문재인 청와대 출신인 민형배 의원은 최근 이재명 지사 지지를 공개 선언했다. 황희 민주당 의원 등 친노·친문 핵심 그룹 일부는 이광재 의원을 돕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친문 싱크탱크 '민주주의 4.0' 소속 최종윤 의원은 이인영 장관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바야흐로 여당의 대선 레이스 2막이 오른 것이다.

① 제1장 : 호남 쟁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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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18일 오후 광주 서구 양동시장 한 분식집에서 점심 식사를 마친 뒤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2막의 첫 장은 호남이다.

현재 1, 2위간 쟁탈전부터 치열하다. 12일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의 이재명 지지 선언 → 15일 이병훈 의원(광주 동남을)의 이낙연 지지 선언 → 18일 이낙연 대표 광주 방문 → 29일 이재명 지사 광주 방문 등 이재명-이낙연간 맞불이 이어지고 있다.

전남도지사까지 지낸 이낙연 대표 입장에서 텃밭으로 여겨지던 호남에서조차 밀리기 시작한 점은 뼈아프다. 사면론 이후 호남에서의 하락세도 뚜렷했지만 15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 특히 내부 분위기가 술렁였다고 전해진다. 처음으로 이 지사에게 오차범위 밖에서 역전 당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집토끼인 호남에서 진 조사가 나오고 주말에 회의를 했다"라며 "이 대표의 주초(18일) 광주 방문 일정도 그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18일 광주를 찾아 국립 5.18 민주묘지에 참배한 뒤 김희중 대주교를 예방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 당시 방문했던 광주 양동시장 국밥집에 들러 국밥을 들이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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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0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제2차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계획을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이에 뒤질세라 이재명 지사는 "민주당의 뿌리는 호남"이라며 구애 작전을 폈다. 이 지사는 19일 KBS '뉴스7 광주전남'에 출연해 "대한민국의 민주진영, 개혁진영의 중심도 역시 호남이다. 결국은 호남이 정하는 대로 대체적으로 결정나는 것 같다"라고 추켜올렸다. 이 지사는 작년 10월 이용섭 광주시장의 경기도청 방문에 대한 답방 성격으로 오는 29일 광주를 찾을 예정이다.

이를 두고 이낙연 대표 측 핵심 관계자는 "근래의 기세를 몰아 호남에서조차 씨를 말리겠다는 것 아니냐"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반면 이재명 지사 측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의 '좌측 깜빡이' 발언이야말로 선을 넘었다. 아무리 급해도 어떻게 과거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조롱하던 색깔론으로 공격을 하나"라고 반발했다. 양쪽의 감정싸움이 고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례적으로 이재명 지사에 대한 공개 지지선언을 한 민형배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단순히 고향이 호남이냐 아니냐가 아니라 누가 광주 정신을 제대로 체화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봤다"라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이낙연 대표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이병훈 의원은 통화에서 "민형배 의원의 선언으로 마치 광주 민심이 이 지사 쪽으로 쏠리는 것처럼 비쳐선 안 되겠다는 판단이 들어 곧바로 입장을 밝히게 됐다"라고 말했다.

② 꿈틀거리는 제3주자 : 정세균·박용진·이광재·김두관·임종석·이인영·박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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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낙연에서 이탈한 표가 어디로 갈까? 이제 관전 포인트는 정세균이다." (민주당 전략통 의원)

견고해 보이던 양강 체제가 무너지면서 제3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 고향(호남), 이력(다선 국회의원-국무총리), 안정감과 통합의 스타일, 점잖은 태도, 나이(정세균 50년생 – 이낙연 52년생)까지 이낙연 대표와 닮은 점이 많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이 대표 하락세의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한 민주당 전략통 의원은 "두 주자의 지지율은 제로섬(zero-sum) 성격이 있다"라고 짚었다.

