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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3년간 중대재해 과태료 11억"... 회장 1년 성과급만 7억

[국회 환노위 산재 청문회] 포스코·쿠팡풀필먼트서비스 등 9개 기업 대표, 연신 고개 숙여

등록 2021.02.22 16:54수정 2021.02.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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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안전사고에 대해 깊이 사죄드린다."
"국민께 심려 끼쳐드려 굉장히 죄송하다. 유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제 생각이 짧았다. 정중히 사과한다."
"의원님 지적 명심하겠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22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오전 질의 중 반복한 사과 발언들이다. 최 회장은 "회사에서 안전 최우선을 목표로 시설 투자 등 노력을 하고 있으나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안전 최우선 경영으로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고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이날 최 회장은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는 지난 2018년부터 최근까지 사업장 내에서 19명의 노동자가 협착과 추락, 폭발 등의 이유로 목숨을 잃었다. 19명 중 하청 소속 노동자만 14명이다. 최 회장이 취임한 2018년 7월 이후만 따졌을 때도 14명의 노동자가 출근했다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지난 8일엔 포스코 연료부두에서 컨베이어벨트 롤러 교체 작업을 하던 35세 하청업체 직원이 기기에 끼어 숨졌다. 앞서 2020년 12월에는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집진기를 정비하던 하청노동자가 추락사했다. 같은 해 11월에도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는 산소 배관에서 폭발 사고가 나 원청노동자 1명과 하청노동자 2명이 숨졌다. 

"허리는 괜찮나... 그런데 롤러에 압착돼 죽으면 얼마나 괴롭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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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우 포스코 회장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김웅 국민의힘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당초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22일 국회 환노위 산업재해 청문회를 앞두고 '허리지병'을 핑계로 청문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자 최 회장 측은 입장을 바꿔 출석 의사를 밝혔다. 이날 그를 향한 질타가 더욱 쏟아진 이유다.

첫 질의자로 나선 김웅 국민의힘 의원은 "(최정우) 회장님, 허리는 좀 괜찮냐"면서 날 선 목소리로 입을 뗐다. 안부를 묻는다 생각한 최 회장은 "평소 디스크를 앓고 있는데, 가끔 무리하면 몸이 힘들 때가 있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이내 김 의원은 "롤러에 압착돼 죽으면 얼마나 괴롭고 힘들겠냐"라고 최 회장의 말을 덮었다.

"최 회장은 '요추부 염좌상'이라고 진단서를 국회에 (불출석을 위한 자료로) 제출했다. 그런데 요추부 염좌상 진단서는 주로 보험 사기꾼들이 내는 거다. 포스코 대표이사께서 낼만 한 진단서는 아니라고 보인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최 회장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윤 의원은 최 회장을 향해  "포스코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중대재해로 부과받은 과태료가 10억 9천만 원"이라며 "재해 발생 시 '과태료만 내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아니냐"라고 꼬집었다.

"노동자들은 '포스코는 문을 열면 지옥'이라는 생각으로 출근한다고 한다. 포스코는 저승사자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 포스코 노동자들과 국민 분노를 보면 최 회장의 지난 3년은 실패한 3년이다."

이에 최 회장은 재차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 안전을 최우선 목표로 해 무재해 사업장을 만들겠다"면서 재차 고개를 숙였다.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압착돼 사망한 35세 노동자의 죽음을 언급하며 최 회장을 향해 "유족은 만났냐, 조문은 다녀왔냐"라는 질문부터 던졌다. 최 회장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하자, 노 의원은 "압착 사고 현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은 대국민 생쇼라고 볼 수 밖에 없다. 기본적인 안전 규정만 지켜졌어도 이 노동자는 살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 회장은 지난 16일 압착 사고 현장을 찾아 "안전 경영을 최우선 목표로 선언하고, 안전 설비에 1조 원 이상을 투자했음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며 "정부 관계기관 조사에 적극 협조해 특단의 대책을 원점에서부터 찾겠다"라고 밝혔다.

