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총독부·중앙정보부 있던 남산, 시민공원으로 바꾼 서울시

정보부 지하 취조실 재현한 '기억6', 우당 이회영 기념관 등 조성

등록 2021.02.03 13:16수정 2021.02.03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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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여에 걸친 서울 남산 예장자락 상부 재생사업 공사가 끝나고 녹지공원이 생겼다. 사진은 3일 서울 중구 남산 예장자락 사업 현장의 '기억6'. 과거 이 장소에 있었던 옛 중앙정보부의 지하 고문실을 재현했다. ⓒ 연합뉴스



그동안 서울시민들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남산 예장자락이 조선총독부 관저와 중앙정보부 등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면을 조망하는 시민공원으로 재단장됐다.

3일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녹지공원과 기억공간으로 만들어져 3월부터 시민들에게 선보일 '예장자락'을 찾아 막바지 공사 상황을 점검했다. 2009년 오세훈 시장이 시작해서 박원순 시장이 바통을 이어받은 '남산 르네상스' 프로젝트가 12년 만에 마무리된 셈이다.

예장자락은 조선시대 군사들이 무예를 연습하던 장소('무예장')였다. 1884년 12월 4일 갑신정변으로 공사관이 전소된 일본이 새로운 공사관 터로 이곳을 주목했고, 그 이후 일본 외교관들과 상인들이 모여들어 집단촌락을 형성했다.

1905년 을사조약 체결 뒤 공사관이 통감부로 바뀌고, 1910년 합방조약 뒤에는 통감부가 조선총독부와 관저로 바뀐 후에는 '지배층의 땅'으로 완연히 탈바꿈했다. 1921년 9월 12일 조선의열단원 김익상이 남산 총독부 2층에 폭탄을 투척하고 달아나는 사건 이후에는 일반인들의 출입이 훨씬 어려워졌다.

서울시는 '아픈 역사'를 기념하여 조선총독부 관사 터의 기초 일부분을 그대로 보존한 '유구터'를 조성했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조선총독부로 쓰이던 구 중앙청 건물을 철거할 때 나온 콘크리트 잔해와 부서진 기둥을 등을 활용해 역사를 생생하게 느끼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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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 예장자락 사업 현장의 조선총독부 관저 터. ⓒ 연합뉴스

  
1945년 일제가 패망한 뒤에는 국립민속박물관, 한국전쟁이 끝난 1954년에는 연합참모본부(지금의 합동참모본부) 등으로 쓰이다가 1961년 5.16 쿠데타 이후에는 중앙정보부(지금의 국가정보원)가 이곳에 터를 잡았다.

서울시가 새로 조성한 '기억6'은 중앙정보부의 핵심부서였던 '6국'이 있던 곳에 자리 잡았는데, 이 중 6국의 지하 취조실을 이번에 재현했다. 6국 건물은 1995년 안전기획부가 이전하면서 서울시가 매입해 그동안 '남산2청사'로 사용하다가 예장자락 재생사업으로 지하를 제외한 지상부는 모두 철거됐다.


중앙정보부 출범 초기 '특명수사'를 전담했던 6국은 70년대 들어서 '대공수사'로 범위를 확장했고, 1974년 민청학련-인혁당 사건 등 주요시국 사건을 담당했다.

전직 국회의원 이철·유인태, 성균관대 사학과 명예교수 서중석, 출판인 나병식 등이 민청학련 사건으로 인해 고문을 당했다. 민청학련기념사업회는 당시 사건의 기획자로 신직수 중앙정보부장과 조일제 국내담당 보안차장보, 이용택 6국장 등을 지목하고 일부 수사관들의 이름을 공개한 바 있다.

서해성 서울역사재생총감독은 "이곳에서 매 맞았다는 사람은 수천 명인데, 그들을 때렸다는 사람은 아무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역사를 위해서라도 그분들 중 누군가 익명으로라도 증언을 남겨야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오는 4월 3일 민청학련 사건 피해자 10여 명을 초청해 당시 사건을 기억하는 행사를 하려고 한다.

공원 하부 일부 공간에는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의 기념관이 조성 중이다. 전 재산을 들여 독립군 양성학교인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며 독립 투쟁에 헌신한 이회영을 기리는 공간으로, 5월에 문을 연다.

공원 입구에는 <애국가> 2절에 나오는 '남산 위의 저 소나무'를 연상시키는 소나무를 심었다. 오랜 세월 고난을 이긴 민족의 모습을 형상화한 곡선이 있는 소나무는 서해성 감독이 전북 고창에 있던 소나무를 현장 확인을 거쳐 이곳으로 이식했다.

서울시는 도심과 예장자락을 순환하는 전기 저상버스(4개 노선, 27대)를 운행해 시민이 공원을 찾는 데도 불편함이 없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남산 #예장자락 #조선총독부 #중앙정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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