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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대체재' LG 제품, 이제 더는 사지 않겠다"

LG트윈타워 청소노동자들과 시민단체의 ‘엘지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며

등록 2021.01.22 16:19수정 2021.01.2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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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트윈타워 노동자들과 공대위가 14일 농성 한 달을 맞아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 김종훈

 
새해 벽두에 노동자들이 시민단체와 연대하여 엘지(LG) 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했다. 어딘가 했더니 여의도에 있는 '트윈타워'다. 한때 해마다 여의도 집회로 가는 전세 버스 속에서 늘 건너다보았던 지상 34층짜리 '쌍둥이 빌딩'에서 지금 용역업체의 계약해지에 반발하며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단다. 

보도에 따르면 트윈타워 청소노동자 80여 명은 지난해 12월 말 계약이 해지되었다. 건물 관리 회사인 엘지 계열사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이 용역업체인 지수아이앤씨와의 계약을 종료하면서다. 정부 지침은 원청의 용역업체가 바뀌더라도 고용을 승계하도록 권고하는 것인데도, 노동자들은 졸지에 일자리를 잃은 것이다. 

노동자 가운데 30여 명은 계약해지에 항의하며 지난해 12월 16일부터 파업에 들어간 뒤 건물 로비에서 노숙 농성 중이다. 노동자들은 지난해 노조를 만들어 업체와 단체교섭 과정에서 갈등을 빚은 걸 이유로 계약이 해지된 거로 의심한다. 

원청인 에스앤아이코퍼레이션은 LG그룹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고, 용역업체 지수아이앤씨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고모인 구미정·구훤미 씨가 각각 50%씩 지분을 나눠 소유한 회사란다. 구씨 자매는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여 년간 207억 원 이상의 배당을 받았지만, 최근 지수아이앤씨를 매각하기로 했다고 한다. 해고 사태로 논란이 커지자 손을 털기로 한 것이다. (관련 기사 : 보름 만에 LG트윈타워 밖에 나온 청소노동자 "LG가 해결하라")

노동자들의 항의에 침묵하던 엘지 측이 청소노동자들의 농성을 전면 금지해 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은 법원에서 기각되었다. 법원은 "쟁의행위는 평화적 단체교섭의 실현을 뒷받침하고 노동자들의 생존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이라고 판단하고 "그간의 사정을 보면 조합원의 쟁의행위는 목적·시기·절차 등에서 정당하다"며 엘지 측의 "쟁의행위 수인(受忍·참고 받아들임) 의무"를 인정한 것이다. 

노동자들과 시민단체에서 엘지 제품 불매운동에 들어간 것은 이러한 상황에서 원청인 엘지가 어떠한 역할도 하지 않은 채, 사태를 수수방관하면서 손을 터는 데 대한 분노와 항의를 이어가기 위해서다. 그간 엘지가 주장해 온 '인간 존중 경영'은 엄동설한에 노동자들이 거리로 쫓겨나는 상황 앞에서 휴지 조각이 되어버렸다.  

진작에 이 소식을 들으면서도 나는 잠깐 헷갈렸다. 엘지가 그 명성에 걸맞지 않은  대응으로 이해 당사자인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시민단체와 소비자들의 분노를 자초한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상황에 소비자로서 내가 그 불매운동에 동참함이 마땅하긴 한데, 뭔가 '아퀴가 잘 맞지 않는 듯'해서다. 

윤리적 소비, 혹은 불매운동

나는 오래전부터 이른바 '윤리적 소비'에 대한 생각과 함께 소비자의 윤리적 선택이라는 관점에서 불매운동을 지지해 왔다. 무명의 소비자가 일상에서 참여하는 불매운동이 비록 그 대상 기업의 매출에 털끝만 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실천의 진정성은 아름답다고 여기면서 말이다. (관련 기사 : '착한 커피' 혹은 더바디샵)

나는 기업이 '이윤 동기'에 따라 움직인다는 사실을 긍정할 수밖에 없지만, '그 방식은 최소한의 법적·도덕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믿었다. 노동조합을 금기시하고 있는 삼성의 '집요한 노무관리 방식'은, 그들이 떠받드는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무관하게' '야만적'일 뿐이라고 지적한 것은 그래서였다. 내가 삼성의 상품을 더는 사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2007년에 '착한 커피' 관련 기사를 썼을 무렵이었다. 

 

우리 집에 '삼성' 제품은 하나도 없다. 삼성의 대체재로 나는 10년 이상을 엘지 제품을 써 왔다. 사진은 모델은 조금 다르지만 우리 집에서 쓰는 엘지 전자제품들이다. ⓒ 엘지 제품 캡쳐

 
그리고 나는 10년도 넘게 더는 '삼성'의 물건을 사지 않았다. 텔레비전이나 냉방기, 냉장고 따위의 전자제품을 사면서 나는 의도적으로 '경쟁사'의 제품을 샀다. 소형 휴대용 녹음기를 사면서 삼성 제품을 피하느라 갑절이나 비싼 다른 상품을 사기도 했다.

휴대전화를 바꿀 때도 나는 한글 입력방식이 다름에도 불구하고 경쟁사의 제품을 샀다. 아이들은 그걸 불편하게 여기는 모양이지만 나는 거기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천지인'이든 '나랏글'이든 한글의 구성 원리를 적용한 것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뜻을 같이하여 나의 '나 홀로' 불매운동에 동참해 주었다. 

