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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참자? 안 돼" '코로나 멈춤'의 대안을 찾아라

휴관·취소·연기로 지역 문화활동 위축 심각... '방역 속 활동' 모색하는 옥천 공공시설

등록 2021.02.27 11:54수정 2021.02.27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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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군 평생학습원 앞 ⓒ 월간 옥이네

 
지난 한 해 코로나19의 확산은 일상을 완전히 뒤바꾼 큰 사건이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대표되는 새로운 일상은 지역 문화예술 분야에도 충격을 가져왔다.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문화시설은 무기한 휴관에 들어갔고 축제 등 지역 문화 행사가 연이어 취소됐다. 이는 현장의 혼란을 야기한 것은 물론 주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차단하며 지역 문화 활동의 위축을 가져왔다.

자연스레 '디지털화'는 감염병 시대의 필수 조건이 됐다. 직접 만나 소통하는 것이 당연하던 삶에서 이제는 비대면, 온택트(Ontact,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활동을 일컫는 신조어)로의 전환이 빠르게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이가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디지털 기기 보급률이 상대적으로 낮고 이를 활용할 기술이 없는 고령층‧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게 이는 '고립'으로 이어진다는 문제가 있다. 공공문화시설을 제외하면 문화 활동을 접할 공간이나 기회가 거의 없는 옥천과 같은 농촌 지역의 경우, 이는 좀 더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약자의 삶 위협하는 무기한 휴관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대중이 밀집할 수 있는 대부분의 지역 시설은 장기 휴관 중이다. 지역 문화 행사가 주로 열리는 옥천문화예술회관이나 관성회관을 비롯해 옥천군민도서관‧옥천교육도서관, 작은영화관인 향수시네마 등도 예외는 아니다. 청소년수련시설은 물론 게이트볼장이나 테니스장, 체육센터, 생활체육관 등 실내외 체육시설도 모두 문을 닫았다. 마을 안에서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던 경로당, 마을회관도 폐쇄됐다.

교육‧문화‧체육 등 다양한 활동이 이루어지던 공공시설 휴관은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큰 타격을 끼친다. 별도로 강습이 이루어지는 건강증진 프로그램뿐 아니라 일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생활시설인 운동기구, 찜질방, 식당 등에 대한 접근이 차단된 것. 이런 활동이 이루어지는 옥천의 대표 시설 중 하나인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은 지난해에만 8개월을 휴관했다. 1년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시간동안 문을 닫은 셈이다.

코로나 이전 복지관에 다니는 것이 하루 중 가장 큰 일이었다는 김춘응(85, 옥천읍 장야리)씨는 "예전에는 복지관에서 운동도 하고, 점심도 먹고, 사람도 만나며 사회생활을 했는데 지금은 복지관에도 못 나가고 날씨가 추워 밖에서 운동을 하기도 어렵다"며 "집에만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임시휴관한 향수시네마 ⓒ 월간 옥이네

 
공공시설의 휴관이 장애인, 노인 등 사회적 약자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현장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지적되는 이야기다.


노인장애인복지관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복지사는 "지난해 1차 휴관 이후 어르신들을 만나보니 짧은 기간에 건강이 눈에 띄게 나빠져 있었다"며 "어르신들은 건강 상태 악화가 빠르기 때문에 지속적인 활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비대면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는 추세지만 농촌은 도시와 상황이 다르고 기기 자체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많다"며 "정부 지침이지만 계속 이렇게 가는 것이 맞나 하는 고민이 내부에도 많다"고 말했다.

옥천군노인장애인복지관은 새해 정부 지침을 지키는 선에서 지난해와는 다른 활동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복지관 오재훈 관장은 "지난해에는 '이 고비만 넘기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휴관을 연장했지만 올해는 그런 식의 접근은 안 된다는 데 공감한다"며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 중앙정부 지침을 따르되 여러 세부 계획을 세울 예정이다. 재가 방문 사업 보강 등이 그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노인장애인복지관 청산분관을 '지역사회 계속 거주(AIP, Aging in Place)'가 가능한 마을 모델로 만들 수 있도록 올해 시범 사업을 실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오 관장은 "어르신들이 자신이 살던 집을 떠나지 않고 마을 안에서 건강하게 노년을 보내도록 하는 AIP를 청산분관과 인근 마을을 모델로 실시하려고 한다"며 "코로나 시대에 마을 안에서 기본적인 생활과 복지가 해결이 가능하도록 하는 의미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공공시설 휴관이 사회적 약자의 생존과 직결된 만큼 지자체 차원의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임경미 소장은 공공시설의 휴관이 이용자의 신체 건강은 물론 우울감과 고립감을 깊게 하는 등 소외계층의 일상을 더욱 힘들게 한다고 말한다. 체험홈과 야학을 비롯해 다양한 소규모 교육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온 옥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지난해부터 올해 1월까지 코로나 상황에서도 총 8주가량만 휴관한 이유이기도 하다.

