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01.28 07:29최종 업데이트 21.01.28 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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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비엔나의 랜드마크는 소각장이다. 주변 6만 가구에 난방과 열, 전기를 공급한다.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시설이다. ⓒ 이동학


현재의 청년 세대에겐 시대적 과제와 씨름하다 때가 되면 권력을 잡아 문제를 풀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지금 바로 해결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들의 미래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는 걱정이 상존합니다. 글로벌화 된 세상에서 나고 자란 청년 세대는 사람만 중심인 세상이 아니라 지구적 관점에서 환경과 공존을 추구하려는 의지가 강합니다. 그래서 힘을 가진 선배 세대와 환경 감수성을 지닌 다음 세대와의 연대는 우리에게 전환을 가능하게 할 동력입니다.

화려한 서울의 모습은 20세기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에서 선진국에 도달한 대한민국의 상징이자 역사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세계적 도시의 반열에 올라 스마트시티를 선도하고 있는 도시인 동시에 위험요소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생각엔 그 첫째가 바로 쓰레기 문제입니다. 부동산, 코로나19 등에 가려져 있지만 저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 이슈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쓰레기 수입규제로 속살이 드러나 언제까지 시민들 몰래 묻어두고 갈 수만도 없습니다.

2018년 3월 영국 맨체스터 대학 연구팀이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인천과 경기 앞바다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높습니다. 고도화된 도시만 놓고 보면 서울과 홍콩 등은 미세 플라스틱 오염농도 상위 9위에 해당한다는 내용도 함께 말입니다. 아울러 서울의 쓰레기는 수도권 매립지에 매일 약 1000톤 가량이 묻히고 있습니다. 서울시내 존재하는 4기의 소각 에너지 시설에서 2200톤 가량이 소각처리되고 있으나 연한이 오래돼 효율은 해마다 낮아지고 있습니다. 서울의 쓰레기처리 시스템은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것입니다.

2018년 기준으로 서울이 3만1000톤, 경기가 3만6000톤, 인천이 1만1000톤을 줄이는 반입 총량제를 실시하였지만, 2020년 수도권 58개 지자체 중 43곳이 할당량을 넘겨 반입했습니다. 서울은 25개 자치구 중 20개 구가 초과 반입했습니다. 또한 2019년 서울은 143만 톤에 달하는 쓰레기를 반입했고, 이는 경기도 37%, 인천 21%에 비해 42%의 비중을 차지해 서울의 쓰레기처리 자립도가 매우 낮은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2025년 이후 쓰레기를 통으로 땅에 묻는 직매립 금지 조치에 따른 대응책 마련도 필수입니다.
 

잘 쓰는 것만큼 잘 처리할 체계를 갖추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 이동학


1인 가구로 쪼개지고, 외식 등 식생활 패턴의 변화와 코로나19가 맞물리면서 배달 경제는 더욱 활성화됐고 쓰레기 증가는 피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계속 갈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에서는 사실상 매립 방식은 더 이상 가동되지 않고 있으며, 독일과 룩셈부르크, 스웨덴과 핀란드 등에서는 매립 비율을 1% 이하로 유지하며 더 줄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옆 나라 일본 역시 직매립을 금지하고 소각된 최소한의 재만 묻거나 이조차 에코 시멘트로 만들어 친환경 보도블록을 만드는 등 자원순환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선진국의 배신

저는 서울이 전 세계 도시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하려는 도전에 나섰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유럽과 미국 등지의 선진국들은 자국에서 발생한 쓰레기들을 자체 처리하지 못해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으로 쓰레기를 담은 컨테이너를 보내왔습니다.

2018년 이전까지 전 세계 쓰레기의 절반 이상을 처리하던 중국이 타국 쓰레기들의 수입을 금지한 이유 중 하나가 국경 이동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나쁜 쓰레기들이 섞여 반입되는 것이었습니다. 중국에 거부 당한 컨테이너들은 다시 개발도상국의 항만으로 향했습니다.
 

