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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촛불 든 청년들 "7년 됐는데 세월호 진상규명 외칠지 몰랐다"

[현장]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 진상규명 약속이행' 촉구 촛불피케팅... 30일까지 매일 진행

등록 2021.01.25 23:50수정 2021.01.25 2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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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다시 촛불을 들었다. 사진 속 좌측이 조형우씨, 우측이 안창준씨다. ⓒ 김종훈

 
"다들 먹고 살기 힘들고, 생활이 어려워 (세월호에 대해) 관심이 멀어진 건 알겠는데, 그렇다고 해서 진상규명을 외치는 목소리까지 폄하하진 않았으면 좋겠다. 유가족들과 같이 하지는 못할망정 폄하하는 건 정말로 아닌 것 같아 함께하게 됐다."

25일 저녁 서울 청와대 인근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건너편에 위치한 푸르메센터 앞에서 '다시 촛불, 다시 세월호'라는 피켓과 함께 LED촛불을 든 스물한살 청년 조형우씨가 <오마이뉴스>를 만나 '촛불집회에 나온 이유'라며 한 말이다.

이날 조씨와 함께 피켓을 든 안창준씨도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을 때 중학생이었다"면서 "그런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도 이렇게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솔직히 상상도 못했다. 명색이 '촛불대통령'인데 참사 7년이 지났음에도 달라진 것이 없고 별로 의지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실망감이 들었다. 그래서  정권에 대해 경고 차원에서 오늘 촛불을 들게 됐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이날 이들은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을 규탄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약속이행 응답을 촉구하는 촛불피케팅'에 참석해 60여 명의 시민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다. 이들 중에는 단원고 2학년 3반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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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다시 촛불을 들었다. ⓒ 김종훈

 
유 위원장은 <오마이뉴스>를 만나 "어떻게 하면 정부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책임지고 해내게 만들지 참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 "'다시 촛불을 들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 정부가 경각심을 갖지 않을까, 다시 촛불 정신을 갖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할 수 없어 촛불을 꺼내들게 됐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문재인 정부는 세월호 참사로 인해 촉발된 촛불혁명으로 만들어진 정부 아니냐"면서 "문 대통령은 지금까지 수차례 진상규명을 말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하지 않으니 그 이유를 묻기 위해 이렇게 촛불을 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떤 분들은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이 청와대 앞에서 이렇게 촛불을 다시 드는 걸 못마땅해 한다는 거 알고 있다. 그런 반응이 실제 있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분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왜 우리가 이렇게까지 하는지 와서 들어봐 달라는 거다."

유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 하나 믿고 지금까지 기다렸다"면서 "그 시간이 박근혜 정부에서 싸운 것보다 이제는 훨씬 더 길어졌다. 이런 상황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문재인 정부가 이제는 답을 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 위원장 말대로 문재인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 및 당대표 시절부터 수차례에 걸쳐 "유가족과 국민들 앞에 세월호의 완전한 진실규명을 다짐한다"라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2014년 8월에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단식을 말리기 위해 열흘 동안 곡기를 끊은 적도 있다. 

노란리본에 전구 단 경빈 엄마 "이렇게라도 해야 청와대에서 볼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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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다시 촛불을 들었다. ⓒ 김종훈

 
지난 2019년 11월 13일부터 440일째 청와대 앞에서 1인시위를 이어가는 경빈엄마 전인숙씨 역시 이날 촛불피케팅에 전구를 단 노란리본을 들고 동참했다.

전씨는 "촛불로 들어선 정부에서 다시 촛불을 드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면서 "그럼에도 촛불을 든 것은 대통령을 욕하자는 게 아니라 진상규명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듣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기무사와 국정원의 사찰 증거가 명백한데도 특수단이 무혐의 처리했다.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건 대통령뿐이지 않느냐. 오늘 세월호 리본에 노란 전구를 달았다. 이렇게 해야 청와대에서 잘 보일 것 같았다"라고 고백했다.

이런 가운데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25일 열린 국회 청문회에서 "특수단 수사결과는 사실 다 이해가 안 되지만, 특히 이해가 안 되는 것은 국정원이 세월호 유가족들의 개인정보를 수집한 것은 인정되나 기소하지 않겠다고 한 것"이라면서 "제가 스스로 (수사 경과를) 볼 수 있다면 기록까지 검토하고, 거기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세우겠다"라고 말했다.

앞서 19일 검찰 특수단은 고 임경빈 군 구조 방기 의혹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및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의혹, 법무부의 세월호 수사 외압 행사 의혹 등 수사 대상에 오른 17개 혐의 가운데 2건만 기소하고 13건을 무혐의 처리한다고 발표했다. 

특수단은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2014년 당시 국정원과 기무사의 유가족 사찰 부분'에 대해 "정보기관이 유가족에 대한 동향보고서를 작성한 사실은 확인되지만, 미행·도청·해킹·언론유포 등 구체적인 권리침해는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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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저녁 청와대 인근에서 세월호 가족들과 시민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진상규명 약속이행'을 촉구하며 다시 촛불을 들었다. ⓒ 김종훈

 
이날 함께 촛불을 든 박승렬 4.16연대 공동대표는 <오마이뉴스>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는 제대로 하산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하산을 할 때는 미진했던 점이 무엇인지 따져보고 할 수 있는 건 할 수 있다, 없는 건 할 수 없다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 그것이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키고 지지한 시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촛불피케팅은 오는 30일까지 매일 저녁 6시 30분부터 8시 30분까지 청와대 앞 분수광장 및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건너편 푸르메센터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당초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은 시민들과 함께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촛불피케팅을 준비했지만, '감염병 확산'을 우려한 경찰의 통제로 두 곳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세월호 #문재인 #촛불 #청와대 #촛불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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