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 속 '젊은 할머니'들의 애환

손주 태어나도 아이 볼 수 없어... 산후조리원 가는 틈에 '손주 볼 수 있는 꿀팁'까지

등록 2021.01.28 09:33수정 2021.01.28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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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아오자마자 작년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추월했다는 기사들이 뉴스면을 꽉 채운다. 하지만 나는 30대를 목전에 둔 나이인지라 엄마의 입을 통해 가까운 지인 자녀들의 임신과 출산 소식이 적지 않게 들려온다. 물론 제일 가까운 임신과 출산 예정 소식은 친오빠의 아내, 새언니의 것이다. 새언니는 약 한달 뒤 출산을 앞두고 있다.


출산을 앞둔 자식을 둔 엄마들에겐 코로나가 원망스러운 이유가 하나 더 늘었다. 가뜩이나 명절에 가족들과의 모임을 자제해달라는 정부의 권고에 자식 얼굴 한번 더 볼 수 없어 서러운데, 금지옥엽 키운 내 자식이 낳은 아이도 직접 볼 수가 없다. 혹시 모를 전염 우려 때문에 병원에서 남편을 제외하곤 아무도 들여주지 않는 탓이다.

며칠 전 손녀를 얻게 된 엄마 친구는 며느리가 출산 후 입원을 하는 기간 동안 사진으로만 손녀를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며느리가 퇴원한 뒤 산후조리원으로 향하는 틈에 차 안에서 마스크를 쓰고 비닐장갑을 낀 채 약 10분 정도만 아이를 볼 수 있었다며 손주를 보기 위한 분투를 우리 엄마에게 생생히 전해줬다. 며느리가 산후조리원에 들어가면 몇 달 동안은 아이를 볼 수 없다.

3월 중순에 손주가 태어나지만 직접 볼 수 없다는 아쉬움에 엄마는 벌써부터 땅이 푹 꺼질 듯 한숨을 쉰다. 얼굴엔 침울함이 가득하다. 몇 달간 손주를 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다 얼마 전에 손주를 얻은 친구의 '손주 볼 수 있는 꿀팁'을 전수 받은 뒤로는 축 쳐진 입이 다시 제자리를 찾았다.

며느리가 퇴원하자마자 몸조리를 위해 서둘러 산후조리원으로 발길을 향해야 하기에 손주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시침이 한 바퀴도 채 못 도는 시간이지만 말이다. 코로나 시대의 젊은 할머니들의 새로운 애환이다.
#코로나 #출산 #할머니 #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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