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도둑" 러시아서 나발니 석방 시위... 4천여 명 체포

2주 연속 대규모 시위... 경찰, 폭력 동원해 강경 진압

등록 2021.02.01 07:58수정 2021.02.01 08:04
0
원고료로 응원
  러시아에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지자 경찰이 4천 명 넘게 체포하며 강경 진압에 나섰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31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한 러시아 전역에서 나발니 지지자들이 그의 석방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경찰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방역을 내세워 이날 시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엄벌을 경고했으며, 크렘린궁 인근 지하철과 버스 운행을 중단하고 식당 및 카페 영업도 막았다. 

그러나 시위대는 약속된 장소와 시간에 집결해 "푸틴은 사퇴하라", "푸틴은 도둑"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한 시민은 "우리는 다수이고, 진실이 우리 편이기 때문에 두렵지 않다"라고 말했다.

시위대가 나발니를 수감한 마트로스스카야 티쉬나 구치소를 향해 행진하자 경찰은 곤봉을 휘둘러 구타하거나 거칠게 끌어내는 등 유혈 충돌이 벌어졌다. 

정치범 체포를 감시하는 러시아 비정부기구(NGO)인 'OVD-인포'에 따르면 모스크바에서만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를 포함해 1200여 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900여 명 등 전국적으로 4100여 명의 시위대가 경찰에 체포됐다.

러시아 경찰은 지난주에도 나발니 석방 요구 시위에 참여한 3500여 명을 체포하는 등 2주 연속 강경 진압했다. 


미 "가혹한 진압 규탄"... 러 "무례한 내정 간섭"

미국은 러시아 경찰의 대응을 비판하고 나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공식 트위터 계정에 "미국은 러시아 당국이 평화로운 시위대와 취재진을 또다시 가혹하게 진압한 것을 규탄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러시아가 나발니를 포함해 자신의 인권을 행사한 혐의로 체포된 사람들을 즉각 석방할 것을 거듭 촉구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러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 내정에 대한 무례한 간섭"이라며 "미국이 시위대를 지지함으로써 러시아 내 불안을 야기하려는 의도"라고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는 푸틴 대통령의 부정부패 의혹과 장기집권을 비판하며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주도해왔다. 

그는 지방 정부 고문을 지내던 시절 외국 기업들로부터 불법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징역 3년 6개월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으며 대선 출마도 거부당했으나, 푸틴 정권이 조작한 사건이라며 유죄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내선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던 중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여 혼수상태에 빠졌고, 독일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깨어났다. 그와 서방 국가들은 푸틴 정권이 암살을 시도했다고 주장했으나, 러시아 정부는 부인하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 17일 독일에서의 치료를 마치고 6개월 만에 귀국했다. 러시아 정부는 그가 집행유예 규정을 위반했다며 공항에서 곧바로 체포했고, 이에 반발한 그의 지지자들이 석방 요구 시위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알렉세이 나발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3. 3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4. 4 시속 370km, 한국형 고속철도... '전국 2시간 생활권' 곧 온다
  5. 5 "일본정치가 큰 위험에 빠질 것 우려해..." 역대급 내부고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