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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씨와 불운씨, 나름대로 다 행복합니다

[우리의 언어가 그림책이라면] 세르히오 라이를라 지음 '행운을 찾아서'

등록 2021.01.27 17:36수정 2021.01.27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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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 <행운을 찾아서>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 다른 것을 찾고 싶어 여행을 떠나는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파란 제목의 행운씨와 짙은 붉은 제목의 불운씨, 두 사람의 여정이 책의 중반부를 기준으로 나뉘어져 있어요. 어디서부터 보시든 상관은 없지만 저는 행운씨 이야기부터 읽어볼께요.

가끔 순한 바람이 불곤 합니다.
바람이 부는 대로 따라가야 할 때이지요.


휴가를 즐길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행운씨. 지구본을 바라보다 "섬에 가 보자!"라며 여행사를 불쑥 찾아갑니다. ​그는 느꼈거든요. 이 문을 열고 나가면, 찾고자 하는 게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추천받은 세레레 섬으로 가는 길에 비행기 연착으로 여정이 어그러졌지만 그는 느긋합니다. 도중에 만난 아주머니를 도와준 덕분에 섬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두고 온 고양이가 잘 있는지 확인하는 전화까지 깜빡 잊을 정도로요. 그가 깜빡 잊어버리고만 것은 고양이말고도 또 있었지만 즐거웠던 것은 분명합니다.
 

행운을 찾아서, 세르히오 라이를라(지은이), 아나 G. 라르티테기(그림) ⓒ 살림어린이

 
책의 중간 지점에서 반대편에 있는 불운씨의 이야기로 가 봅니다.

가끔 반대로 바람이 불곤 합니다.
그럴 때면 지나치게
억지를 부려서는 안되지요.

불운씨에게는 그리 멋진 일 년이 아니었어요. 언제나 마음이 무거워 고개를 숙이고 다녔어요. 그는 누가 흘린 세레레 섬에 대한 광고지를 보고서는 불쑥 여행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서둘러 길을 떠나지만 행운씨와 마찬가지로 여정이 꼬이고 맙니다. 떠나온 곳에서처럼 고개를 숙이고 힘없이 걷던 그는 무언가를 발견하지요.

​휴가에서 돌아온 그들에게는 어떤 일이 생길까요? 그건 그림책에서 직접 꼭 확인해 주세요.

이 두 이야기의 시작에는 재미난 소제목이 달려 있답니다. 행운씨의 이야기에는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위하여', 불운씨의 이야기에는 '행운을 믿는 사람들을 위하여'라고요. 이처럼 이 책은 상반된 삶의 방식을 가진 이들이 여행 속에서 상대편의 이야기가 보충 설명되는 구조로 이뤄져 있고 그 고리를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어요.

행운씨는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것에 집중하고 충만함을 느끼려는 사람이죠. 비행기 시간을 앞두고 이웃에 고양이를 맡기면서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천천히 즐길 줄 압니다.

갑작스런 상황에는 불평하기 보다는 그 속에서조차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이죠. 행운씨에게 행운이란 갑작스레 오는 것이 아니라 주어진 매 순간 곳곳에서 발견하고 느끼는 일일 겁니다.

반면 불운씨는 행운을 믿어요. 지금은 힘들지만 이 고비가 넘어가면 행운이 찾아올 거라 여기며 늘 바쁘게 뛰고 애를 씁니다. 그의 순간은 피로하고 고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행운을 믿는 그는 결국 행운을 마주합니다.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두 사람을 비교하는 일은 크게 의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교차하며 잃고 얻은 것에 대한 판단은 역시 우리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에 따라 달리 보일 것입니다.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서로 대조적인 인물이 여행(삶의 은유)하는 과정을 보여주다 보니 언뜻 보기에 한쪽의 행운이 다른 쪽의 불운을 강조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림과 글을 서로 바꿔 여러 번 읽다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더 깊고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는 걸 알 수 있어요.

매 순간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불운씨도 행복할지 모릅니다. 그는 행운을 믿었고 행운은 그 믿음을 배신하지 않았거든요. 마찬가지로 사람들의 눈에 행운이라 여겨질 것을 잃어버린지도 모른채 순간에 집중했던 행운씨는 그만의 방식으로 행운을 찾죠.

결국 행운이란 절대적인 고정불변의 가치라기 보다는 각자 생각하고 살아가는데 따라 다 다른 것이 아닐까요? 당신은 '행운을 믿지 않는 사람'이신가요? 아니면 '행운을 믿는 사람'이신가요? 어느 쪽이든 오늘 행운과 함께 하시기를 바라며 <행운을 찾아서>를 소개해 드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저의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발행됩니다.
https://blog.naver.com/uj0102
https://brunch.co.kr/@mynameisred

행운을 찾아서

세르히오 라이를라 (지은이), 아나 G. 라르티테기 (그림), 남진희 (옮긴이),
살림어린이,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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