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쓰는 봄날의 답신

[디카시로 여는 세상 시즌3 - 고향에 사는 즐거움 73] 깊은 침묵

등록 2021.01.22 09:24수정 2021.01.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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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붕어 ⓒ 이상옥


    다시 꽃나비 나풀거리는
    봄날께나 답신을 쓰겠다
         -이상옥 디카시 <깊은 침묵>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 고향집 연못도 꽁꽁 얼어 몇 줌 안 남은 물에 의존해서 겨우 목숨을 지탱하는 금붕어도 깊은 침묵 속에 빠져 있었다. 연못 속의 금붕어를 자세하게 관찰하면서 혹 금붕어도 얼음 속에 냉동 상태로 갇힌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들었다. 꼼짝하지 않고 있는 모습이 그랬다.
 
2월이 가까워 오니 조금씩 상황이 달라진다. 얼었던 연못도 정오의 햇살과 함께 해동이 돼 얼음 속에 갇혔던 것 같은 금붕어들도 지느러미를 흔들며 유영을 시작한다. 취미로 키우는 양봉 몇 통의 벌들도 기지개를 편다. 죽은 것처럼 꼼짝하지 않던 벌들이 따뜻한 햇살 내리는 정오 전후에는 벌통에서 나와 어디론가 날아가기도 하고, 작은 연못에서 물을 공급 받기도 한다.
 
아직 봄은 멀리 있지만 겨울 한파 속에서도 언뜻 봄기운을 느낀다. 며칠 전에는 사천양봉원에서 화분떡을 사서 벌들에게 먹이로 공급해 주었다. 오늘은 날씨가 따뜻해서 설탕을 조금 물에 녹여 공급해주니 벌들이 활기를 띤다. 아직도 고향집 인근의 텃밭에는 과수나무들만 을씨년스럽게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조금만 지나면 온갖 초록들이 고개를 비죽비죽 내밀 것이다.
 
올해는 어머니가 가꾸던 텃밭도 제대로 좀 관리를 해볼 생각이다. 자주 제초작업도 하고, 과수나무 전정도 하며 고추나 상추 등도 가꾸어볼 것이다. 코로나 지나면 베트남 호치민의 메콩대학으로 갈 생각에 고향집에서도 임시로 거주하는 것처럼 별다른 계획없이 하루하루 살았는데, 요즘 들어 생각을 좀 바꾸고 있다.     
 
한 달 전부터 오른쪽 팔이 저려서 견디다 할 수 없어 마산의 신경외과에 가서 치료를 받았지만 별 차도가 없길래 고성읍내의 한의원서 침도 맞고 있다. 며칠 전부터는 의사 소견서를 가지고 진주의 경상대학병원에서도 진료를 받는다. 3차진료기관이라 개인병원에서 치료 받던 소견서를 지참하지 않으면 진료를 받지 못한다. 병원 출입을 잘 하지 않아서 그런 사실도 이번에 알았다.

과잉진료로 환자들의 불신을 사는 사립병원도 없지는 않은데, 국립대학병원에서 진료를 받으니 의사선생님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갔다. 국립대학병원이어서 그런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벌써 다른 느낌이었는데, 선입견인지는 몰라도 담당 의사선생님은 히포크라테스 선서 그대로 인술을 베푸는 것처럼 보였다.   
 
새삼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과 감격을 느끼고 있다. 나이가 들면 이민 갔던 사람들도 의료시스템 등이 좋은 대한민국으로 다시 들어온다고 하는데, 이 좋은 나라를 두고 나이 들어 베트남에서 체류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과연 옳은 생각인가, 하는 회의가 요즘 든다.

사실 병원만 아니다. 고속도로 톨게이트 같은 곳에서 통행료를 교통카드로 줄 때도 담당 직원들의 태도가 정중했다. 대형마트 같은 곳에서 물건을 고르다 몰라서 안내원에게 묻기라도 하면 친절한 답변이 돌아온다. 민원으로 면사무소에 들러 서류 하나 발급할 때도 완벽한 시스템에 감동을 받는다.
 
대한민국은 이미 경제대국을 넘어 민도나 문화 전방위에서 걸쳐서 선진국이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 부쩍하게 된다. 물론 이것은 너무나 피상적이고 지극히 주관적이고 순진한 생각일 수도 없지는 않다. 그러나 나풀거리는 꽃나비를 보며 봄이 왔음을 알듯이, 아직은 코로나19 팬데믹 등으로 꽁꽁 얼어 붙은 마음들로 깊은 침묵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지만 정녕, 대한민국의 봄날이 머지 않았다. 미리 봄날의 답신을 이렇게 쓴다.    
덧붙이는 글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디지털카메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을 포착하여 찍은 영상과 함께 문자를 한 덩어리의 시로 표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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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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