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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제한 걸린 이재용, '차라리 미국 가라'는 틀렸다"

[스팟인터뷰] 채이배 전 의원 "옥중경영에 관대한 법무부, 입법 취지 몰각"

등록 2021.02.19 07:37수정 2021.02.19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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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월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부는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던 이 부회장은 이날 영장이 발부돼 법정에서 구속됐다. ⓒ 연합뉴스

  
'옥중 경영'.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법무부의 지난 15일 취업제한 통보 이후 재계 안팎에선 이 단어가 다시 등장했다. 형 '집행 이후' 5년간 취업이 제한된다는 법률 문구에 따라, '집행 중'에는 경영이 가능하다는 해석이 나왔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업 경영에 누를 끼쳐 감옥에 들어간 이가 회사를 운영한다는 게 준법을 실현하는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사실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14조 1항에 따라 재판 결론에 이은 기계적인 조치다. 이는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정부 국정 농단 파기환송심에서 회사 돈 86억 원을 횡령해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은 것에 대한 연속 절차다. 그러나 논란은 옥중 경영 여부에만 그치지 않았다. 법무부가 이 부회장의 취업 제한 조치를 풀어줄 가능성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20대 국회 당시 '재벌범죄 백서'를 발간하고 총수들의 취업제한 확대 법안을 내는 등 관련 이슈에 줄곧 문제를 제기해 온 채이배 전 민생당 의원은 이러한 논란을 '말장난'으로 규정했다. '경영에서 손을 떼라'는 게 법 취지인데, 죗값을 치르는 와중에 경영에 참여한다는 것은 "상식이 아니"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아직 관련 논란에 이렇다할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채 전 의원은 18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렇게까지 (총수가) 법을 빠져나가 경영하겠다면 이를 막기 위한 입법이 필요할 수도 있겠지만, 법으로 막으려면 끝이 없다"면서 "총수건 누구건 불법 경영한 사람에 대해선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못하도록 이사회부터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SK텔레콤엔 있고 삼성전자엔 없는 '정관' 이야기를 꺼냈다. SK텔레콤은 회사 정관 자체에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 이사직을 수행할 수 없다'고 못박아뒀다. 채 전 의원은 이를 비교하면서도 "사실 이런 내용을 규정으로 넣어야 하는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 현실이 후진적인 것"이라고 씁쓸해 했다.

채 전 의원은 "이 부회장에게 (규제 없는) 미국으로 가라는 일부 댓글도 있던데, 미국은 오히려 경영자가 배임이나 횡령을 저지르면 증권거래위원회 자체에서 취업을 금지 시킨다"라면서 "미국에 가면 (횡령에 대한 취업제한이) 심하면 더 심했지 덜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법무부가 지난해 '경영 공백'을 이유로 횡령을 저지른 경영자의 취업을 승인한 삼양식품 사례에 대해선 "정부가 입법 취지를 몰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을 아무리 잘 만들면 뭐하나, 결정하는 사람이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는데"라고 지적했다.아래는 채 전 의원과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한 내용이다. 

"이재용 판단에 기대는 이사회가 문제... 준법 의지 증명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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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이배 전 의원 ⓒ 이희훈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옥중 경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법률에 대한 해석을 놓고 말장난을 하고 있다. 입법 취지를 따지면 당연히 형을 확정 받고 나서 마칠 때까지도 취업이 제한돼야 한다. (제한) 시작점이 없다는 이유로 형이 진행되는 기간엔 경영이 가능하다는 식으로 해석하고, 실제로 지금까지 관행적으로 이를 인정했다. 그래서 '옥중경영'이란 단어가 생긴 거다. 법무부가 사문화된 특경가법 14조를 살려 (취업제한 통보로) 운영하기 시작했다면, 형 확정 이후부터는 (총수가) 경영에서 손을 떼게 하는 게 맞다."

