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제 얼굴에 '공무원'이라고 적혀있나요?

매번 받는 오해... 대체 이유가 뭘까

등록 2021.02.03 15:05수정 2021.02.0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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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공무원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 pixabay

 
"혹시 공무원 아니세요?"


평범한 직장인 21년 차인 난 외모에서 풍기는 무언가가 있는 건지 아니면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에 그런 느낌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종종 공무원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는다.

물론 이건 가정적이고,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는 정확한 시간에 출퇴근을 하는 나의 일상의 모습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두 번도 아니고 이사를 하면서 새로 알게 되는 이웃분들마다 처음에는 이런 오해들을 하니 이제는 오해가 익숙해지려고까지 한다.

처음 이런 이야기를 들었던 건 8~9년 전 일이다. 내가 직접 들었던 것도 아니고 아내에게 아내의 지인분이 했던 이야기로 기억한다. 큰아이는 초등학교 저학년이었고, 딸아이는 유치원을 다닐 때다. 내 나이 30대 후반을 넘어섰고, 바삐 일하며 그래도 회사에서 조금은 잘 나간다고 말할 수 있을 만한 때였다. 직장 생활을 경험해보거나, 가족 중에 30대의 직장인이 있다면 알겠지만 그 나이 때가 일반적으로 가장 일이 많고, 바쁠 시기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내게 절대 지켜야 할 불문율 같은 것이 있었다. 그건 바로 가족 행사나, 아이들 행사에는 무조건 참석하는 일이다. 아마 그때가 큰 아이 학교 참관 수업이었을 것이다. 난 당연히 그날 하루 휴가를 내고 아들 참관 수업에 참석했다. 여러 번 참석해 오던 학교 행사라 그리 낯설지 않았고, 당연히 아이들 아빠들도 많이 참관을 할 줄 알았다. 일 년 전에도, 이 년 전에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참관 수업이 시작되었음에도 학급에 얼굴을 비친 학부모들 중 아빠들은 나를 제외하고는 한두 분이 전부였고, 대부분 아이들 엄마만이 참석했다. 생각해보니 작년까지만 해도 아이들이 초등학교 2학년일 때니 아내분들에게 등 떠밀려 오시거나, 아이가 어릴 때니 아빠로서 의무를 하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이젠 3학년이나 되었으니 평일 하루 회사를 빼고 오는 게 부담스러웠을 수도, 혹은 바빠서 오지 못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참관 수업이 끝날 때까지 교실에는 아빠로 보이는 남자분은 나를 포함해 세 명이 전부였다.

참관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오면서 아내는 자연스럽게 같은 반 아주머니들과 이야기를 나눴고, 조금 머쓱했던 난 교실에서 조금 떨어진 복도 한쪽에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잠시 뒤 아내는 내 곁으로 왔고, 조용히 학교 계단을 내려오며 날 보고 웃으며 자연스럽게 아주머니들과 했던 얘기를 꺼냈다.

"철수씨, 아까 경표 엄마가 철수씨 공무원이냐고 물어봤어요?"
"잉? 왜요? 내가 공무원 같이 보여요?"
"공무원이 생긴 게 뭐 따로 있나요? 아마도 이런 평일에 3학년이나 된 아이 아빠가 참관수업을 참석하니 휴가 내기 수월할 것 같은 공무원인가 했겠죠."


그 이후에도 비슷한 오해를 종종 샀다. 그래도 한 동네 오래 지내다 보면 처음 알게 되는 사이가 드물어져서 그런지 아이들이 커 갈수록 차츰 그런 오해를 듣는 일은 줄어들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우린 꽤 오랜 시간을 보냈던 서울을 떠나 지금 살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로 새롭게 보금자리를 옮겼다.

그렇게 이사를 오고 나서 나의 그런 오해들은 다시 시작됐다. 인사성이 좋은 아내와 딸아이의 영향을 받아 아파트 같은 동에 사는 이웃 주민들과 오며 가며 인사를 했고, 거리를 조금씩 두었던 이웃주민들도 지나다니며 안부 정도는 묻는 분도 생길 만큼 시간이 지났다. 하루는 아내와 함께 아파트 입구를 나오다 아내의 화단을 유난히 좋아하는 노부부와 마주쳤고, 우린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어디 다녀오세요?"
 "아~ 애기 엄마. 산책 다녀와요. 딸아이가 어쩜 그렇게 인사도 잘하고, 예뻐요."
 "감사합니다. 딸 애가 인사성이 조금 밝은 편이죠."
 "그나저나 애기 아빠는 공무원인가. 반듯하고, 인사도 잘하고, 자상도 하시고."
 "아... 아니요. 그냥 회사 다닙니다. 하하"


잠깐 머쓱해졌던 노부인은 아내의 꽃밭 칭찬을 하고서는 자신이 가던 길로 발길을 옮겼다. 얘기를 나누고 돌아서며 아내와 사람들에게 보이는 공무원에 대한 선입견에 대해서 얘기해봤다. 한두 번도 아니고 이런 오해를 듣는 게 갑자기 궁금해지기도 하고, 아내의 생각도 궁금했다.

"영희씨, 한두 번도 아니고 직업에 대한 오해는 어떻게 설명을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안 그래도 지수 눈높이 선생님도 지수보고 아빠가 공무원이냐고 물어봤데요."
"영희씨, 이거 내 얼굴에 공무원하고 쓰여 있는 거 아닌가 싶네요."
"정말 공무원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이런 얘기 너무 자주 듣는데 이번 기회에 한번 도전?"
"이 나이에 어디 들어갈 자리가 있나요? 영희씨는 농담도..."


사람들마다 외모에서 풍기는 느낌은 다양하다. 저마다 자신만이 갖고 있는 다른 인상, 다른 표정을 갖고 살아가고, 또 사람들을 대한다. 그중에서 우리에게 있는 어떤 특정 지을 수 있는 모습이나 평소의 습관 같이 항상 하는 행동들에서 오늘 처음 만난 사람들은 우리에 대한 첫인상을 갖는다. 

이렇게 갖게 되는 첫인상이 좋게 보일 수도, 나쁘게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첫인상은 그 사람에 대한 성격이나 인품, 인격이 될 수는 없다. 단지 처음 본 자리에서 외모나 행동만으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판단하고, 어떤 사람의 성격, 인격을 결정하는 것은 크나 큰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어떤 사람은 처음 본 누군가를 선하게, 악하게, 똑똑하게, 모자라게 등과 같이 평가하기도 한다. 짧은 시간 본 모습만 가지고 자신만이 가진 잣대로 선을 긋기도, 재단을 하기도 한다. 누구에게든 자신만이 살아온 삶이 있고, 생각이 있고, 철학이 있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 됐든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습관과 행동 양식이 있다. 가끔은 보이는 전부가 아니라는 걸 생각하게 한다.

오늘은 아침에 아내가 집에 과일이 떨어졌다고 해서 퇴근길에 자주 가던 과일 가게에 들렀다. 자주 들른 가게라서 그런지 가게 사장님은 갈 때마다 알은체와 함께 과일 한 개라도 서비스를 주시려고 해서 내겐 반가운 곳이다. 오늘은 7개 만 원 하는 사과를 샀고, 과일 가게 사장님은 어김없이 서비스로 사과 한 개를 더 넣어주셨다. 과일을 담고 결제를 위해 카드를 내밀던 내게 사장님이 오랜 시간 궁금해했던 것인 양 한 마디 하셨다. "혹시 공무원 아니세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제 개인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편견 #선입견 #외모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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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일상과 행복한 생각을 글에 담고 있어요. 제 글이 누군가에겐 용기와 위로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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