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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하나님 은혜 경험"... 코로나 폭증 교회의 기도, 다 틀렸다

[取중眞담] 광주 안디옥교회 취재기, 하나님이 정말 그런 분인가

등록 2021.02.02 08:07수정 2021.02.02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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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로운 방식으로 돌아가면서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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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안디옥교회. ⓒ 소중한


"하나님, 코로나19의 확진·확장을 멈추게 하옵시고, 성도들을 긍휼히 여겨 질병 가운데 있는 자 주님 손으로 어루만져 회복시켜주시길 원합니다. 또 우리 성도들이 하나님 십자가를 단단히 붙잡고 다시 일어서는 역사가 있게 하여 주옵시고, 더 큰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사건이 될 수 있게 하옵소서."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지난 일요일(1월 31일) 광주 안디옥교회 예배의 기도 내용입니다. 1월 27일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진 안디옥교회는 이날 비대면 방식으로 예배를 진행했습니다. "코로나 걸리면 천국"이라던 박영우 담임목사도 확진 판정을 받아 동생(광주 양산안디옥교회 박영욱 담임목사)이 예배를 주관했죠.

광주광역시 집계에 따르면, 1일 오전 0시 기준 안디옥교회 관련 확진자는 91명(1월 27일부터)에 이르렀습니다. 이 교회와 연관돼 있는 아이엠(IM)선교회의 국제학교에서도 164명(1월 23일부터)이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광주는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1월 23~31일 9일 동안 나온 확진자만 337명입니다. 이는 2020년 전체 확진자(1098명)의 30%를 웃도는 수치죠. 지난 9일 동안 약 110일 치의 확진자가 쏟아진 셈입니다.

방역 지침 어긴 교회와 목사의 말

지난해(2020년) 9월, 기자는 안디옥교회를 집중 취재한 바 있습니다. 전국으로 퍼진 광복절집회발 확진 사례 때문에 각 지자체가 교회의 대면예배를 금지했던 때였죠. 광주에서 지침을 어긴 딱 한 군데 교회가 바로 안디옥교회였습니다.

먼저 기자는 박영우 담임목사의 7~8월 설교녹취록을 입수해 보도했습니다. 녹취록엔 "코로나에 걸리면 천국 가는 것인데 뭐가 무섭나. 예배드리다 (코로나19에) 걸려도 괜찮다", "성경엔 우파만 나오고 좌파는 나오지 않는다", "주사파들이 청와대에 들어앉아 정권을 장악했다", "(공수처가 통과돼) 북한식 공산주의가 돼버리면 교회는 문을 닫게 되고 목사들, 장로들 다 죽게 된다" 등 상식을 벗어나는 말이 담겨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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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안디옥교회 박영우 담임목사. ⓒ 안디옥교회


비판이 쏟아지자 박 목사는 잠시 대면예배에 대한 의지를 꺾었습니다. 기자는 이때 쯤 박 목사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전화를 받자마다 "비대면예배를 드리기로 했다"고 했고, 통화 말미엔 "광신도처럼 보이면 안 되지 않겠나"란 말도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박 목사는 '정부가 교회를 탄압하기 위해 대면예배를 금지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대면예배를 하지 않고) 교회 문을 닫은 목사들이 나쁜 놈"이라며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동참한 다른 교회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한 신도는 확진자가 폭증한 지난 1월 28일 교회 주차장에 차려진 선별진료소에 나타나 "문재인이 교회를 죽이려 한다"고 폭언을 쏟아냈습니다.

최근엔 안디옥교회와 아이엠선교회의 관계가 드러났습니다. 안디옥교회는 지난해 6월 아이엠선교회의 마이클 조 대표를 불러 설교를 하도록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마이클 조 대표는 자신이 운영하는 국제학교·방과후학교 홍보에 열을 올렸죠. 안디옥교회 부목사는 아이엠선교회의 국제학교에 아들을 보냈는데, 최근 두 명 모두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안디옥교회는 아이엠선교회와 함께 별도의 방과후학교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주 먼 미래에 교회는 어떻게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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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코로나19 확산세의 중심에 있는 아이엠(IM)선교회의 마이클 조 대표가 지난해 6월 광주 안디옥교회에서 설교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유튜브 '광주안디옥교회'


박 목사의 설교 중 기억에 남는 내용이 있습니다. 그는 지난해 9월 14일 설교에서 "여러분의 신앙이 그 정도 밖에 안 되는 겁니까"라며 "정말 환난 때 하나님을 만날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뒤늦게 알려진 마이클 조의 "하나님은 저희를 과학적으로 지켜주신다"는 발언도 국민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질문이 머릿속을 맴돕니다. 하나님이 정말 그런 분입니까. 코로나19라는 환난 속에서 대면예배를 강행해야만 만나주시는 분이 하나님입니까. 우리 이웃의 안위보다 교인들의 무분별한 모임을 지켜주시는 분이 하나님입니까. 다시 지난 일요일 안디옥교회 예배에서의 기도 내용을 떠올려 봅니다.

"하나님, 코로나19의 확진·확장을 멈추게 하옵시고, 성도들을 긍휼히 여겨 질병 가운데 있는 자 주님 손으로 어루만져 회복시켜주시길 원합니다. 또 우리 성도들이 하나님 십자가를 단단히 붙잡고 다시 일어서는 역사가 있게 하여 주옵시고, 더 큰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는 사건이 될 수 있게 하옵소서."

모두 다 틀린 말입니다. 코로나19는 하나님이 아닌 이 땅에 발 딛고 있는 사람들에 의해 멈출 것입니다. 이 질병은 주님의 손이 아닌 의료진과 공직자들, 그리고 희생을 감수한 이름 없는 이웃들의 땀에 의해 회복돼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환자를 일으켜 세우는 건 십자가가 아닌 우리 주변의 따뜻한 시선이며, 이 사건으로 우린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인간의 의지와 과학이 지닌 힘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역사는 중세 유럽의 '채찍고행단'을 생생히 기록하고 있습니다. 흑사병을 신의 징벌로 생각해 자신의 몸을 채찍질하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닌 이들 말입니다. 현재 우린 이 장면을 상상하며 헛웃음을 내뱉습니다. 아주 먼 미래에 지금의 교회가 그렇게 기억될까봐 진심으로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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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확진이 발생한 광주 서구 안디옥교회에서 지난달 28일 오전 신도와 그 가족이 전수 검사에 참여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기사]
[단독] "코로나 걸리면 천국, 뭐가 무섭나" http://omn.kr/1ort5
"주사파가 교회 죽이려고, 이 도시 갑갑"  http://omn.kr/1otdo 
[단독] 마이클 조의 수상한 설교  http://omn.kr/1rvgv
#코로나19 #광주 #안디옥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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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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