조용하지만 강한, 선거의 고수로 불리는 정세균 국무총리는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앞서 이재명 지사를 겨냥해 "(국가 재정에 대한)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나라", 이낙연 대표의 이익공유제에는 "또 다른 갈등 요인"이라고 쏘아붙이며 대권 경쟁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그가 이젠 현직 총리로서 같은 내각의 기획재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정 총리는 21일 기재부에게 '자영업자 손실보상'에 반대만 하지 말고 협조하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동안 적극 재정을 강조하며 기재부와 대립하는 모습을 보인 건 이재명 지사의 '전매특허'였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아마 현재 전국 조직 확보 면에서 가장 활발하고 왕성한 건 양강보다도 정세균 총리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가 아직 완전히 잡히지도 않았는데 총리가 본인 정치를 위해 정부 내 비판을 하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진 않는다"(민주당 초선 의원)는 비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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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대권 도전 의사를 밝힌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20일 1박 2일 일정으로 광주를 방문, 국립5·18민주묘지를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 총리 다음으로 대권 행보를 드러내고 하고 있는 제3주자로는 박용진 의원(서울 강북을)이 있다. 박 의원은 20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뒤 "오는 4.7 보궐선거 승리 이후 대권 도전을 선언하겠다"라고 밝혔다. 1971년생인 그는 세대 교체를 앞세우고 있다.

정책 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원조 친노 핵심 이광재 의원(강원 원주갑)도 최근 주변에 대선 의지를 피력하며 시동을 걸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한 의원은 "정책 구상과 내용면에서는 뛰어난 분이지만 과거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이력을 극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또다른 친노 출신 김두관 의원(경남 양산을)도 최근 '윤석열 탄핵' 같은 강경 주장을 펼치며 강성 친문 지지자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호남 출신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출마를 예상하는 관측도 꾸준히 나온다. 그가 지난해 말부터 각종 정치 현안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호남 지역 한 민주당 의원은 그를 "젊은 데다 문재인 청와대의 경험도 갖췄다. 강력한 유망주"라고 꼽았다. 이인영 통일부장관의 등판도 거론되고 있지만 입각한 지 반 년밖에 안 된 현직 장관이란 점이 부담이다. 최근 박주민 의원(서울 은평갑)이 당초 예상과 달리 서울시장 선거 불출마를 선언하자 "대권으로 직행하겠다는 것 아니겠나"(민주당 관계자)란 해석도 제기된다.

한 민주당 친문 의원은 "지난 대선 이후 안희정·이재명이 왜 바로 차기 주자로 인식됐겠나. 직전 대선 경선을 뛰었기 때문"이라며 "임종석·이인영·박주민 등 젊은 주자들은 차차기를 위해서라도 이번 대선 경선에 뛰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③ 친문의 분화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 ⓒ 권우성

 
민주당 대선 레이스가 '양강'이 아닌 '1강-다자' 구도로 변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자연스레 그간 민주당의 주류 세력이었던 친문 진영의 분화가 본격화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1강인 이재명 지사에 대한 친문 진영의 비토가 여전히 있기 때문이다.

한 친문 의원은 "현재 대권주자 중에 과거 노무현-문재인처럼 '죽어도 이 사람'이라고 할 만한 후보는 없다"라며 "황희 의원 그룹이 이광재 의원 쪽으로 가고, 최종윤 의원 등이 이인영 장관 측으로 분산되는 등 친문 진영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핵심 친문 의원 역시 "생각의 차이 정도지만, 과거처럼 친문이 하나의 덩어리로 움직이진 않을 것"이라며 "당의 대선 흥행을 위해서도 여러 주자가 나오는 게 좋다"라고 했다.

복수의 친문 의원들에 따르면, 노무현-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모두 거친 민형배 의원의 이재명 지지 선언은 '독자 행동'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실제 한 친문 의원은 사석에서 "이재명 지사는 우리 입장에서 야당과 다를 바 없다"고 발언하기까지 한다. 지난 대선-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전해철 후보와 강하게 붙은 앙금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재명 지사가 대세론을 형성할 경우, 친문 색채가 옅은 의원들부터 결국 이 지사의 손을 들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예상도 있다.

그간 민주당 일부에선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항소심 유죄 판결(2020년 11월) 이후 친문이 정세균 총리를 대안으로 내세울 것이란 관측도 공공연하게 회자됐었다. 그러나 민주주의 4.0 소속의 한 의원은 "정 총리가 의미 있는 지지율을 보여주지 못하는 한 친문이 대대적으로 움직이기는 힘들 것"이라고 점쳤다.

[관련 기사]
'조급' 이낙연, '여유' 이재명, '공격' 정세균 http://omn.kr/1rb8s
이낙연-이재명 양강 드라마, 1년반은 길고도 짧다 http://omn.kr/1p2sy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임종석 #이광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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