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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송전탑을 보라... '몰래 원전' 불가능한 이유

[김성환 민주당 의원 기고] 차제에 한반도 2050 탄소중립 구상해야

등록 2021.02.10 12:30수정 2021.02.10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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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월 3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대북 원전 의혹 긴급 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 남소연

 
'국내에서는 탈원전 한다는 정부가 북한엔 비밀리에 원전을 지어주기로 했다'는 음모론.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이 삭제한 파일 중 하나에 있었던 북한 원전 추진 문건이 그 근거다. 산업부는 곧바로 문건 원본을 공개하며 '아이디어 차원의 자료로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보수 야당은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하면서 철 지난 색깔론을 계속 들먹이고 있다. 정치 공세라고 치부하기에도 너무 민망하다.

대북제재와 원자력 감시체계로 원전 지원은 '불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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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4월 22일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안 타결 당시 모습. ⓒ 연합뉴스=AP

 
사실 UN과 미국의 대북제제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북한 원전 건설은 불가능하다. 우라늄은 국제원자력기구 안전조치 대상에 포함되는 물질로 핵물질의 생산과 운반, 이동까지 전 과정을 엄격히 통제하고 있다. 게다가 원전 원천기술의 상당 부분을 미국이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몰래 북한에 원전을 지으려 했다는 것은 만화에서나 나올 법한 상상력이다. 

더구나 북한의 전력사정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보수 야당의 주장이 얼마나 허무맹랑한지 쉽게 알 수 있다.

북한은 압록강의 수력발전을 주 전력으로 하다가, 1970~80년대에 주로 화력발전소를 건설해 2016년 기준으로 그 비중이 54%에 이른다. 그런데 이마저도 계속된 경제난으로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정전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어 골칫거리다. 북한 입장에서 안정적 에너지 공급이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북한 전력망은 기술적으로 원전 수용 못해

이 문제해결을 위해 '산업부 원전 보고서'에 있는 원전을 북한에 지어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북한의 정격주파수는 60Hz로 우리나라와 동일하다. 하지만, 송전전압이 66~220kV에 불과하다. 만약 한국형 원전을 짓게 되면 385kV~765kV로 송전을 해야 하는데, 북한의 송전망은 이를 감당할 수 없다.

한국형 원전을 지으려면 북한의 전력망을 모두 교체해야 한다는 의미다. 원전 건설비용보다 송전선로 교체 비용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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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 KEMRI 전력경제리뷰

 
북한의 분산형 에너지 체계와 원전은 어울리지 않아

남한은 대규모 원전과 화력발전에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고압송전과 배전을 통해 전기를 공급한다. 중앙집중형 발전 구조다. 그러나 북한은 중소규모 발전에 적합한 병렬배전방식이다. 분산형 전원체계라는 의미다. 

전기는 특성상 전압과 주파수가 관리되지 않으면 망 자체가 붕괴된다. 분산형 전원체계에 대규모 원전은 어울리지 않는다. 

정전이 잦다는 것 역시 원전 건설이 불가능한 요소다. 전력공급이 불안정하면 '응동시간'이 짧은 에너지원이 효과적이다. 짧게는 몇 분 안에 전력공급을 안정화해야 하고, 정전이 된다고 해도 몇 시간 안에 복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응동시간이 짧은 양수나 재생에너지와 달리 원전은 출력을 정상화하는 데 수십 시간이 걸린다. 역시 어울리지 않는다.

북한도 재생에너지, 그린수소 경제로 전환 중

문재인 정부는 지난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탈석탄 탈원전 재생에너지와 그린수소 중심으로 전환을 추진 중이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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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력 KEMRI 전력경제리뷰

 
북한은 2013년 '자연에네르기'법을 제정하고, 2044년까지 재생에너지를 5GW 보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북한 전체 발전설비 용량의 65%에 해당한다(2015년 기준). 이 법 제정 이후 소규모 풍력과 태양광이  확산되어 매년 300W~10kW의 소형 풍력발전기를 5000기가량 생산하고 있기도 하다. 

그린수소 경제에도 관심이 높다. 2033년까지 수소기술을 확보하고, 2044년에는 수소에너지를 전면적으로 이용하는 수소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또한 에너지자립주택을 전국에 보급하고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다. 

한반도 차원의 2050 탄소중립 구상 가다듬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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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5일 오후 설 연휴 임시개통 예정인 전남 신안군 임자2대교에서 열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 48조원 투자협약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제공

 
석탄발전은 기후 위기의 직접적 원인이다. 원전도 사고 날 경우 치명적으로 위험하고, 겨우 30~40년 사용하고 수만 년을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는 에너지원으로서 미래에 적합한 에너지가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원전은 남한에서는 안되고 북한에서는 되는' 이중성의 에너지가 아니라 남북 모두에게 어울리지 않는 에너지다. 다만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몰래 북한 원전 짓기'는 실현불가능한 음모론에 불과하다. 

그러나 차제에 남북 교류협력이 활성화될 것을 대비해 한반도 차원의 2050 탄소중립 구상을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는 것은 인류 공동의 숙제이고, 한반도 역시 같은 운명공동체이기 때문이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 권우성

덧붙이는 글 이 기사를 쓴 김성환씨는 더불어민주당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입니다.
#북한원전 #김성환 #탄소중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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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9월까지 청와대 정책조정비서관으로 일했습니다. 그전에는 노원구의원과 서울시의원을 했구요. 대통령 비서실에서 보고 배운 것이 많지만, 대통령의 비서로서 하지 못했던 생각을 오마이 뉴스 식구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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