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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암 투병 건물주가 찾아와 "이번달 월세 내지 말고, 다음달도..."

안산의 '착한임대인' 사연... 세입자 "미담에 그치면 안돼, 정부가 자영업자에게 예산 써야"

등록 2021.02.03 12:20수정 2021.02.0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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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경기 안산의 임영빈씨의 작업장(1층 왼쪽).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데다 가족의 병환으로 어려움에 처했던 임씨는 최근 건물주로부터 "이번 달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건물주는 "3월부터 계약 만료일인 5월까지 월세의 절반만 줘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 임영빈

 
자그마한 공간을 임대해 김치를 만들어 이를 온라인으로 판매하고 있는 임영빈(여, 56)씨는 1일 건물주로부터 "너무도 감사한" 소식을 접했다. 월세 납부일 이틀을 앞둔 이날 건물주가 직접 찾아와 "이번 달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통보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건물주는 "3월부터 계약 만료일인 5월까지 월세의 절반만 줘도 된다"는 말을 덧붙였다.

임씨는 코로나19로 인해 매출이 크게 준데다 가족의 병환으로 두 달 넘게 사실상 가게 문을 닫았었고, 최근 복귀해 영업 재개를 준비 중이었다. 이러한 임씨의 사정을 안 건물주가 임대료를 면제·삭감해준 것이다.

임씨는 건물주에 대해 "코로나19가 막 퍼졌을 때인 지난해(2020년) 3월 즈음에도 6개월 동안이나 월세를 절반만 받았던 분"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누군가에겐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지금 제겐 너무도 감사한 돈이다"이라며 "아직은 세상이 살만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뭉클하게 느낀 하루였다"라고 전했다.

2일 오전 건물주 정명건(남, 75)씨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큰 도움도 아닌데 언론에까지..."라며 인터뷰를 꺼렸다. 그는 기자의 질문이 계속되자 "코로나19에다가 (임씨의) 가족 분들이 아파 굉장히 어려웠던 모양"이라며 "제가 뭐 많이 도와드릴 순 없고 월세라도 좀 덜 받으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까 싶어 깎아드렸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임씨를 통해 정씨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접할 수 있었다. 정씨가 폐암수술을 받고 지금도 방사선치료를 받는 등 투병 중이라는 것이다. 정씨는 "지난해 6월 수술을 받았다"는 말 외에 자신의 병에 대해 말을 아꼈다. 임씨는 "본인도 투병 중이라 병원비가 적잖게 드는 상황임에도 세입자를 배려해줘 그저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미담에 그쳐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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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에 대한 감사의 현수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2020년 3월 11일 광주 동구 동명동의 거리에 '착한 건물주분들의 따뜻한 결정에 감사드립니다'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있다 ⓒ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일상을 파고든 지난 1년 동안, 위 사례와 같은 이른바 '착한임대인'의 소식이 언론을 통해 종종 보도됐다. 정부와 각 지자체도 착한임대인 운동을 적극 장려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운동이 소상공인·자영업자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주진 못하는 실정이다. 지원책이 현실적이지 못해 사실상 임대인의 '착함'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코로나19 유행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27일 한국부동산원 발표에 따르면, 전국 상가의 무권리금 비율이 44.6%로 집계돼 지난해보다 12%p 늘어났다. 권리금은 세입자가 다른 세입자에 공간을 넘길 때 받는 돈으로, 장사가 잘 될수록 권리금이 높게 책정된다. 그런데 권리금도 받지 않고 공간을 넘기는 비율이 늘었다는 건 그만큼 장사가 안 돼 사실상 폐업에 이른 곳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건물주의 수익률은 약 5%(중대형상가 5.1%, 소규모상가 4.6%, 집합상가 5.4%)로 나타났다(임대료, 땅값 상승률 등 반영). 이 역시 전년도보단 줄어들긴 했지만(중대형상가 -1.19%p, 소규모상가 -0.094%p, 집합상가 -1.19%p), 일반 금융 수익률과 비교했을 때 훨씬 높은 수치이다.

특히 최근 집합금지·제한 등의 조치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서 정부와 여당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몇몇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민병덕 의원은 매출 손실액의 50~70%(집합금지 업종 70%, 영업제한 업종 60%, 일반 업종 50%)를 보상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임대료와 관련해선 이동주 의원이 '임대료멈춤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는 집합금지·제한 시설의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임대료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하고 대신 이자 유예·감면 등의 지원을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는 예산 규모, 재산권 침해 여부 등의 쟁점을 중심으로 이러한 법안들에 대해 논의 중이다.

임씨는 "저의 사례가 하나의 미담으로 그치지 않았으면 한다"라며 "정부 차원에서 (저희 건물주와 같은) 마음을 가진 분들과 어려움에 빠진 자영업자들을 위해 예산을 사용해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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