필리핀 마닐라 베이에 위치한 바세코 마을은 해마다 바다를 통해 유입되는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 이동학


선진국에서 처리되지 못하는 쓰레기들이 개발도상국에서 처리될 리 만무합니다. 강 하류에 버려져 바다로 가거나 홍수와 태풍을 통해 바다로 유입돼 버립니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쓰레기는 선진국 국경을 넘어 계속 이동하고 있습니다. 해마다 800만 톤에서 1300만 톤의 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된다는 추정 보고서가 있지만 제대로 예측할 수 없습니다. 태평양 한가운데 떠 있는 쓰레기섬의 면적은 한반도의 9배에 달하고 이는 지속적으로 거대해지고 있지요.

우리나라 역시 절반 이상의 폐기물을 중국으로, 개발도상국으로 보내왔고,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보내지고 있을 것입니다. 내 집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골목으로 쓰레기를 내어놓고, 동네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쓰레기 수거차량이 이를 수거해 갑니다. 우리 도시를 깨끗하게 하려고 다른 도시로 쓰레기를 보내고, 우리나라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서 다른 나라로 쓰레기를 보냅니다. 결국 그 쓰레기는 바다로 보내지고, 지구 전체는 돌이킬 수 없는 환경파괴의 길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지역에서 나온 쓰레기는 지역에서 처리하자
 

인천 서구에 위치한 수도권 매립지는 서울·경기·인천의 쓰레기가 매일 1만 톤 가까이 반입되고 있다. ⓒ 이동학


바다가 오염되고 바다생물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일이 대거 일어나고 바다거북이의 코에서 10cm에 달하는 빨대가 나오는 영상이 지구촌을 강타해도 현재의 쓰레기처리 시스템은 이를 막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역에서 나온 쓰레기를 지역에서 처리하자는 원칙이 국제사회에서 지켜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대로 가면 지구는 쓰레기로 뒤덮여 버릴지도 모릅니다.

본론입니다. 서울의 쓰레기는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1995년 종량제 봉투를 도입한 이래로 한국의 쓰레기 정책은 세계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획기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음식물과 생활 쓰레기를 분리배출하고, 재활용 쓰레기를 품목별로 분리배출하는 것을 생활화하고 있는 나라는 지구촌 전체에서 손에 꼽을 정도였으니 우리 국민들의 수준은 매우 높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활용은 필요하지만 충분한 답이 되기 어렵습니다. 신제품에 비해 경제성 측면의 한계와 질의 하락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애초에 쓰레기가 발생되지 않도록 재사용, 다회용기 사용 체계로 전환하고 가급적 일회용 사회를 마감해야 합니다.

친환경 관리 가능한 소각 에너지시설 불가피

앞서 매립을 줄이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점은 도심 속에 소각 에너지 발전소를 짓고 쓰레기를 소각하여 에너지로 활용한다는 것입니다. 코펜하겐 도심 옆에 있는 아마게르바케 소각장이 스키장과 암벽등반 시설로 조성된 것은 유명합니다. 오스트리아 빈의 랜드마크는 궁전처럼 지어진 소각장 건물이고요. 일본은 1000개가 넘는 소각시설이 있고, 상당수의 소각장이 구청이나 시청 바로 앞에 있거나 도심 속에 시민들의 주택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지역주민들을 다이옥신 등 유해물질로부터 건강상의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지속적 모니터링과 개선을 모색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시설의 기술적 수준도 매년 개선되고 있습니다.
 

일본 무사시노 소각장 내부 전경. 청소년을 포함한 시민들의 환경교육과 주민들의 옥상 농업 등이 복합적으로 이뤄지는 주민친화공간 ⓒ 이동학


유럽과 일본은 제한된 영토에서 지속 가능한 쓰레기처리의 해법은 소각시설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물론 이들 도시들 역시 한때는 혐오시설이라는 인식과 이를 거부하는 주민들의 반대 시위에 맞닥뜨렸습니다. 그럼에도 당국과 정치인들이 포기하지 않고 시민들과의 공론장을 열어 처리시설과의 공존을 위한 대화를 지속했습니다.

