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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은 교통 인프라 충분, 도시를 도시답게 만들자"

[논쟁 / 서울 역세권 고밀개발 - 찬성]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

21.03.03 12:15최종 업데이트 21.03.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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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서울 역세권 평균 용적률이 약 160% 정도인데, 서울 정도의 메가시티에서 교통인프라가 충분한 역세권은 이보다 두 배 정도 이상 높일 수 있다. 소중한 그린벨트 파괴하는 대신 이러한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역세권 고밀개발을 적극 찬성했다. ⓒ 남소연

      
"역세권은 아직 본격적인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은 도시계획 전문가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거쳐 MIT 도시계획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경기 산본 신도시, 인사동길 등을 설계한 경험도 있다. 미국 타임지도 세계를 변화시킬 차세대 리더로 건축가 김진애를 선정하기도 했다.

"서울에는 도시전문가가 필요하다"며 시장 후보로 출마한 김 의원은 정부의 역세권 고밀 개발을 찬성한다. "도시를 도시답게 만드는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은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동경에 비해 여전히 서울은 개발할 여지가 많다고 보고 있다. 그는 도시 인프라가 가장 발달됐다는 서울 강남조차도 "(세계 주요 도시 수준에 비해) 아직 멀었다"고 평가했다. 강남의 상징적 명소가 '대치동 학원'인 것도 "웃기다"고 했다.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덜 개발된 역세권 개발은 필수라고 강조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고 멀쩡한 산등성이에 건물을 짓는 것보다 훨씬 나은 선택지라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서울 정도의 메가시티에서 교통 인프라가 충분한 역세권은 용적률을 종전보다 두 배 이상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형 아파트와 도심형 주택들이 들어서고 큰 집과 작은 집, 자가와 민간임대와 공공임대가 어우러진 소셜 믹스(Social Mix)"라는 밑그림을 그렸다.

궁극적으로는 10분 거리에서 모든 것이 해결 가능한 '10분 동네'가 김 의원이 그리는 서울의 도시 구상이다. 그는 "개발 지역에서의 소유권 변동시 현금청산 방침은 투기를 막는 데 정확하게 작동한다"며 투기가 들쑤시는 현상도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고밀 개발로 인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먼저 교통 혼잡 문제는 "주차장 설립 근거 조항을 바꿔, 자기차를 갖는 사람들을 점진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고밀개발로 인한 일조권·조망권 침해 문제도 "있을 수 있다"면서도 "고밀 환경에서도 숨통을 틔우는 설계를 할 수 있는 실력 있는 건축가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진짜 도시다운 모습이 기대되지 않나?"

김 의원은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렇게 되물었다. 아래는 지난달 17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진행된 김진애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그린펠트 파괴보다 역세권 고밀개발이 훨씬 효율적"

- 최근 정부가 발표한 서울 도심 고밀개발을 지지한다고 언급했다. 당신의 서울시장 공약인 역세권 미드타운 구상과 유사한 점이 많다고도 했다. 지지하는 이유를 이야기한다면?

"서울시의 300여개 역세권은 무한한 잠재력에 비해 아직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역세권을 개발하면 집값이 뛸 거라는 우려가 역세권의 활발한 개발을 막아왔다. 현재 서울 역세권 평균 용적률이 약 160% 정도인데, 서울 정도의 메가시티에서 교통인프라가 충분한 역세권은 이보다 두 배 정도 이상 높일 수 있다. 소중한 그린벨트 파괴하는 대신 이러한 방식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하다. 십수년 전부터 이러한 주장을 해왔으며, 변창흠 국토부 장관과도 인식을 공유해왔다."
             
- 아직까지 서울은 더 개발할 여지가 많다는 건가?

"도시를 도시답게 만들자는 것이다. 서울은 계속해서 메트로 폴리스 성장의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서울 강남도 충분히 개발 안됐다. 앞부분만 화려하게 높을 뿐이다. 강남에서 대치동 학원 정도를 얘기하는 것도 웃기지 않나? 아파트가 비싸서 그렇지, 진짜 일자리를 만들고 도시 경쟁력을 높이려면 어떤 일자리, 어떤 인재, 어떤 자본, 어떤 기술이 거기 들어오느냐에 달렸는데 강남도 아직 멀었다. 동경과 비교하면 아직도 3분의 1밖에 안된다."

- 고밀 개발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우선 교통 문제에 대한 대안이 없다. 밀집 개발을 통해 인구 밀도가 높아지면 당연히 교통량이 증가한다. 가뜩이나 도심 교통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황인데, 고밀개발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킨다는 우려다.

"교통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우리처럼 지하철이 잘 돼 있는 도시가 드문데, 잘못된 개발로 자동차를 늘린다는 건 정말 최악이다. 미국 뉴욕이나 일본 동경은 자기차 갖고 운전하는 사람 별로 없다. 주차장의 근거 조항을 바꿀 필요가 있다. 역세권에 한해서 너무 저렴한 주차장과 서울시내 주차장 값을 올려야 한다. 대신 차가 있지 않아도 편하게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 된다."
 