국민의 지지를 받는 도덕적인 기업이 드문 현실에서 '윤리적 소비'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삼성 제품을 사지 않는 방식의 소비생활도 과연 나머지 기업들은 도덕적인가 하는 문제에 이르면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언뜻 떠오르는 나라 안 굴지의 기업들이 그간 저지른, 크고 작은 부도덕한 경영 사례는 꼽으려면 손가락 열 개가 부족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말이다. 

삼성 제품을 사지 않으면서 대체재로 선택한 기업을 '경쟁사'라고 얼버무렸지만, 그게 엘지라는 건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 전자레인지, 전기 오븐, 냉방기, 청소기, 스마트폰 따위는 물론, 지난여름에는 정수기도 엘지 제품으로 들였고, 인터넷마저 엘지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실제로 엘지의 전자제품은 스마트폰을 빼면 삼성과는 오히려 비교 우위에 있는 수준의 품질과 내구성을 자랑한다. 당연히 삼성을 대체한 엘지 제품에 나는 충분히 만족해 왔다. 그뿐인가, 삼성이 비윤리적 기업 경영으로 손가락질받을 때도 엘지의 기업 이미지와 엘지 제품의 우수성은 드러나지 않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그동안 삼성의 '대체재' 엘지를 잘 써왔지만...

창업주가 독립운동을 지원했다던가, 엘지가 국내외 독립운동 유적 지킴이 후원을 해오고 있으며, '의롭고 아름다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작은 보탬'으로 '엘지 의인상'을 운영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대체재로 선택한 이 기업과 제품에 대한 만족감을 배가해 주었다. 

늘 삼성에 밀려 '2등 기업'인 것처럼 여겨지지만, 엘지 전자제품은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았을 뿐, 오히려 비교 우위에 있다는 사실이 소비자들의 발견을 통해 증명되곤 했다. 실상은 훨씬 뛰어난 제품인데도 굳이 그걸 홍보하지 않자, 소비자들이 '대신 홍보해주기'에 나서거나, 토네이도에 집이 날아가도 멀쩡한 엘지 냉장고에 대한 찬사가 폭발할 정도였다. 

엘지의 이러한 경쟁력과 품질이 10년 넘게 삼성 불매를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이었음을 더 말할 게 없다. 물론 나는 엘지를 삼성과 견주어 이분법으로 파악할 만큼 순진한 소비자는 아니지만, 간간이 들리는 엘지의 미담이 내 선택을 정당화해 주었다는 건 부인하지 못한다. 얼마간은 불편했지만, 이동통신 서비스도 꽤 오래 엘지를 이용해 왔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이상이 엘지 불매운동 소식을 듣고 나서 거기 동참하는 일이 '아퀴가 잘 맞지 않는 듯'하다고 느낀 이유다. 아, 또 있다. 내게 과연 그 불매운동에 동참할 수 있는 구매 목록이 남았는가 하는 부분이 걸린 것이다. 퇴직 연금생활자에게 고가의 전자제품을 바꾸는 게 손쉽지 않음은 물론이거니와, 지금 쓰고 있는 전자제품들의 수명이 당장 다한 것도 아니어서다. 

글쎄, 아이들이 바꿀 때가 되었다고 성화인 9살 된 텔레비전은 내가 보기엔 4, 5년은 더 써도 될 듯하고 비슷한 시기에 산 냉장고도 마찬가지다. 10년이 넘은 냉방기는 아직도 팽팽 돌아가고, 녹이 슨 세탁기는 아내가 고장 나서 멎으면 바꾸자고 하니 당장 구매 목록에 올릴 처지가 아니다. 

불매운동이 그냥 말치레로 끝날 수는 없는 것은 그 불매의 윤리적 동기를 의심하게 하는 일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뿐 아니라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도 궁싯거리기만 한 이유는 원청인 엘지 그룹이 불매운동으로 번진 이 사태를 그간의 평판대로 말끔히 정리하기를 기대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법원조차 노동자들 투쟁과 농성의 합법성을 인정했는데도 사태는 정리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제 슬슬 내 전자제품이나 서비스 구매 목록에서 엘지를 지울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걸 깨닫는다. 비록 그게 지금껏 내가 보지 못했던 엘지의 다른 쪽 얼굴이라는 걸 인정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이번 엘지트윈타워 사태를 보면서 ‘사람’의 눈길로 소비자를 바라보는 기업을 찾기 힘든 것이 고도 소비사회에 이른 2021년의 한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확인한다. ⓒ 각 회사 로고 캡쳐

 
엘지의 제품을 쓰면서 나는 자본의 탐욕 앞에 기업의 윤리 따위는 한낱 액세서리에 그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잠깐 잊고 있었는지 모른다. '사람'의 눈길로 소비자를 바라보는 기업을 찾기 힘든 것이 고도 소비사회에 이른 2021년의 한국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고 확인하는 아침은 씁쓸하다. 

어제 뉴스였던가. 엘지가 스마트폰 사업을 정리하고 철수한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나는 잠깐 지금 쓰는 스마트폰 수명이 다하면 어떡하나, 하고 잠깐 열없는 생각을 하다 말았다. 그렇다, 이렇게 지질한 생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무명 소비자지만, 나는 엘지 제품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는 걸 밝혀두기로 한다. 그건 기실, 기업에 던지는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에게 되뇌는 나지막한 중얼거림일 뿐이지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qq9447.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관련 글 “‘삼성’ 물건 안 쓰고 살기”(https://qq9447.tistory.com/609)도 읽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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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기사 포함, 모두 1천여 편의 글을 썼다. 2019년 5월, 블로그 '이 풍진 세상에'에 연재한 '친일문학 이야기'를 단행본 <부역자들, 친일문인의 민낯>(인문서원)으로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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