노 의원은 또 최 회장을 비롯해 포스코 임원진이 지난해 과도하게 성과급을 받은 것도 문제 삼았다. 노 의원은 지난해 상반기 포스코가 사상 첫 적자가 났음에도 최 회장은 12억 5천만 원의 급여를 비롯해 7억 원에 달하는 성과급을 수령했다고 공개했다. 이 같은 지적에 최 회장은 "성과급은 전년도 경영 실적에 대해 이사회가 평가해 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쿠팡풀핀먼트서비스 외국인 대표도 사과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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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이날 국회 환노위 청문회에 참석한 인사 중 유일한 외국인이었던 노트먼 조셉 네이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역시 최 회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는 지난해 10월 경북 칠곡 쿠팡 물류센터에서 심야 근무를 한 뒤 사망한 고 장덕준씨와 유족들을 향해 사과했다.

"고인과 유족분들께 깊은 사죄 말씀드린다. 깊은 위로의 말도 전한다. 상황이 정말로 끔찍하고 가슴 아프다 생각한다."

그러나 사과까지의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씨의 유족이 산재 인정을 받는 과정에서 쿠팡이 자료 제출에 비협조적이었다. 쿠팡은 근로복지공단에 장덕준씨를 산재로 인정할 수 없다는 의견을 냈다. 맞느냐"라고 지적하자, 네이든 대표는 "질환에 의한 사고와 사고로 인한 사고 간 원인 규명에 있어서 어려움에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네이든 대표는 "특질환 관련 산재는 의료전문가 소견이 필요한데 제가 의료전문가가 아닌 관계로 전문가가 정당한 결정을 내리는 것을 기다릴 필요가 있다. 의료전문가의 조사를 위해 필요한 정보를 모두 전달하고 전문가의 결론을 낸 뒤 조치를 취하기로 생각했다"라고 답했다. 

이에 임 의원이 쿠팡의 산재 불인정 의견 대비 산재 불승인율이 낮다는 점을 언급하며 "쿠팡이 산재 인정 비율을 낮추기 위한 특별한 의도나 고의성 있던 게 아닌지 심각한 우려가 있다"라고 지적하자, 네이든 대표는 "필요한 문서나 쿠팡의 불승인 건수 차이에 대해선 이전에 알지 못했다. 직원들이 적절한 산재를 인정받게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라는 반대의 입장을 내놨다.

이날 임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풀필먼트서비스가 2020년 근로복지공단에 사측이 '산재를 불인정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 전체 산재 신청 건 중 28.5%에 이른다. 한국 전체 사업장에서 사측이 불인정 의견을 낸 것이 8.5%에 비하면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네이든 대표가 '직원들의 산재를 인정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왔다'라는 말과 배치되는 수치다.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자료를 제출받아 확인한 '2016~2020년 5개 택배물류업체 산재현황' 자료에 따르면, 쿠팡은 2016년 산재승인 건수가 223건에서 2020년 758건으로 3.3배 증가했다. 운송·물류창고 서비스를 하는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도 2017년 산재 승인건수가 같은 기간 48건에서 224건으로 4.7배 늘어났다.

한편 이날 국회 환노위 청문회에는 최정우 포스코 회장과 노트먼 조셉 네이튼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를 비롯해 한성희 포스코건설, 우무현 GS건설, 이원우 현대건설, 한영석 현대중공업,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등 9개 회사 최고경영자들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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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산업재해관련 청문회에서 최정우 포스코 회장(오른쪽) 등 증인들이 선서를 하고 있다. 이날 청문회엔 노트먼 조셉 네이든 쿠팡풀필먼트서비스 대표, 우무현 GS건설 대표, 최 회장, 한성희 포스코건설 대표, 신영수 CJ대한통운 택배부문 대표, 이원우 현대건설 대표,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 한영석 현대중공업 대표가 출석했다. ⓒ 공동취재사진

 
#포스코 #쿠팡 #국회 #환노위 #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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