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용고시 2차 시험, 이대로 괜찮은걸까?

단기간에 점수로 평가받는 판에 박힌 듯한 2차 시험

등록 2021.01.27 08:48수정 2021.01.27 10:42
0
원고료로 응원

2021학년도 경기도 중등교사 임용시험 2차 시험장소 ⓒ 조성모

          
똑같다. 어떻게 이렇게 똑같을까?

대한민국 교사를 뽑는 임용고시 2차 시험 첫날에 감독관으로 다녀왔다. 2차 시험은 대기실, 구상실, 평가실로 나뉘어진다. 수험생이 시험장에 처음 들어가는 곳이 대기실이다. 여기에서는 순번을 정하기 위해 각 조별로 제비뽑기를 한다.

1번을 뽑은 수험생은 1시간도 안 돼서 시험장을 나갈 수 있다. 마지막 번호인 11~12번을 뽑은 수험생은 오후 4시까지 기다리다 5시에 나간다. 임산부이거나 몸이 안 좋은 상황이라면 해당하는 조 수험생들의 동의하에 순서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구상실에서는 주어진 문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수업을 어떻게 전개할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25분이 주어진다.

마지막 평가실에서는 15분 동안 수업을 시연하고 10분간 '수업나눔'을 한다. 평가실에서는 수업을 평가하는 평가위원 3명이 있다. 평가위원은 교사, 교감, 장학사로 대부분 구성되어 있다. 나는 평가실 감독관으로 수험생 안내, 정전을 대비한 초시계 재기와 서류관리를 맡았다.

"왜 이렇게 비슷해요?"
"그러게, 어디 학원들을 다니나?"
"요즘 임용고시 스터디 그룹을 해서 서로 봐준다고 하는데 그러면서 다들 비슷해진 것 같아요"
"유튜브 검색창에  '임용고시 2차'라고 검색하면 영상이 끝도 없이 검색된대요"
"..."


평가실에 총 12명의 수험생이 수업 실연을 했다. ctrl+c로 복사하고 ctrl+v로 붙여넣기 한듯한 모습은 작년과 매한가지다. 수업을 전개하는 과정도, 수업 중 가상의 문제 학생을 상대하는 모습도, 목소리 톤이 비교적 높은 것도, 교실 순회하는 모습도 판화처럼 찍어낸 것 마냥 비슷하다.

물론 구상실에서 받아든 문제상황이 같다고 하더라도 그 문제상황을 해결하는 모습은 저마다 좀 다른 것이 자연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정작 문제는 이 짧은 15분 동안 수업 실연을 하면서 평가위원이 들고 있는 정답지에 가깝게 수업 중 문제상황에 대한 해답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 있다. 뻔히 정답지를 들고 있는 평가위원이 있는데 나만의 개성 있는 수업을 보여줄 모험을 할 수험생은 없다.

평가위원의 잘못도 아니다. 점수를 줘야 하는 상황인데 아무 근거도 없이 줄 수는 없다.

처음 임용고시에 '수업 실연' 영역이 들어왔을 때, 이제부터는 암기력만 좋은 수험생만 뽑지 않겠구나 모두들 생각했다. 그런데 이제는 또 다른 암기력 테스트 같아졌다.

물론 '수업실연' 다음에 10분 동안 '수업나눔'으로 수업성찰 한 것을 사전 작성된 질문에 대답하는 시간이 있긴 하다. 수업 후 즉석에서 질문에 답을 하기 때문에 수험생이 공부한 지식과 문제해결력을 잠깐 볼 수 있기도 하다. 마지막 답변 중 흔히 듣는 것이 '제가 교사가 된다면 어떻게 하겠다'라고 하는 다짐이 많은데 하나 마나 한 답변이다. 어쨌거나 10분이면 너무 짧다.

영국은 다르다. 영국에서 교사가 되기 위해서는 대학교 졸업자 대상으로 석사 1년 과정이 필요하다. 대학교 때 전공이 무엇이든 상관없고 교육석사 과정을 1년 마쳐야 한다. 이때 이론과 실습과정을 대한민국 고3처럼 공부하고, 책을 읽고, 토론하고, 논문을 쓰며 실습과정을 거치게 된다.

석사를 마치면 근무하고 싶은 학교에 지원한다.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면 학교에서 수습교사로 있으면서 담임 보조, 멘토-멘티 선배교사, 수석교사, 교장의 지도하에 근무하게 된다. 1~2년 정도 수습 기간이 끝나면 학교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서 정교사가 될 수 있다. 옆에서 수습교사와 지내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지켜본 정교사, 수석교사, 멘토, 교장 선생님이 심의를 하게 되니 정교사가 된다면 그야말로 인정받은 것이다.

그에 비해 대한민국 임용고시 2차시험 '수업실연', '수업나눔'은 정교사 2급 자격증을 가진 수험생을 평가하기에는 짧아도 너무 짧다.

제일 아쉬운 것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존중해주고, 귀담아 들어주고, 성장의 발판이 되어주고, 선후배 교사들과 협력하고, 아이들이 믿고 따라가고 싶은 선생님이 될 능력자들을 이런 시험제도로는 가려내기 힘들다는 것이다. 언제쯤이면 단기간에 점수로 평가받아야 하는 판에 박힌 듯한 2차시험을 버리고 옥석을 가릴 수 있는 시스템을 볼 수 있을까? 

27일은 임용고시 2차시험 교직적성 심층면접을 보는 둘째 날이자 마지막 날이다. 첫째 날은 오후 5시에 끝났는데 이보다 2시간 정도 더 짧은 시간이다. 

교직적성과 심층면접때 수험생들이 한 얘기가 말로만 그치고 점수를 얻는 것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말하는 교실 현장에서 그대로 되는 것을 보고 싶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안녕하세요. 경기도에 근무하는 초등교사입니다. 아이들과 소통하며 아이들에게 배우며 아이들과 삶을 같이 하고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오늘의 아이들과,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삶에 관심이 많습니다. 아이들과 같이 글을 쓰며 살아가고 싶어서 시민기자 문을 두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2월의 학교는 '휘모리장단'

AD

AD

인기기사

  1. 1 피범벅 화장실 혼자 닦은 언니, 얼마나 무서웠을까
  2. 2 이재명 지사의 '이 발언'... 내 눈과 귀를 의심했다
  3. 3 세월호 보상금으로 차 바꿨다? 우리 모습을 보세요
  4. 4 불타는 국회의원 모형... 문 대통령은 이 말 꼭 들으십시오
  5. 5 웃자고 만들었는데 3100% 상승, 도지코인이 뭐길래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