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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도, 구글에도 안 나오는 대구 디지털시민청

[백경록의 지방의회는 지금] 대구 스마트시티를 향한 우려의 시선

등록 2021.02.03 18:59수정 2021.02.03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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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은 2016년 1월 15일 뉴델리에서 열린 '한-인도 비즈니스 서밋'에서 "대구시가 추구하는 스마트시티는 지속가능한 성장이 이뤄지고 이를 통해 시민이 행복하고 쾌적한 삶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대구는 '서마트시티' 아이가!"

대구광역시가 지난해 4월 배포한 보도자료 제목이다. 서마트시티는 '스마트시티(Smart City)'를 대구 사투리로 익살스럽게 발음한 것인데, 요즘 대구시가 이걸 밀고 있다. 사투리가 아니고 스마트시티 사업 말이다.

대구시는 2015년부터 스마트시티를 핵심사업으로 적극 추진해 왔다고, 그 결과 눈에 띄는 거창한 성과들을 냈다고 밝혔다. 2018년 국토교통부의 '스마트시티 혁신성장동력 프로젝트 실증도시'로 선정돼 2022년까지 총 5년간 614억 원을 들인다는 계획으로 연구개발을 추진 중이다. 수요응대형 교통(DRT), 개인 이동수단(PM), 주차장 공유시스템처럼 교통수단과 정보통신기술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또한 대구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5G 서비스 실증 등 대형 국책사업을 연달아 유치했다. 보도자료에 소개된 내용에 따르면 그렇다.

특히 산업성장과 시민행복이 함께하는 글로벌 선도도시라는 비전 아래 시민이 스마트시티의 주체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민참여 방안을 모색 중인데, 2020년 5월 중 시민이 시정에 적극 나서는 창구가 될 '디지털시민청' 개소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도 함께였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소개와는 다르게 대구시의회는 스마트시티 사업에 대해 상당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지난 3년간 행정사무감사와 예·결산 심의에서 나온 이야기들은 그런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차량과밀 그대로인데, 앱만 만들면 주차난 해소되나


2018년 12월 예산안 심의 당시 경제환경위원회 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를 통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스마트시티지원센터 운영 지원사업 13억 원과 사물인터넷 기반 스마트시티 조성 확산사업 10억 원 중 시민참여 리빙랩 발굴 등 (일부 내용에) 유사한 부분이 있어, 관련 사업들을 철저히 분석해 특화된 내용으로 세부계획을 수립해야 할 것."

리빙랩이란 '특정공간·지역을 기반으로 사용자 주도의 개방형 혁신을 위한 공공-민간-시민의 협력체계 모델'이다. 쉽게 말하면 IT 기술 등으로 지역사회 문제를 다 같이 해결한다는 뜻인데, 이게 마치 '신의 손'이나 된 것처럼 여기저기 중복 등장하고 있는 것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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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표 대구시의원(국민의힘, 중구) ⓒ 홍인표 대구시의원

 
2019년 행정사무감사에서 홍인표 대구시의원(국민의힘, 중구)은 스마트시티 사업 중 '약 80개의 주차장을 공유하는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가리키며 '도시기반시설을 변경하지 않고 ICT만 접목해서는 사실상 주차난을 해소하긴 힘들다'고 지적했다.

"서구의 암스테르담이나 빈, 바르셀로나, 런던 사례대로라면 교통체증 감소를 위해선 500대의 하이브리드 택시를 투입하고 294대의 전기모터바이크나 개인 전기자동차 같은 1인 교통수단을 도입해야 하는데, 우리는 도시기반시설에는 사실 그런 게 없다."

도시기반시설의 체질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공유시스템만 설치한다고 주차난을 해소할 수 있냐는 의문이다. 당시 대구시 관계자는 '한정된 예산 때문에 그 정도까지는 힘들다'고 답변했다.

덧붙여 대구시 스마트시티과는 2일 필자의 문의에 "차가 막히면 도로를 넓히기 위해 공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신호 체계를 개편하거나 앱 등을 이용해 교통 정체를 줄이는 것이 스마트시티의 본질"이라고 밝혔다. 친환경적인 대안을 찾는 게 사업의 취지라는 대답이다.

