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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너간 남녀 동수 내각... 여성 장관 17%로 떨어진 이유

30% 수준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하락세... 내부자들에게 물어보니

등록 2021.01.25 13:08수정 2021.01.2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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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2017년 4월 21일 서울 용산구 한국여성단체협의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이 자리에서 특별한 약속을 드리겠다. 우리 현실상 단숨에 동수내각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보지만 적어도 30% 수준으로 출발해서 단계적으로 임기 내에 동수내각 실현을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 남소연

 
"시대의 흐름상 고위직에서 여성을 임용하거나 발굴하는 것은 굉장히 상징적이고 긍정적인 메시지를 주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찾으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리더십이나 평판, 역량을 갖추고 있는 '준비된 인재풀' 자체가 없어서 애로사항이 많다."

청와대 전직 비서관 A씨는 고위직 여성 발굴의 어려움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정부 개각으로 인해 여성 장관의 숫자가 18명 중 5명(27.7%)에서 3명(16.6%)로 줄었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내 동수내각' 공약과도 한참 먼 성적표다.

문재인 정부의 첫 내각에는 여성 장관이 5명(27.7%)이나 포진됐고, 여기에 장관급인 보훈처장에 피우진 예비역 중령을 임명하면서 '이전 정부와는 다르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박근혜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제외한 여성 장관은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여성부장관 역임), 단 두 명 뿐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12명의 여성 장관을 탄생시켰고, 외교부, 국토교통부, 중소벤처기업부 등에는 처음으로 여성 장관을 임명했다. 그러나 임기 5년차를 맞은 지금, 동수내각 실현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다. 최근 개각을 통해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강경화 외교부 장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이정옥 전 여성가족부 장관 등 총 다섯 명의 여성 장관이 교체됐거나 교체될 예정이다.

반면 새롭게 장관으로 임명된 여성 장관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 두 명 뿐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의 막바지엔 유은혜 교육부 장관을 포함해 3명(16.6%)의 여성 장관만이 남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시작은 좋았는데 후반부는... 왜 이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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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외교부 장관. (자료 사진) ⓒ 남소연


하지만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전직 비서관들은 '청와대는 여성 장관을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여성 인재풀 부족', 리더로 성장하지 못하게 만드는 '강고한 유리천장'이 여성 장관 임명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앞서 언급한 전직 비서관 A씨는 "가부장적 문화와 더불어 출산·육아 등으로 여성들이 엄청난 제약을 받아오다 보니, 관료 중에서도 중간 간부가 너무 적다"면서 "여성 후보를 찾고 싶어서 국가 인재 DB를 통해 몇 백명씩 스크린하는 등 내부에서는 노력을 많이 한다"라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발탁'도 필요하지만, 여성이 리더급으로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는 오래된 관행과 시스템 개선이 우선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청와대 전직 비서관 B씨 역시 "(여성 장관 임명은) 사회적으로 평가 받는 일이기 때문에 인사권자인 대통령이나 인사위원회에서 적극적으로 희망한다. '여성이어서 안 된다'는 없고 오히려 비슷한 조건이면 기회를 준다"면서 "청와대에선 오히려 균형인사비서관실을 따로 둬서 과소대표된 분위들을 고려하고, 지역별·성별 균형을 맞춰가려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강경화 장관이나 피우진 처장은, 그 분야에서 제 역할을 할만한 여성을 발굴해 낸 케이스"라며 "제한적인 풀에서도 적극적으로 여성 인재를 찾으려는 노력은 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재풀 부족"... "정부 내 남성 카르텔 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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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11일 오후 신임 수석비서관들과 오찬을 가진 후 청와대 소공원에서 차담회 하고 있다. 당시 조현옥 인사수석비서관(왼쪽에서 세번째)은 청와대 사상 첫 여성 인사수석비서관으로서 기대를 모았다. ⓒ 연합뉴스


그러나 한편에서는 청와대의 의지가 후퇴했다는 지적도 있다. 여당 출신 여성 전직 국회의원은 정부의 기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여성 비율 30% 수준은 지키려는 노력을 해야한다"면서 "여성 유권자를 생각해서라도 더 많은 여성들을 등용하고, 정부의 '남성 카르텔'을 깨나가야 한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는 "여성이나 소수자의 대표성 확대는 굉장히 중요하다. 정책과 예산 등을 세울 때는 개인의 경험이 반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특정 집단이나 성별의 의견만 정부에 반영되는 것은 편항된 정책과 양극화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제까지 디지털 성폭력, 데이트 폭력 등이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는 데는 그런 이유가 크다"고 지적했다.

권수현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대표는 "최근 개각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마무리를 함께 할 '동지 리스트'에 여성들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더 확장성 있는 인물을 기용할 필요성도 의지도 못느끼는 것 같다. 이는 국가 비전과 연결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2017년 기준 OECD 회원국의 여성 장관 비율은 평균 27.9%다. 또한 OECD 회원국 가운데 77%인 27개 국가에서 여성 장관은 전체 장관의 20% 이상을 차지한다. 프랑스·스웨덴·캐나다 등은 과반을 넘었고, 영국·독일·스페인 등도 30%가 넘는다.

이달 출범한 미국의 바이든 내각 역시 장관·장관급 26명 중에 여성이 12명으로 46%를 차지했다. 여성이 25명 중 4명이었던 트럼프, 22명중 7명이었던 오바마 정부와 비교했을 때 한층 진일보한 셈이다. 현재 한국은 정부 조직(18부 5처, 18청, 2원 4실, 7위원회) 54곳을 전부 합쳐도 여성 기관장은 6명에 불과하다.
 
#여성대표성 #문재인 정부 #동수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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