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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최고의 날, 맨홀에 빠져 정신 잃은 남자

[리뷰] 픽사 장편 애니메이션 <소울> 의미있는 삶은 미래가 아니라 지금에 있다

21.01.22 16:21최종업데이트21.01.22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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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소울> 포스터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장난감에서부터 감정까지 다양한 주제 혹은 소품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영상화 시켜온 픽사 애니메이션의 행보는 언제나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들었다. 관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드는 그 이유는 비단 상상력과 화려한 CG효과뿐만 아니라 작품이 주는 메시지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 픽사 작품들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입가에 미소가 번지게 만들고 결국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눈시울이 불거지게 만드는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령을 불문하고 관객들에게 감동 혹은 재미를 줄 수 있는 작품을 방향성으로 잡고 있다는 것만으로 픽사의 작품들은 박수를 받을 만 하다고 생각한다. 이번 1월 20일 개봉한 영화 <소울>에게도 이는 해당된다. 이미 본토인 미국에서는 이미 개봉한지 조금 됐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작으로 올라왔던 작품이다. 그리고 각종 웹진에서 높은 전문가 점수와 대중들의 호평 그리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특히 역대 최고의 영화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아 관객들의 기대를 모았다. 영화는 유한한 삶에서 어떠한 가치를 추구해야하는지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의 모험으로 풀어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주 배경이 되는 사후세계는 가벼운 과학 상식과 심리학 등을 알고 보면 더 흥미로운 부분이 많은 매력적인 공간이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 만하다. 죽은 뒤의 세계, 더욱이 영혼들이 모이는 공간에 전작인 천사나 악마 혹은 하나님 같은 종교적 소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만든 사후세계는 매우 참신했다.

그러나 아쉬운 점 또한 없지는 않았다. 픽사의 전작 <인사이드 아웃> <코코>처럼 독창적인 세계관을 전면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연상되는 부분이 많았으나 설정은 역대 최고의 영화라는 평에 비해서 더 허술했고 단순해졌다. 또한 음악을 전면부로 내세운 홍보와는 달리 재즈 음악이 다른 분야로 대체되어도 전혀 이질감이 없으며 전체연령관람 작품임에도 어린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주제로 해 가족영화로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내 인생 최고의 날에 죽다?!
  

영화 <소울> 스틸 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중년의 재즈 피아니스트 조(제이미 폭스)는 유명한 뮤지션으로 성공하고 싶어하지만 중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는 신세다. 학교에서 나름 인정 받으며 정식 교사로도 채용이 되어 어머니 또한 그런 그를 자랑스러워 하지만 꿈에서는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드는 조는 우울하기 그지 없다. 초반은 이렇듯 조의 일상을 조명하며 시작이 된다. 점점 많아만 지는 나이와 마땅히 이루어 놓은 것은 없지만 점점 현실과 타협해 나가는 조의 일상은 여지껏 픽사 애니메이션을 보고 자란 이제는 어른이 된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시도로 비춰진다.

그러나 곧 조는 중학교 제자의 도움으로 유명 밴드의 피아니스트 오디션 기회를 얻게 된다. 재능을 아직 세상에 떨치지 못한 주인공이 무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여타 다른 작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설정이었다. 이시즈카 신이치의 <블루 자이언트> 또한 재즈에 감동을 느낀 고교생이 색소폰 연주자로 대성한다는 기본적인 토대는 유사하고 유니버셜 픽쳐스의 <씽>은 아예 음악에 열정을 가진 동물들이 뮤지션이 되기 위해 대거 출동한다.

이 같은 부류의 영화는 주인공이 멋지게 자신의 무대에서 재능을 발휘할 때의 카타르시스를 관객에게 제공 해야하는 의무를 갖는다. 그렇기 때문 주인공의 앞 길에는 현실의 꿈의 무대로 향하기까지의 고난이 필수적으로 놓여진다. 이 고난이야말로 풀어가는 과정의 참신함의 여부야말로 영화의 흥망성쇠를 결정 짓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러나 <소울>의 고난은 현실에 있지 않다. 사실상 존이 최종적으로 스타가 되는 과정은 말 몇 마디에 쉽게 풀어지고 고난의 과정은 모두 존의 갑작스러운 죽음 뒤의 다른 세계들에서 일어난다 볼 수 있다. 더욱이 고난에 빠진 이유가 적대세력에 의한 것이 전혀 아니란 점도 흥미롭다. 존에게 일어나는 사건들은 그가 외부로부터 재능을 인정받기 위한 성장 과정이 아닌 내면으로부터의 깨달음으로 이해하는게 옳다.

나는 살기 싫다고!!
  

영화 <소울> 스틸 컷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존은 그가 선망하던 도로시 윌리엄스(안젤라 바셋)의 밴드에서 멋지게 리허설을 성공한 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맨홀에 빠져 정신을 잃게 된다. 그리고 존의 영혼이 완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그레이트 애프터'라는 공간으로 가게 될 위기에 처해 지자 존은 행렬에서 벗어나 '그레이트 비포'에 도착하게 된다. 그레이트 비포는 영혼들이 지구에 태어나기 전 개성과 적성을 결정하는 공간이다. 각각의 영혼들은 특정한 기관에서 여러 활동을 경험하며 자신의 인생에 운명이라 느낄 만한 일을 먼저 고른다. 이는 매슬로우의 7단계 욕구 중 최고 위치에 존재한 자아실현의 욕구와 깊게 연관되어 있는데 영화 <소울>에서 최종적으로 주인공이 깨달은 인생의 최고가치와 자아실현의 욕구를 비교한다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인생의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고민해 볼 만하다.

여하튼 그레이트 비포에는 그곳을 관리하는 '제리'라는 관리자들을 속여 아직 태어나지 않은 영혼들의 멘토가 되고 거기서 지구에서 태어나기를 거부하고 그레이트 비포에 오랜 시간 머문 문제 영혼 22호(티나 페이)의 적성을 찾는 일을 맡게 된다. 조는 22호와 문윈드(그레이엄 노턴)의 도움으로 무의식의 세계에서 지상에 내려가게 되지만 문제가 생겨 코마 상태에 있던 조의 몸에 22호의 영혼 옆에 있던 고양이의 몸에 조의 영혼이 들어가게 된다. 조는 재즈 콘서트의 시간을 맞추기 위해, 22호는 다시 그레이트 비포로 돌아가기 위해 문윈드를 찾는다.

처음 조의 몸과 현실 세계에 22호는 적응하지 못하지만 그녀는 세상을 둘러보며 조의 입장에서 세상을 경험한다. 이전 22호는 역사에 길이 남은 위인들에게 조언을 듣고 모든 일들을 경험했었지만 22호에게 영감을 주지 못했다. 이는 오감이 배제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영화는 플라톤이 그의 저서 <파이돈>에서 언급한 것처럼 정신이 육체를 능가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 반대를 강조하지도 않는다. 어느 하나 열등하거나 우월한 것 없이 두 부분이 모두 동반되어야 '재징'(세상과의 소통)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영화 <소울>은 삶을 유의미하게 사는 법에 명확한 해답을 내려주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이냐는 마지막 질문에 조의 대답은 잘은 모르겠지만 하루를 살 것이라는 대답이었다. 그러나 영화의 결말은 오히려 깊게 여운이 남는다. 삶은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도 혹은 수사학적으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조가 최고의 날에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했듯이 도처에 여러 변수가 놓여져 있는 것이 바로 삶이다. 그렇기 때문, 인생은 답이 없더라도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싶다. 미래만을 꿈꾸며 살다가 영화의 조처럼 갑작스레 마지막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으니 말이다.
소울 픽사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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