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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중반에... 스타벅스 버디 세트에 설레버렸어

예쁜 쓰레기가 될 운명 굿즈... 사지 않고 '이겨낸' 나를 칭찬해

등록 2021.02.16 13:56수정 2021.02.16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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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스타벅스 버디세트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만에 커피를 사려고 들른 스타벅스 카운터엔 깜찍한 버디세트들이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진한 아쉬움이 밀려와 쓸데 없는 말인 줄 알면서도 "버디 세트 남은 거 없죠?"라는 말을 내뱉고 말았다.
 

그동안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플레이모빌 행사가 끝났음을 알려준다. ⓒ 은주연


한정판 플레이모빌 버디세트를 가져보려 스타벅스로 발걸음을 해본 적도 없건만, 눈앞에서 이제 행사가 끝났다 하니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은 무슨 일인지.

지난해 여름, 스타벅스 섬머레디백 열풍이 불었다. 음료 17잔을 마시고 프리퀀시를 모으면 섬머레디백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권이 나오는 행사. 조용히 시작했던 이 행사는 섬머레디백이 핫한 아이템이 되면서 그야말로 줄을 서야만 구할 수 있는 귀한 물건이 되었다.

이 열풍의 이면엔 남들이 가지면 나도 갖고 싶은 심리가 깔려 있는 것 같아, 왠지 그 열풍에 동참하기 싫었다. 물론 그럴만한 부지런한 열정도 갖고 있지 않았고, 무엇보다 내 눈에 레디백이 그다지 탐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쓸모없어 보였다. 언젠가 여행갈 때 쓰면 될테지만 기내용 가방이 꼭 섬머레디백일 필요는 없었으니까. 무엇보다 네 식구가 사는 집은 늘 짐으로 꽉 차 있었기 때문에 불필요한 짐은 사절이었다.

그런데 그런 내 나름의 소신이 한방에 무너져 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올 겨울에 나왔던 스타벅스 플레이모빌 한정판 굿즈. 이게 뭐라고 처음 본 순간, 머리와 다르게 마음이 설레어 버렸다. 쇼핑에 있어서만큼은 늘 정신 바짝 차리고 있는 나는, 절대 그 상술에 흔들리지 않을 자신이 있었는데.

처음 본 순간

그런데... 하, 이건 왜 이렇게 예쁜 거지? 늘 남의 집 일이었던 굿즈 잔치가 갑자기 내 잔치가 되어버린 순간이었다. 섬머레디백 열풍이 불었을 때도 여유 있는 시선으로 '저건 어차피 쓰레기야' 하는 꼰대 만용을 부렸었는데... 그 바톤을 이어받은 '스타벅스 플레이모빌 버디세트' 앞에서는 40대 중년의 아줌마 가슴도 뛰었다.

가져보지 않은 사람은 있어도, 하나만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는 그 플레이 모빌이 한정판을 몸에 입고 스타벅스 굿즈로 나왔다니! 필요한 물건만 집안에 들이겠다는 얄팍한 소신을 헌신짝 버리듯 훌훌 벗어버린 나는 찬찬히 득템의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그런데 도저히 새벽부터 줄을 설 자신은 없었고 중고마켓을 뒤져보니 전 세트가 나와 있었다. 그럼 그렇지!

그런데 나를 스친 반가움도 잠시, 무려 전 세트의 가격이 20만 원이었다. 비싸도 너무 비쌌다. 버디세트 1개의 가격이 1만2000원이니 8개 세트를 모두 정가로 사면 9만6000원이면 될 걸, 본래 가격에 두 배를 받는 리세일가였다.

솔직히 굿즈는 예쁜 쓰레기라고 하던데 10만 원이나 더 붙여 팔다니 생각할수록 기가 찼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손가락이 내 마음의 결단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구매 채팅을 보낼까 말까 망설인 끝에 앱을 껐다. 마음은 울고 손가락은 떨렸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한정판 제작 판매라는 소식이 들리면 줄을 서서라도 가지려는 진풍경이 낯설지 않게 되었다. 선호하는 브랜드와 유명인사의 콜라보는 이미 고전에 가깝고, 한정판으로 코카콜라 도시 디자인 패키지가 나오는가 하면, 80년대를 떠올리는 맥심 보온병과 미니 찜기 '호찜이' 굿즈까지, 한정판에 레트로 감성까지 입힌 재미있는 상품들이 제작되고 있다. 물론 완판은 덤이다.

필요보다는 갖고 싶은 욕구에 기반한 소비. 몇 년 전부터 불기 시작한 욜로의 바람을 타고 한 번뿐인 나의 소중한 인생을 즐겁게 해줄 굿즈는 낭비도 사치도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세상 한쪽에서는 플라스틱이 넘쳐난다고, 미세 플라스틱이 바닷생물을 위협한다고 걱정하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지구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려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는데, 한쪽에서는 끊임없이 플라스틱 굿즈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이 아이러니에 대해 눈감아도 될까? 그것이 아무리 예쁜 굿즈라도 말이다.

굿즈 갖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  

이제 명절이 끝났으니 우리에겐 아마도 쓰레기 전쟁이 남아 있을 것이다. 매년 되풀이되지만 전혀 변화가 없는 선물 포장 박스를 생각하면 특별히 환경론자가 아니더라도 걱정스러워진다.

멀쩡한 박스들이 재활용 쓰레기장에 산을 이뤄 누워 있을 생각을 하면, 자꾸 제주도에 하얀 눈처럼 쌓여 있다는 쓰레기가 겹쳐 보인다. 코로나만 아니라면 티 하나 없이 깨끗한 박스를 도로 업체로 보내고 싶을 정도다.

그래도 요즘 MZ세대가 '용기내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건 좋은 징조같다. 용기를 내서 다회용 용기에 음식을 담아오는 일. 그 인증샷이 화제성을 낳고 사람들이 따라하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을 보면, 뭐든 하지 말라고 하는 것보다 놀이로 승화시키는 게 더 파급력이 큰 것 같다.

'일회용 용기를 쓰지 말자' 보다 '다회용 용기를 쓰자'라는 긍정적 어휘가 주는 효과와 MZ 세대들의 스토리 감성이 만들어낸 최고의 콜라보라고나 할까. 여튼 이 좋은 아이디어를 굿즈에도 적용해 보면 어떨까 싶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용기내 캠페인'을 본딴 (굿즈 갖고 싶은 마음을) '이겨내 캠페인' 같은 거 말이다. 굿즈 하나 포기할 때마다 쿠폰을 하나씩 모아 박카스라도 바꿔주는 캠페인이라면 재미있지 않을까. 예쁜 굿즈도 결국은 쓰레기가 되는 판에 사고의 전환 한번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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