일견 타당한 말이기는 하나, 홍 의원이 방향성을 문제삼은 건 아니다. 근본적 교통 패러다임 개편을 위한 예산과 계획, 대안시스템 부재에 대한 이야기다. 앱으로 스마트하게 빈 주차 공간을 찾을 수 있더라도, 차량 과밀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주차난이 해소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스마트시티 기반조성사업 또는 연구개발을 보는 견해의 차이라고 볼 수도 있다. 뭔가 듬성 빠진 것 같지만, 어디 이런 일이 한두 번 있는 일인가? 그리고 성과주의에만 매몰되거나, 눈에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지 않고 스마트시티 시스템을 꾸준히 활성화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우리가 진짜로 두 눈 똑바로 뜨고 봐야 할 것은 따로 있다. 2019년 5월 중에 개소한다던 '디지털시민청'은 대체 어디 있을까?

간판도, 웹페이지도 없는 디지털시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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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광역시스마트지원센터. 층별안내도에 '디지털시민청'은 없다. ⓒ 대구광역시스마트지원센터/백경록

     
스마트시티 사업을 담당하는 곳인 '대구스마트시티지원센터'에도 디지털시민청에 대한 안내문구 하나 없다. 어떻게 된 일일까? 대구스마트시티지원센터 문의 결과, 디지털시민청은 애초 별도의 사업 예산이 없었던 데다 코로나19 유행 때문에 열 수 없었다는 답이 돌아왔다.

디지털시민청이 곧 열린다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던 2020년 4월, 대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그런 와중에 다음달 개청 소식을 전해놓고는 이제 와서 열지 못하는 이유로 코로나19 탓을 하는 건 납득하기 힘들다. 또한 2021년도 예산을 확인해 보니 디지털시민청 운영으로 1억6백만 원이 책정돼 있었다.

이번에는 대구시에 물어보니 2020년 연말부터 디지털시민청이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스마트시티지원센터 측은 '아직 못 열었다'고 했는데, 이건 또 무슨 말인가. 안내간판이나 공지, 홍보자료 하나 없이, 대구시청 홈페이지와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나 구글에 검색해도 웹사이트조차 나오지 않는 디지털시민청이 어딘가에서 운영 중이라는 이야기다. 이에 대한 대구시의 해명을 들어보자.

"디지털시민청은 '디지털' 인프라로서, 하나의 건물이나 시설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2019년 4월 말부터 스마트시티지원센터에서 www.smartdaegu.kr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참여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공간 리모델링은) 시민들의 디지털 역량 강화, 시민활동 지원, 시민 교육 지원을 위해 지난 해 11월 시청별관 201동 1층 일부를 시민 리빙랩으로 개조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현재까지 본격적인 개방을 하지 않고 있다."

시민이 시정에 참여하는 창구인데 별도의 이름을 단 오프라인 시설도, 온라인 공간도 마련하지 않은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더군다나 www.smartdaegu.kr에 대해서는 2020년 4월 보도자료를 다시 참고할 수밖에 없다. 당시 대구시는 "5월 중에 시민이 시정에 적극 참여하는 창구가 될 디지털시민청 개소를 앞두고 있으며, 대구시 스마트시티지원센터 홈페이지(www.smartdaegu.kr)도 공식 운영 중이다"라고 밝혔다.

상식있는 시민이라면 스마트시티지원센터 홈페이지 주소를 가지고 우긴다 해도 그게 결코 '디지털시민청'이 될 수 없음을 알 것이다. 심지어 스마트시티지원센터 홈페이지 내부에 디지털시민청으로 따로 분류한 메뉴도 없다.

참고로 서울시 시민청은 시청사와 삼각산에 별도의 공간이 있으며, 온라인 홈페이지(www.seoulcitizenshall.kr)도 따로 운영 중이다. 이러한 디지털시민청의 현주소만 봐도 '예산은 쓰이고 있는데 진행되는 결과물은 잘 보이지 않는다'는 대구시의회의 우려가 괜한 걱정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2019년 4월, 대구시는 스마트시티를 이렇게 표현했다.

"스마트시티는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상상하면 현실이 되는 도시다. 시민이 꿈꾸는 스마트시티는 알라딘만의 스마트시티가 아니라, 도시 주체인 대구 시민 모두가 체감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다."

그리고 2020년 2월 2일 현재 디지털시민청은 진짜로 알라딘의 요술램프같은 존재가 된 것 같다. 미지의 세계에 있어, 현실에서 도무지 만날 수 없는 동화 속 이야기처럼.
#스마트시티 #디지털시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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