시민들의 안전을 담보하고, 정보공개와 시설 운영에 주민들을 참여시켜 투명성을 확보한 것입니다. 소각 에너지시설 운용을 통해 열과 난방, 전기 등의 혜택이 그대로 지역 주민이나 지역공동체에 쓰이도록 조치했습니다. 시민들은 이제 이곳을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여기고 있습니다.

특히 일본의 경우 국내에서의 소각 에너지시설 기반을 갖춘 채, 개발도상국의 쓰레기 문제 해결이라는 과제와 에너지 공급이라는 과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소각장 외교, 쓰레기 외교에 나서고 있습니다. 일본의 외교부, 환경부, 자이카(jica) 등 국가 부처가 나서 외교의 일환, 산업의 일환, 국제원조의 일환 등 여러 명분을 만들어 개발도상국에 진출해 자국의 소각 에너지시설 건설과 운영, 선진적인 쓰레기처리 시스템 등을 이식하며 발판을 넓혀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린뉴딜 순환도시의 비전

제 어린 시절 화장실의 기억은 늘 더럽고 냄새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었습니다. 때문에 화장실과의 공존은 꿈도 못 꾸던 시절이었지요. 그러나 도시로 이사 와서는 화장실이 집안에 있었고, 항상 청결하게 관리해야만 됐고, 또 집안에 있으니 쉽게 관리 가능했지요.

서울시장이 되고 싶은 선배님들. 결국엔 가야만 하는 길을 계속 미뤄선 안 됩니다. 현 세대가 눈을 가린 채 머나먼 미래로 계속 해결 지점을 미루면 결국 미래세대가 지금보다 더 어려운 싸움에 나서야만 합니다. 서울과 수도권, 그리고 바다를 쓰레기장으로 만들 순 없습니다. 서울의 쓰레기 대응은 어쩌면 이미 늦은 상황인지도 모르지만, 지금이라도 세계에 본이 될만한 최대, 최고의 친환경적 소각 에너지시설이 도시 중심에 필요합니다. 쓰레기 문제 해결과 그린 뉴딜로서의 에너지 공급원으로 서울시민들과의 공론장을 열고 대토론을 해볼 순 없을까요.

서울 밖으로 쓰레기를 내보내려는 방식으로는 친환경 자원순환 도시로의 전환은 이룰 수 없습니다. 지역에서 나온 쓰레기는 지역에서 처리한다는 원칙에 충실하면서도 쓰레기처리와 에너지생성이라고 하는 그린 뉴딜의 기조에 부응하고 보조적 수단으로 리&업사이클링 등 재활용산업을 활성화시킬 때 이룰 수 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코펜 힐로 불리는 스키 소각장. 암벽등반, 산책, 레스토랑 등 갖가지 시설을 갖추고 있다. 18만 가구에 전력과 난방을 제공한다. ⓒ 코펜힐 홈페이지 캡쳐


20세기 최고 반전의 역사를 쓴 도시 서울을 21세기 친환경 자원순환 도시로 세계에 자랑할 비전의 길로 가야 합니다. 귀감이 되는 정치는 미래를 걱정하고 지금 무언가를 시도하려는 도전의 정치입니다. 다음 세대에게 짐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해결된 미래 또는 해결될 토대를 남기는 편이 역사에 길이 남을 것입니다. 서울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시민들과 함께 담대한 논의를 해볼 순 없는지요. 선배님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미래를 개척하는 편에 청년들과 함께 서주시길 바라며.

이동학 드림.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이동학은 2년여간 지구를 유랑하고 돌아와 <쓰레기책>을 출간, 이어 <쓰레기 센터>를 설립하며 더 나은 지구환경을 위해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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