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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성 179,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 가결... 헌정사상 최초

투표수 288... 반대 102, 기권 3, 무효 4... '세월호 7시간 재판 개입'으로 헌법 위반 혐의

등록 2021.02.04 15:23수정 2021.02.04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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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체 : 4일 오후 4시 37분]

4일 오후 3시 22분, 종이를 넘겨받은 박병석 의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결과를 말씀드리겠다. 총 투표 288표 중 가 179표, 부 102표, 기권 3표, 무효 4표로써 법관 임성근 탄핵소추안은 가결됐음을 선포한다."

발의자 161명에서도, 190명에 가까운 범여권에서도 별다른 이탈표는 없었다. 마침내 헌정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순간,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목소리로 "졸속탄핵 사법작업 규탄한다! 사법양심 내팽겨친 김명수를 탄핵하라"라고 외쳤다.

민주당·국민의힘 끝까지 신경전... 이탄희 "국회 의무 이행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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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법농단' 연루 법관(임성근)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을 하고 있다. ⓒ 남소연

 
헌정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 소추 여부를 다룬 본회의장의 공기는 시작부터 냉랭했다. 의사진행발언권을 얻은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민생은 뒷전으로 미뤄두고 법관 탄핵이 웬말이냐"며 "지난해 김경수 경남도지사 유죄판결, 정경심 교수 유죄판결,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처분 집행정지 결정에 이어 최강욱 의원도 유죄 선고가 나자 갑자기 (여당이) 법관 탄핵을 들고 나왔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탄핵은 법원 내부권력이 함부로 재판에 개입하는 것을 차단함으로써 판사의 독립을 실질적으로 지키는 것"이라고 맞섰다. 그는 "이 순간에도 정치적 목적으로 탄핵을 반대하는 주장이 있고, 국민의힘은 김명수 대법원장 탄핵을 주장하는데, 전형적인 정치공세"라며 "(보수야당은) 법원이 인정한 탄핵대상자를 눈 감고, 오직 정치적 목적으로 대법원을 흔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이 임성근 판사의 탄핵 소추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회부해 조사한 뒤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그는 "이 탄핵 소추안은 목적, 절차, 내용 등 많은 부분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졸속으로 추진하면 명백한 정치 탄핵이며 최악의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표결 결과 재석 278명 중 찬성 99명, 반대 178명, 기권 1명으로 부결됐다.


2시 22분, 임성근 판사 탄핵 소추안 대표발의자 이탄희 민주당 의원이 연단에 섰다. 그는 9분 동안 임 판사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행적 문제를 다룬 '세월호 7시간' 재판에 개입했고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 관련 집회로 기소된 변호사들의 판결문 중 정치적으로 예민한 부분을 수정했고 ▲유명 야구선수 원정도박 사건을 정식으로 재판하려던 판사의 결정을 철회한 일 등을 조목조목 짚어나가며 "피소추자는 다수의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고 소개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미루고 말았던 국회의 헌법상 의무를 이번에는 제대로 이행합시다. 이번 탄핵 소추의 진정한 실익은, 정쟁으로 시끄러워 보이는 듯한 이 와중에도 대한민국의 헌정질서가 애초 설계된 대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국민과 국회가 함께 확인하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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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이종배 정책위의장 등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법농단' 연루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 표결에 반대하는 피켓을 모니터에 내걸고 있다, ⓒ 남소연

 
국민의힘 의원들은 "빨리 합시다" "정치적 탄핵이다" "김명수나 탄핵해"라며 연신 항의했다. 하지만 이탄희 의원은 묵묵히 준비해온 원고를 읽은 뒤 "오늘 하루만큼은 자신의 책무를 묵묵히 다하는, 품위있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정당을 넘어서 압도적인 찬성으로 이 안건을 가결해줄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는 말로 끝맺었다.

2시 52분, 약 20분 간의 투표가 끝났고 개표가 곧바로 이어졌다. 법관 탄핵 소추안은 무기명 표결이기 때문에 국회의원 개인마다 명패를 확인한 뒤 투표하고, 개표할 때 이 명패 수도 확인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잠시 시간이 지연되긴 했지만, 모든 절차가 제대로 끝났고, 헌정 사상 최초로 법관 탄핵 소추안이 가결됐다.

최종 판단은 헌재 몫... 사상 첫 법관 탄핵심판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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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법농단' 연루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동료의원의 격려를 받고 있다. ⓒ 남소연

 
홍정민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가결 후 논평을 내 "임 판사의 탄핵 소추안 통과는 삼권분립에 따라 사법부의 잘못을 견제하고 바로잡아야 하는 입법부의 의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오늘 임 판사 변호인이 공개한 (지난해 5월 김명수 대법원장이 탄핵문제를 언급하며 사표를 반려했다는 내용의) 녹취록 역시 사건의 본질을 가릴 수 없다"며 "임 판사는 향후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헌법 위반 행위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배준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오늘 우리나라는 중우정치의 민낯을 봤다"며 "법관 탄핵은 오로지 본보기식, 길들이기 탄핵"이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국회법에는 '본회의 의결로 탄핵 소추안을 법사위에 회부해 조사할 수 있다'고 돼 있다"며 "민주당과 2중대들은 이 법 절차까지 다수의 힘으로 무력화하며 무리하게 탄핵했다. 진정 국민이 탄핵하고 싶은 대상은 법관이 아닌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든 이들"이라고 힐난했다.

한편 국회법에 따라 당연직 소추위원인 윤호중 법사위원장은 박주민 의원을 수임인으로 지정, 이탄희 의원과 함께 이날 곧바로 헌재에 탄핵 소추 의결서 정본을 제출하도록 했다. 앞으로 헌재는 사상 첫 법관 탄핵심판을 진행, 임성근 판사가 정말 헌법을 위반했는지 또 파면을 해야 할 만큼 중대한 잘못인지 등을 판단할 예정이다.

다만 임 판사가 임기만료로 2월 28일 퇴직 예정이라 한쪽에서는 이번 탄핵 심판의 실익이 없다고 본다. 하지만 사안의 중대성 등을 감안할 때 헌재가 최대한 빨리 심리를 진행할 수도 있고, 설령 임 판사가 퇴직하더라도 그의 행위가 위헌인지 여부를 판단할 것이란 예측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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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사법농단' 연루 임성근 판사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순간 "김명수 대법원장을 탄핵하라" 구호를 외치고 있다. ⓒ 남소연

#사법농단 #법관 탄핵 #임성근 #이탄희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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