- 좀 더 세밀한 법 개정이 필요한 게 아닐까.
"그렇게까지 (법을) 빠져나가서 경영하겠다면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입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법으로 일일이 다 막으려면 끝도 없다. 솔직히 회사 돈으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사람을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건 이사회의 역할 아닌가. 법을 만들어도 경영진들이 이 부회장의 판단을 들어 회사를 운영한다면 이를 어떻게 찾아내겠나. 근본적으로 이사회가 불법 경영진에 대한 단호한 입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총수건 누구건 간에 불법 경영한 사람에 대해선 경영에 일체 관여 못하도록 명시하는 등 스스로가 노력해야 한다."
 
- 다른 회사의 경우는 어떤가. 

"SK텔레콤은 정관에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사람은 임원을 할 수 없도록 돼 있다. (2대주주였던) 소버린이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해 그 합의 결과로 들어간 내용이다. 사실 너무나 자연스러운 내용이다. 이런 내용을 규정으로 못박아야 하는 우리나라 기업 지배구조 현실이 후진적인 것이다."

- 취업제한 통보에도 다시 경영에 참여한 사례가 있나.
"삼양식품 김정수 전 사장이 특경가법 위반으로 집행유예를 받고 취업제한 통보를 받았는데, 다시 취업 승인을 요청해 법무부가 허가한 일이 있다. 사실 취업제한 통보는 형이 집행되면 당연히 진행되는 기계적 절차다."

- 재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등기임원이 아닌데다 무보수 지위라 취업제한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취업의 의미가 뭔가? 이미 이 내용은 최태원 SK 회장의 판결 때부터 논란이 됐다. SK도 최 회장이 무보수니 취업이 아니라거나, 최 회장이 회사로부터 받은 돈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이벤트를 내세웠다. 하지만 경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취업을 한 상태에서 가능한 일 아닌가. 꼭 보수를 받느냐, 직함이 있냐 없냐가 아니라, 회사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취업이라고 봐야 한다. 이런 논란 자체가 웃긴 일이다."

"침묵 중인 삼성전자, 주총 의식하나"

- 옥중 경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총수가 아닌 일반직원이 회사 돈을 횡령했다가 걸려서 감옥에 갔다면? 이 사람을 다시 취업 시키겠나. 그런데 어떻게 임원들은 가능한가. 더욱이 총수는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이다. 옥중 경영은 재벌 총수만 누리는 특권이다. 총수와 회사는 공동운명체고, 총수의 경영이 가장 좋다는 잘못된 시각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 삼양식품 사례를 보면 법무부가 '총수일가 부재 시 경영 공백'을 우려해 취업 승인을 허가했다. 이 승인 사유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입법 취지 자체를 법무부가 몰각하고 있는 거다. 우리나라의 입법, 행정, 사법 모두가 불법 경영에 대한 인식이 굉장히 후진적이다. 그러니까 기업도 당연하게 요구하는 거다. 그걸 고치려고 사문화된 법을 여러 노력을 통해 활성화시킨 건데... 법을 아무리 잘 만들면 뭐하나. 결정하는 사람이 운영을 제대로 못하는데."

- 해외에선 어떤가.
"해외 (선진국) 대부분은 재벌 총수가 없고, 미국의 경우 오히려 (경영자가) 배임이나 횡령을 저지르면 증권거래위원회(SEC)에서 (취업을) 금지시킨다. 이 부회장에게 (규제 없는) 미국으로 가라는 댓글에 이창민 경제개혁연대 부소장도 페이스북 글을 남겼는데, 미국에 가면 (횡령에 대한 취업제한이) 심하면 더 심했지 덜하지 않다. (이 부소장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엔론 분식회계로 SEC와 법원으로부터 상장기업 경영진 및 이사 영구금지 조치를 받은 제프리 스컬링 등의 사례를 언급했다.)"

- 준법감시위 등 삼성 내부에선 별다른 대응을 보이고 있지 않다.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일단 눈치를 보지 않을까 싶다. 주총에서 문제제기가 나올 수도 있고, 관행상 거의 취업 승인을 해줬기 때문에 밀어붙일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통해 준법을 위한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판결을 앞두고 죗값을 덜 받기 위해 쇼 하는 게 아니었다면 지금 상황에선 법 테두리 안에서라도 (취업제한을) 준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준법 경영을 실천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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