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포털, 왜 만 14세 미만은 이용 못 하죠?

[주장] 만 14세 미만의 국민도 정보공개포털 이용할 권리 있다

등록 2021.02.03 09:31수정 2021.02.03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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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38대 대통령, 제럴프 포드는 1976년 "민주주의에서 국민은 정부가 무엇을 결정하였는지만이 아니라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결정하였는지 알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에 맞추어 우리나라도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정보공개청구제도, 과연 모두가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 ⓒ 픽사베이


정보공개라는 용어를 자주 들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정보공개청구제도는 1996년 12월 31일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면서 생겨났다. 이후 여러 차례의 제도 개선을 거쳐 오늘날에 이르렀다. 정보공개는 우리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쳐왔다. 최근 쟁점이 된 북한 원전 건설 추진 관련 문건도 산업통상자원부 정보공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공개된 것이다. 활발한 정보공개청구가 이루어지면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 수준은 한 단계 더 발전할 수 있었다.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조는 정보공개의 목적을 공공기관이 보유, 관리하는 정보에 대한 국민의 공개 청구 및 공공기관의 공개 의무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법 제5조 1항에서, 모든 국민은 정보의 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모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하여 이러한 법률이 제정된 것이다. 이에 행정안전부에서는 '정보공개포털'을 운영하여 국민이 쉽게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행정안전부의 정보공개포털에서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없다.

2021년 2월 3일 현재, 정보공개포털에서 만 14세 미만의 주민등록번호를 활용해 정보공개청구를 시도하면 '만 14세 미만은 청구를 할 수 없습니다'라는 팝업창이 뜬다. 관계 법령 그 어디에도 청구권자의 나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보공개포털에서 만 14세 미만은 정보공개청구를 할 수 없다.

정보공개포털에서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 22조 6항에 '개인정보처리자는 만 14세 미만 아동의 개인정보를 처리하기 위하여 이 법에 따른 동의를 받아야 할 때에는 그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만 14세 미만은 현행법상 스스로 개인정보의 제공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분히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정보공개를 청구받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만 14세 미만인 모든 청소년의 정보공개포털 이용을 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는 납득하기 어렵다. 법제처에서 운영하는 생활법령정보 누리집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의 아동은 개인정보 처리에 따른 위험성과 그로인해 초래될 수 있는 결과 및 이용자의 권리 등을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에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네이버에 만14세 미만의 생년월일로 가입을 시도했을 때, 법정대리인의 동의가 필요함을 안내해주고 있다. ⓒ 네이버화면캡처

   
지난 2월 3일, 기자가 직접 국내 포털사이트에 만 14세 미만의 생년월일을 입력하고 시도해 보았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그리고 '다음'을 운영하는 카카오 모두 가입 과정에서 만14세 미만인 경우 보호자 동의가 필요함을 안내하고 있었다. 만 14세 미만이더라도 충분히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받아 개인정보를 제공할 수 있음을 입증해주는 예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행정안전부 정보공개포털에서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정보공개조차 청구할 수 없도록 해 둔 현행 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 정보공개포털에서 법인, 외국인도 절차를 통해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있지만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은 정보공개를 청구할 수 없다. 그것도 현행법상 불가능하여 정보공개를 청구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시스템 부족으로 청구하지 못하는 것인만큼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것을 막을 근거는 현행법에도 없으며,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청소년들이 직접 자신이 알고자 하는 자료에 대하여 찾아보고 정보공개를 청구해 정보를 받아 확인하는 것만큼 좋은 민주주의 교육이 어디에 있겠는가. 학교 사회 시간에서는 배울 수 없는 소중한 것을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배울 수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만 14세가 되기 이전에 학교를 대상으로 정보공개청구제도를 이용하려고 했으나 정보공개포털의 벽에 가로막힌 기억이 있다. 헌법에서는 모든 국민이 법 앞에서 평등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지만, 정보공개포털에서만큼은 그렇지 않다. 앞으로는 나처럼 정보공개포털의 부당한 정보공개제도 운용에 가로막혀 정보공개청구를 하지 못하는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없었으면 한다.

행정안전부라는 국가기관이 운영하는 정보공개포털에서 만 14세 미만의 정보공개청구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매우 심각한 배제행위이며 차별행위이다.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며 정보공개를 청구할 권리를 가진다. 만 14세 미만의 청소년 역시 예외는 아닐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하루빨리 만 14세 미만 청소년의 정보공개청구를 가로막는 잘못된 정보공개포털 운영을 멈추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필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입니다.
#정보공개청구 #알권리 #정보공개 #만14세 #청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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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 사이를 오가는 글쓰기. 문의는 j.seungmin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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