정부가 25번째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지난달 4일 남한산성에서 바라 본 서울 모습. 정부는 서울 등 대도시의 주택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해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20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호 등 전국에 83만6천 호의 주택을 공급을 목표로 한다. ⓒ 연합뉴스

 
"주거환경 악화?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당연히 일조권과 조망권, 프라이버시권 문제가 생긴다. 지금도 고층 빌딩으로 인한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 주변 거주민들은 오히려 주거 환경이 악화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당연히 문제가 된다. 100년 전 뉴욕시를 만들었을 때도 그런 문제가 있었다. 당시는 빽빽하게 지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은 인공으로 조절할 수 있는 기술들이 많다. 자연 환기나 채광도 마찬가지다. 고밀 환경을 만들면서도 숨통을 틔울 수 있는 기법들이 발전됐다. 훌륭한 건축가들, 일 잘하는 전문가, 디자이너들은 많다. 채광과 일조권, 숨 쉬는 것까지 다 고려해 설계할 수 있다. 제대로 만들 줄 아는 사람에게 맡기면 된다."

- 고밀 개발이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불러올 것이란 우려도 많다. 또 제2뉴타운 광풍이 될 것이란 지적도 있다.

"정부가 2월 4일 이후 (개발 지역에서) 소유권이 바뀐 것은 현금 청산을 하겠다고 했다. 조금 무리는 있지만, 부동산 투기를 막는 데는 정확하게 작동한다."

- 국가 전체적으로 보면 지역 균형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가뜩이나 서울에 기능 집중이 심화되고 있는데, 고밀 개발을 하게 되면 서울로 더 사람이 몰리게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단순히 '지역이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정도로는 설득이 어렵지 않겠나.

"서울 인구가 96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추세는 계속 될 거다. 개발은 사람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환경을 바꾸는 거다. 예전엔 15평이면 살던 사람이 이제는 25평에서 살겠다고 한다. 카페도 인테리어 제대로 안하면 안 온다. 공간에 대한 관심과 수준 자체가 달라졌고, 그 수준을 올리겠다는 거다. 인구를 늘린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또 서울과 대전, 부산 등 새로운 메가권에서 만들 수 있는 일자리 형식이 다를 거다. 서울이 모든 것의 중심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작이 될 수 있다.

세종시를 잘 활용하는 것, 사령탑으로서의 역할을 확실하게 하도록 해서 균형발전의 신호를 주어야 한다. 각 지역마다의 역할을 명확히 하는 것이다. 한 도시가 아니라 광역중심권역으로 개념을 바꿔야 한다. 서울 및 수도권은 아시아 중심도시, 대한민국 경제 중심도시로서의 역할을 위해 더욱 발전해야 한다. 각 지역은 금융 중심, 제조업 중심, 관광 중심, 서비스업 중심 등 각각의 롤을 부여하는 것이다."

"언제까지 뉴욕과 파리 부러워만 할 건가"
 

"서울 인구가 960만명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 추세는 계속 될 거다. 개발은 사람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환경을 바꾸는 거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 남소연

 
- 현재 정부는 고밀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에 집중하고 있다. 주택 공급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전체적인 도시 균형과 정합성이 깨지면서 생각하지 못한 문제도 터져 나올 수 있다.

"그런 문제의식으로 도시의 공간에 대한 서울 시장 출마 공약인 역세권 미드타운과 10분 동네를 내놓은 것이다. 미드타운은 지금과 같은 대규모의 아파트 단지를 짓는 주택공급의 개념이 아니라 주거와 업무, 상업이 복합된 도시다운 도시를 만드는 정책이다. 또 10년 전부터 주장한 개념이 10분 동네이다. 10분 동네 안에 산책할 곳, 앉을 곳, 책 읽을 곳, 나무 그늘 있는 곳, 에어컨 빵빵한 곳, 엉덩이 따끈하게 지질 수 있는 곳, 비상 시 달려갈 곳이 있어야 한다."

- 고밀개발, 미드타운 구상까지 실현된다면 서울의 전체적인 도시 경쟁력 확보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도시를 도시답게 만드는 것이다. 도시형 아파트와 도심형 주택들이 들어서고 큰 집과 작은 집, 자가와 민간임대와 공공임대가 어우러진 소셜 믹스(Social Mix)를 구상해왔다. 상업·업무공간과 주거공간의 용도 전환이 융통성 있게 일어나면서 일과 삶과 쉼과 놀이가 같은 생활권에서 일어나는 진짜 도시다운 도시의 모습이 기대되지 않는가? 언제까지 아파트 공화국에 살며 뉴욕과 파리의 모습을 부러워만 할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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