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에 들어간 아이, 엄마가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공부의 시작은 언제나 위기의식에서 비롯된다

등록 2021.01.29 11:45수정 2021.01.29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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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직도 '교실이데아'는 진행중 일까? ⓒ 픽사베이

 
"자, '엄마, 사과가 맛있어요'를 영어로 말해보자."
"Mam, the apples is yummy."


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큰아이가 바로 영어로 말했다. 잠시 후, 큰아이가 사과를 다 먹은 후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하며 방으로 들어가려는 찰나, "아니, 간단한 문장은 영어로 말하라니깐!" 하고 채근하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2~3초 정도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초 단위는 짧았으나 우리 사이의 정적은 무거웠다. 그리고 큰 아이가 입을 뗐다. 
  
"엄마, 제가 얼마 전 유튜브에서 웹툰을 봤어요. 공부 못하는 아이가 주인공이에요. 어느 날, 그 아이가 학교에서 영어시험을 봤는데 30점을 받아 온 거예요. 그러자 주인공의 엄마가 엄마처럼 '일상 대화를 영어로 말해봐' 하는 거죠. 그래서 가족들은 영어로 대화를 시도하다 어떻게 됐게요? 점점 말이 없어지고 '눈으로 말해요'를 시작하죠. 바디랭귀지와 함께. 엄마, 우리 집도 점점 언어가 퇴화되어갈지 몰라요."

아들은 경고 아닌 경고를 나에게 남기고 방으로 홀연히 들어가 버렸다. 아이의 이야기에 웃음이 났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강력한 경고가 나의 영어 강박증을 해소시켜 주었다.

이 에피소드는 내가 아주 기초적인 단계의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비롯되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둘째 아이가 올해 중학교에 입학을 한다. 그와 동시에 이제는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큰아이가 1학년 때 학교생활이 떠올랐다. 입학을 하고 비중 있는 교과 과목의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했다.

학교 시험이 코앞이라 부랴부랴 사교육 대열에 합류를 시켰고 지금까지 그 대열에 들어가 있다. 그래도 둘째는 방학과 자유학년제로 시간 여유가 있다. 아이들 줄 세우기에 급급한 일제고사에서 1년은 자유롭다. 이 시기 동안 사교육에 늦게 발 담그도록 힘써보려 홈스터디를 시작하였다.  

두 번째는 사교육비를 조금이라도 줄여 보고자 하는 요량이 포함되어 있다. 아이들의 교육에도 가성비를 따져야 할 만큼 코로나19로 가계 경기도 마음의 크기도 위축되어 있는 요즘이다. 그렇게 유튜브로 인강 찾기가 시작되었고, 그중 한 사이트를 찾았다. 기초단계부터 차근차근 쉽고 명료하게 설명해 주어 마음에 쏙 들었다.  

교재를 구비하고 내가 먼저 랜선 강의를 들었다. 둘째가 공부하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다시 짚어주며 설명을 해줘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 먼저 들었다. 처음에는 쏙쏙 들어오던 강의 내용들이 회차가 높아질수록 헷갈리기 시작하였다. 영상을 다시 보고 다시 봐도 왜 이리 내용들이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되는지. 그야말로 혼돈의 카오스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째 아이는 부족한 엄마표 스터디를 아직까진 잘 따라와 주고 있다. 그리고 아이의 영어 공부를 봐주며 알게 된 것이 있다. 초등 영어는 회화 위주이기에 문법의 비중이 높지 않다. 그래서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수업시간 외에 영어 문법 공부를 별도로 하지 않으면 중학교 교과 과정에서 매우 힘들다. 학원에 다니거나 스스로 학습하지 않으면 영어 기초 학력은 낮아질 수밖에 없는 교육 구조였다. 초등과 중등의 교육 구조 갭이 큰 만큼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공교육의 재정을 확대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 현장에 재정이 부족하여 해마다 공교육이 저평가를 받으며 무너진 것은 아닐 것이다. 더 나은 교육 환경을 위한 재정 확대도 중요하지만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이 아닌 단계별 학습 지원도 필요하지 않을까?

큰아이가 처음 중학교 생활을 힘들어했던 이유도 획일화된 교육 방식 때문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에게 학습 능력의 차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을 외면하며 교과 과정에 맞춰 진도 빼기에 급급한 교육 현장이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2019년 사교육 참여율이 74.8%였다고 한다.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대부분이라는 반증이다. 

2020년은 코로나 19로 교육 격차가 더 커진 상황이니 사교육 참여율은 더 높아졌을 것이다. 특히 소득이 적을수록 교육 환경이 열악할수록 교육 계층은 더 심화되고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이제는 개천에서 용은 나오지 못한다고들 한다. 

'됐어, 됐어, 됐어, 됐어. 이제 그런 가르침은 됐어'를 외치던 그 후 2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이들에게 '교실이데아'가 진행 중인 이유는 뭘까? 학부모가 아이의 영어 실력 향상을 도모해 줄 조력자로 나서고, 공교육이 아닌 사교육에 의지하고, 영상 매체를 통해 각자도생을 모색하고 있다. 이 부분이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짚어줄 바로미터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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