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개성에서 떡국 나눠먹는 날을 기대하며

개성 조랭이 떡국에 관한 단상... 새해 첫 음식 떡국은 언제 어디서 먹을까

등록 2021.02.04 10:46수정 2021.02.04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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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소띠 해다. 양력설을 지내시는 분들은 이미 떡국을 1월1일에 드셧을 것이다, 그러면서 2월달에 새삼스레 새해 첫 음식 떡국, 신축년 이야기냐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원고를 쓰고 있는 시간 2월 3일 오후 11시 59분 사이까지는, 음력 기준으로는 해가 바뀌지 않는 흰쥐의 해다.

그리고 음력으로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사실 '절기력(節氣曆)'을 기준으로 한다. 1년을 이십사절기를 기준으로 하여 순서대로 적어 놓은 것인데 태양이 움직이는 360도를 15도 간격으로 나눈 24개 지점을 말한다.
 

태양이 순천만 습지 위에 있다. 태양은 절기력을 만든다. ⓒ 동아시아람사르지역센터

 
절기력에서 새해의 시작은 입춘(立春)으로 시작해서 다음 입춘까지를 1년으로 한다. 입춘이 절기력의 설이며, 따라서 띠가 바뀌는 기준점이 되는 것이다. 내년에 보자는 얘기는, 사실 입춘에 보자는 이야기가 맞는 말이다.

그렇다면 새해 첫 음식 떡국은 언제 어디서 먹을까. 떡국을 좋아 하는 기자는 양력새해 1월 1일에, 절기력 새해 2월3일 입춘, 다음 주 설날 음력설에 총 3번을 먹는 것이 정답이라 주장해본다.

기자는 양력설 새해 첫 떡국은 바다가 좋아서 남도의 통영 굴 떡국을 먹었다. 두 번째 입춘 떡국은 개성의 떡국 조랭이 떡국을 먹어보려 한다. 그리고 다음 음력설 떡국은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때 응원단을 함게 구성하고 싶은 도시 평양떡국(평양만두국)을 먹어 보려 한다. 물론 코로나 19로, 가족이나 어머니와 함께 먹는 떡국이 아니라 집에서 아이들과만 먹는 서글픈 떡국이 될 것 같다.
   

통영 한산도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과 함께 항해 좌측 상단에 보이는 배가 통영 거북선 이다. 이순신장군배요트대회 2018년 ⓒ 민승준

 
한편 우리나라에서 음식 솜씨가 좋은 곳으로는 서울, 개성, 전주 세 곳을 꼽는다. 이곳에 사는 어머니들 솜씨가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 이다. 개성 음식은 조랭이떡국, 홍해삼, 편수 등과 병과로 약과, 경단, 주악 등이 유명하다. 특히 개성은 장사를 하거나 외국과 무역을 하는 상인, 통역관, 의관들로, 경제적으로 부를 축적하여도 양반이 못 되는 서러움을 달래느라고 식도락을 즐기기도 하였다고 한다.

개성에서 떡 썰기로 유명하게 알려진 어머니는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명필가 한호 석봉의 어머니이다. 한호 석봉 설화는 기록이 정확하게 남아있다. 3년을 공부하고 글을 잘 쓴다는 아들에게, 그렇게 자신 있으면 불 끄고 글고 떡을 썰어보는 대결을 한다. 그것도 엄마보다 잘 못 하면 공부 그만 하라고 하는, 공부하기 싫어하는 아이들에겐 너무나 듣기 좋은 말까지 해주면서... 그러나 결과는 잘 알다시피 3년 정진한 글은 어머니의 떡썰기보다 못하였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개성 남대문 현판은 한석봉의 친필이다. 남대문 ⓒ 인천문화재단

 
7년을 더 어둠속에서 공부하여 대결하여 노안이 온 엄마를 이긴 석봉은 중국에서도 외교 문서를 보내려면 석봉글씨로 보내라고 할 정도의 당대 최고의 명필이 된다는 게 이야기의 결말이다. 이는 무슨 일을 하려면 불끄고 눈감고 해야 할 정도로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의 이야기로, 우리에게 익숙한 인물이기도 한다.

기자는 개성이 고향인 한석봉 기념 사업회와 인터뷰를 통해, 한석봉과 어머니는 개성이 고향이시니 개성의 떡국 조랭이 떡국을 정확하게 가지런히 썰 수 있으셨을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었다. 사실 무슨 떡을 썰었을까까지 따지는 것은 음식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만, 개성떡을 이야기 하려면 한석봉 어머니만한 분이 없다.

고려의 옛 수도 개성사람들은 예로부터 섣달 그믐날에 온 식구가 모여 앉아 고려왕조를 무너뜨리고 이씨 왕조를 세운 이성계의 목을 자른다는 의미로 흰떡을 가늘게 밀어 밤새껏 대나무칼로 조롱 떡국대를 썰어서 누에고치 모양의 조롱떡을 만들어 함지에 가득 담아 두었다가 설날 아침에 장국에 넣고 끓인 떡국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섣달그믐날밤에 떡을 써는 솜씨 좋은 어머니의 유전자가 한석봉을 만들었으리라 주장해본다.
  

개성8경 임진강 황포돛배 개성은 판문점을 기점으로 남북으로 분단된 도시이다. 개성8경중 유일하게 남측에 있는 장단석벽에서 뱃놀이. ⓒ 민승준

 
남도 통영굴 떡국이든 개성떡국이든 평양떡국이든 서울떡국이든 무슨 재료를 넣었든, 떡 모양보다는, 내가 한 해의 첫 음식을 가족들과 함께 하며 복을 기원하는 음식인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올해 코로나 19시대에는 다른 해와 달리 사랑하는 사람들과 멀리 멀리 떨어져 각자의 건강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떡국을 여러 차례 먹으며 잘 살아 남을 수 있도록 기원해보자.

모이지 말고 혼자서 먹는 새해 첫 음식 떡국 먹기 운동도 필요하다. 건강하게 잘 살아남아 코로나 19가 끝나고 남과북 이산가족들도 만나고 자유왕래도 하는 시대가 어서와서 조선팔도 가보고 싶은 떡국을 사이좋게 한겨레 한민족이 나누어 먹는 시대, 새해 첫 떡국은 유네스코 세계유산 도시 개성에서 만나 한석봉 어머니의 개성 조랭이떡국을 사이좋게 나누는 시대를 기원하며 기대해본다.
덧붙이는 글 개성에서 떡국 먹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개성관광 #개성공단 #이산가족 #개성떡국 #개성떡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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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개성 문화원 위원. 현) 개성항공주식회사 공동창업주 전) 개성정도 1,100주년 기념 항해단 선장 전)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개성시 홍보 대사 전) 사단법인) 개성관광 준비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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