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 입은 상태에서 만지면 성폭력 아냐"... 인도서 '황당' 판결

피부 접촉 없어서 성폭행 혐의 무죄 판결... 인도 국민들 '공분'

등록 2021.01.27 10:53수정 2021.01.2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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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법원의 성폭행 혐의 판결 논란을 보도하는 CNN 갈무리. ⓒ CNN

 
인도 법원이 옷을 입은 소녀의 몸을 더듬는 것은 성폭력이 아니라는 판결로 공분을 일으켰다.

AFP, CNN 등 주요 외신은 25일(현지시각) 법원의 황당한 판결에 인도에서 전국적인 분노가 확산하면서 성폭력 척결을 위해 싸우는 인권 운동가들이 좌절감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인도 뭄바이 고등법원의 푸슈파 가네디왈라 판사는 지난주 39세 남성이 12세 소녀의 몸을 더듬은 성폭력 혐의에 대한 재판에서 소녀의 옷을 벗기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 판결을 내렸다.

이 남성은 지난 2016년 과일을 주겠다며 소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가슴을 만지며 속옷을 벗기려고 했다. 성폭력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남성은 징역 3년을 선고받자 고등법원에 항소했다.

항소심을 맡은 가네디왈라 판사는 옷을 입은 소녀의 몸을 만진 것은 성폭력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남성의 손을 들어줬고, 대신 처벌이 훨씬 가벼운 성희롱 혐의를 적용해 징역 1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여성인 가네디왈라 판사는 "처벌의 엄격성을 고려할 때 더욱 확실한 증거와 심각한 혐의가 요구된다"라며 "범죄에 대한 처벌이 범죄의 심각성에 비례하는 것은 형사법의 기본 원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NN은 "아동 성범죄를 막기 위해 2012년 제정된 인도 법률에는 피부 접촉이 이뤄져야만 성폭력으로 규정한다고 명시하지 않았다"라며 "앞으로 인도의 다른 고등법권과 하급법원도 이번 판례를 따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도 법조계와 인권 단체, 소셜미디어에서도 이번 판결에 분노하는 비난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법에 완전히 반하는 판결... 판사, 재교육 받아야"

인도 대법원의 카루나 눈디 대법관은 "법에 완전히 반하는 판결을 내린 가네디왈라 판사는 기본권에 대한 재교육을 받아야 한다"라며 "이런 판결 때문에 소녀에 대한 성범죄가 처벌받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도의 여성 권리를 옹호하는 비영리 사회연구센터의 란자나 쿠마리 소장도 "수치스럽고, 터무니없고, 충격적이고, 사법적 신중함이 결여된 판결"이라고 비난했다.

인도 국가여성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여성의 안전을 위한 여러 법적 조항에 연쇄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를 공식적으로 요청한다"라고 밝혔다.

여성 인권 억압, 치안 부재, 가벼운 처벌 등으로 잔혹한 성범죄가 만연한 인도는 2018년 정부의 공식 집계 기준으로 16분마다 여성에 대한 성범죄 신고가 접수되고 있다. 

국내외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인도 정부는 최근 수년간 강도 높은 사법 개혁을 통해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번처럼 여전히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이 나오면서 또다시 논란에 휘말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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