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삭발한 세월호 엄마들의 절규 "다 무혐의...검찰이 범죄에 면죄부 줬다"

[현장] 세월호 부모들, 특수단 수사결과 규탄·대통령 입장 표명 요구... 25일까지 촛불 집회

등록 2021.01.22 18:26수정 2021.01.23 12:00
58
원고료로 응원
 
a

416연대 세월호 유가족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결과를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이희훈

a

. ⓒ 이희훈

 
"이런 이야기도 들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문재인 정부에서 삭발하면 안 된다고. 그래서는 안 된다고. 우리 아이들은 문재인 정부를 위해서 희생된 게 아니다. 우리 엄마, 아빠들은 더불어민주당 정권을 위해 존재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22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이 삭발을 진행하기 전 한 말이다.

유 위원장은 "삭발 자체는 사실 두려울 것도 없고 대단할 것도 없지만 이렇게까지 상황이 오게 된 것에 대해, 삭발해서라도 우리 목소리를 전할 수밖에 없는 이 상황이 화도 나고 두렵고 걱정도 된다"면서 "우리가 믿고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그것이 너무 두렵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세월호 참사 규명 위해 모든 권한 사용해야"
 
a

416연대 세월호 유가족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결과를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이희훈

 
"2020년 9월 청와대는 '대통령께서 곧 의지를 표명할 테니 (농성을) 중단하고 기다려달라'라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세월호 진상규명을) 이토록 열심히 잘하고 있는데 굳이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야기 할 필요가 무엇인가, 이 정도면 다 보여준 것 아닌가'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 그 결과가 검찰의 세월호 특수단의 수사 발표다." 

유 위원장은 이어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 정권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위해, 책임자 처벌을 위해 그리고 이를 통한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권한을 다 사용해야 한다"면서 "지금 당장 약속 이행을 위해 정부의 권한을 사용해 진실을 규명하기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유 위원장은 발언 후 단원고 2학년 3반 고 김시연양 엄마 윤경희씨와 단원고 2학년 6반 고 권순범군 엄마 최지영씨, 단원고 2학년 6반 고 신호성군 엄마 정부자씨, 단원고 2학년 7반 고 정동수군 아빠 정성욱씨는 진상규명을 위해 오랜 시간 함께 활동한 최헌국 목사와 함께 삭발을 했다.

앞서 지난 19일 세월호 특수단(아래 특수단)은 고 임경빈군 구조 방기를 비롯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및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의혹,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 외압 행사 의혹 등 수사 대상에 오른 17개 혐의 가운데 2건만 기소하고 13건을 무혐의 처리하고 해체됐다.

발표 현장에서 임관혁 특수단 단장은 "유가족이 이런 결과에 실망하리라 생각한다"면서도 "법률가로서, 검사로서 되지 않는 사건을 억지로 만들 수 없다.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라고 강변했다.

삭발한 세월호 희생학생 엄마의 절규 
 
a

416연대 세월호 유가족 고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정부자씨가 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삭발을 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a

416연대 세월호 유가족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결과를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이희훈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진행된 세월호 유가족들의 삭발은 특수단의 수사결과를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성역없는 진상규명에 관한 입장을 표명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 진행됐다. 그러나 삭발식 내내 눈물을 감추고 애써 감정을 억눌렀던 세월호 희생학생의 엄마들은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나눠 읽으며 감정이 폭발했다. 

특히 신호성군의 엄마 정부자씨는 입을 떼기 전 눈을 질끈 감은 채 "숨을 쉴 수 없다"면서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아아…"

그는 힘겨운 목소리로 "검찰특수단은 황교안, 우병우 등 권력의 수사외압을 모두 무혐의 처분함으로써 권력의 부당한 압력에 굴복해 김경일 정장 한 명을 겨우 기소했던 검찰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가리고 정당화시켰다"면서 "검찰특수단이 정보기관의 불법사찰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은 암묵적 지시를 하고 사찰의 수단을 들키지 않으면 민간인 사찰을 얼마든지 해도 된다는 뜻으로, 범죄를 조장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노랗게 염색한 머리를 삭발한 순범엄마 최지영씨도 "특수단은 '몰랐다', '기억이 안 난다' 등과 같은 피의자들의 일방적인 진술과, 당시 상황을 완전히 무시한 채 소위 전문가들의 입을 빌려 경빈이의 생존 증거를 찾을 수 없다는 해괴한 논리로 응급조치를 방해한 해경 전원에게 무혐의 처분을 했다"면서 "정부의 구조, 수습 방기 문제를 드러낼 계기였던 경빈에 대해 면죄부를 줬다"라고 비판했다. 순범엄마의 곁에는 청와대 앞에서 22일 기준 437일째 경빈엄마 전인숙씨가 서 있었다.

참사 이듬해인 2015년 4월 세월호 선체인양과 시행령 폐기를 주장하며 삭발을 했던 시연엄마 윤경희씨는 이날 정확히 5년 9개월 동안 길러 허리까지 닿았던 갈색 머리카락을 다시 잘랐다.
   
a

416연대 세월호 유가족 고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정부자씨와 고 권순범 학생 어머니 최지영씨가 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삭발을 마치고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이희훈

             
a

416연대 세월호 유가족들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의 수사결과를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표명을 촉구하며 삭발을 하고 있다. ⓒ 이희훈

  
머리를 민 윤씨는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한 점 의혹이 남지 않도록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밝힌 특수단은 결국 과거 검찰의 부실수사와 세월호 참사의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준 것이나 다름없는 발표만 했다"면서 "국민들 염원을 저버린 특수단을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한지를 검찰 스스로 드러냈다"라고 밝혔다.

이날 삭발을 한 유족들은 한 목소리로 "그동안 일관되게 검찰 수사결과를 지켜보고 미흡하면 나서겠다고 이야기해 온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답을 해야만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가 우리(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와 마찬가지로 특수단의 수사결과가 미흡하다고 판단한다면 지금 당장 권력기관이 제한 없이 조사와 수사에 임하도록 지시하고 책임지겠다는 것을 문 대통령 스스로 직접 표명하고 약속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a

(위에서부터) 416연대 세월호 유가족 고 권순범 학생 어머니 최지영씨, 고 김시연 학생 어머니 윤경희, 고 신호성 학생의 어머니 정부자씨의 삭발 전 후의 모습. ⓒ 이희훈

 
이를 위해 세월호 참사 희생학생 가족들은 23일 오후 '세월호 참사 7주기까지 성역없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의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다'는 피켓을 들고 광화문에서 청와대까지 시민들과 함께 피케팅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5일부터는 매일 저녁 청와대 앞에서 촛불을 들 것이라고 예고했다
댓글5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AD

AD

인기기사

  1. 1 대낮 술집서 펼쳐진 풍경... 한 교사의 용기가 가져온 기적
  2. 2 결국 윤석열이 원하는 것... 놀라운 장면들
  3. 3 '정치인 윤석열'의 선배들
  4. 4 인천의 '돌대가리'로 불린 교장이 학교에서 벌인 일
  5. 5 승리 회견서 '울컥'한 오세훈 "안철수를 믿는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