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행복한 우리 가족

등록 2021.01.23 15:15수정 2021.01.23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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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은 화창한 오후였다. 몇 가지 검사지들을 가방 속에 집어넣고 난 초조한 마음에 차창 밖만 쳐다보고 있었다. 평소 크게 틀어놓던 라디오 볼륨 소리를 한껏 낮춘 채 침묵을 싣고 신랑과 나는 서면에 위치한 산부인과 병원에 도착했다.

"어떤가요?"

의사선생님 미간이 찌푸려졌다. 차트를 한 번 더 확인하시고 가지고 온 검사지와 CD 속 사진들을 번갈아 비교하시더니 짧게 한마디 툭 던지셨다.

"난임입니다. 시험관 말고는 방법이 없네요."

너무 놀란 나머지 난 대답 대신 눈만 꿈벅 거렸다. 다만 오히려 더 잘된 일이라며 정확한 원인을 모른 채 난포를 키워 배란일을 맞추는 것보단 낫다는 의사선생님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리고 긴 여정에 지치지 않도록 나를 위해 신경을 많이 써 줘야 한다며 신랑을 향한 따뜻한 당부도 잊지 않으셨다.

인사를 꾸벅하고 진료실을 나섰다. 무슨 정신으로 수납을 하고 차로 돌아왔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축 처진 내 어깨를 감싸는 따뜻한 손길.

"방법이 있다니깐 얼마나 다행이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난 자기가 힘든 게 더 싫어. 내가 있는데 뭐가 문제야."

달리는 차 안에서 신랑이 조심스럽게 먼저 말을 꺼냈다.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그만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엉엉 소리를 내 울면서도 정작 난 고개를 떨구었다. 차마 신랑을 바라보지 못했다.

당연하듯 배려받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미안하고 또 미안했다. 며칠 후, 흘려보낸 눈물을 씻어내고 우리 부부는 건강한 신체 만들기에 돌입했다. 몇 년간 당직근무로 저하된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 비싼 영양제를 구입했으며, 식단조절과 퇴근 후 2시간씩 파워 워킹을 시작했다. 그렇게 힘겹던 과정을 슬기롭게 통과하고 마침내 우리에게 아기천사가 찾아와 주었다.

"수진님 축하드립니다. 임신입니다."

수화기 속 너머 간호사 선생님의 말에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오열했다. 지난 시간들 속의 눈물과는 분명 다른 뜨겁고 뭉클한 것이었다.

그날도 신랑은 내 옆에 함께 있어 주었다. 우린 서로를 마주 보며 웃고 있었고 그는 그런 나를 꼭 안아주었다.

새해가 밝았다. 벌써 아기를 품은 지 26주가 지났다. 올해 4월이면 만나볼 수 있다는 생각에 설레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냉장고에 붙여진 입체초음파 사진을 향해 입술을 가져다 댄다.

눈도 뜨지 못한 아기가 건네는 수줍은 미소가 지 아빠를 쏙 닮았다. 주말 아침 느지막하게 일어나보니 휴대전화 속에 따뜻한 문자 한 통이 와 있다.

'출근 잘했어요. 많이 피곤하지? 냉장고에 과일 깎아 놨으니 밥 먹고 꼭 챙겨 먹어. 많이 사랑해요.'

커튼을 걷었다. 창문 안으로 1월의 눈 부신 햇살이 비쳐 들어왔다. 힘들었던 시간보다 함께했던 시간이 우릴 더 단단하게 만들었고 가족이란 울타리를 세울 수 있었다.

오빠 고마워. 앞으로 우리 가족 오랜 시간 지금처럼 함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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