"복지시설은 물론이고 지역 교육문화 시설은 사회적 약자의 생존과 연결된 부분이 많다"고 지적한 임경미 소장은 "모두가 처음 맞는 상황에서 대응 매뉴얼이랄 것도 없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다양한 소외 계층이 겪는 문제에 대한 고민도 없었다"며 "공공시설은 물론 마을 안의 경로당, 마을회관이 모두 닫는 상황이 소외계층 입장에서는 무척 무책임한 대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기기는 물론 인터넷 설비가 없는 가정, 데이터 요금이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온라인 활동은 전혀 답이 되지 않는다"며 "소규모로 안전하게 대면하고 소통하는 활동이 이어질 수 있는 방법과 지원책을 이제라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면 지역 작은 도서관은 '도서관 그 이상'의 의미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 월간 옥이네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 월간 옥이네

 
면에 사는 주민들 역시 코로나19 속 어려움을 겪었다. 도서관이나 복지관이 없는 것은 물론 경로당, 마을회관이 모두 폐쇄됐고 카페 등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공간도 매우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면 지역의 문화 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작은 도서관 같은 시설 확충이 더욱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박연화 활동가와 오순임 사무국장은 코로나 시대 더욱 소중해진 작은 도서관의 역할을 이야기한다. 배바우작은도서관은 지난해 작은 학교인 안남초등학교 등교 일정에 맞춰 도서관 문을 열면서 1년 중 대부분을 개관 운영할 수 있었다. 이는 어린이 돌봄 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면 지역에 더욱 중요한 시사점이다.

오순임 사무국장은 "면 지역 도서관은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라는 점에서 차라리 더 안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지역 어린이나 청소년들이 코로나19로 다른 활동이 어려운 상황에서 도서관이 없었다면 더욱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박연화 활동가 역시 "오히려 바깥과 단절된 상황이 되다 보니 서로 조심하면서도 이 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고 영유아부터 학부모,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면 주민들을 위한 쉼터가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옥천군 내 면에 있는 작은 도서관은 ▲ 안남면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 청성면 청성작은도서관 ▲ 청산면 청산작은도서관 ▲ 이원면 이원작은도서관 ▲ 군북면 군북작은도서관 ▲ 동이면 행복동이작은도서관 등 총 6곳. 이밖에 안내면과 군서면에 추가 건립될 예정이다.

3월 정식 개관 예정인 행복동이작은도서관을 제외한 면 지역 5곳의 도서관 중 그나마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 곳은 현재까지 안남배바우작은도서관 정도가 유일하다는 게 지역사회의 평가이기도 하다. 청성작은도서관은 청성면사무소 안에, 청산작은도서관은 청산초등학교 안에 있어 코로나 상황이 아니라도 일반 주민의 접근이 어려웠고 이원작은도서관, 군북작은도서관 역시 옥천군 직영이다 보니 정부 지침에 따라 대부분의 기간을 휴관할 수밖에 없었다.

행복동이작은도서관 박효서 관장은 "동이작은도서관 정식 개관 전 돌봄교실을 운영하며 면 어린이들과 만났는데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소풍이나 수학여행 등 각종 외부활동이 모두 차단되다 보니 돌봄교실 활동에 더욱 만족도가 높았다"며 "면 지역에서 작은 도서관은 단순히 책만 보는 곳이 아니라 어린이 돌봄의 공간, 나아가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며 전 연령대 주민들을 아우르는 소통 공간이 된다는 점에서 작은 도서관에 대한 육성과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사서 지원이나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할 주민 역략강화 사업 등 지속적인 형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옥천군의회 이용수 의원 역시 작은 지역일수록 작은 도서관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군정업무보고에서 생활권역별 작은 도서관 마련의 필요성을 지적한 이 의원은 "읍면별로 최소 1개의 작은 도서관이 필수적으로 마련돼야 하고 나아가 권역별로 건립돼야 한다"며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어지면서 작은 공동체의 중요성이 더 절실해지고 있다. 작은 도서관은 위기 상황에서 건강한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작은 도서관 공간 마련을 넘어 실질적인 면 문화 공간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운영 지원 등이 지속성과 실효성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옥천군 평생학습원은 이에 올해 작은 도서관 육성을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할 예정이다. 평생학습원 도서관운영팀 김새로미 담당자는 "작은 도서관 신규조성방안 및 운영활성화 방안 두 가지 내용으로 작은 도서관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한다"며 "읍면별 작은 도서관 역할 모델을 분석해 지역 상황에 맞는 육성 방법, 공공도서관과 작은 도서관 간 협력망 구축, 지역 주민이 운영에 함께 참여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숫자' 중시하는 기존 관점에 변화 필요
 

온라인지용제 포스터 ⓒ 월간 옥이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역 문화예술계의 고민도 깊다. 대규모 지역 축제는 물론 소규모로 진행되던 문화행사나 프로그램 진행이 모두 막히면서 지역 문화 육성이 이대로 정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이어지고 있는 것.

지난해 지용제를 온라인 축제로 진행해 기대 이상의 호평을 받은 옥천문화원 측은 비대면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것과 별개로 대면 활동의 중요성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대면 활동을 기반으로 지역 문화가 건강하게 자리 잡을 때 비대면 활동도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평가한 김승룡 원장은 "지역 문화가 자생력을 갖기 위해선 결국 지역 주민들이 얼마나 현장에서 함께하며 방향을 이끌어 가느냐에 달려있다고 본다"며 "지자체나 문화원은 주민들이 주체성과 능동성을 갖고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을 계속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지용제 온라인 개최를 통해 현장을 찾기 어려운 해외 관객까지 아우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대면 활동의 의의를 찾을 수 있었다"며 "이런 차원에서 비대면 활동을 육성하는 동시에 지역 안에서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으로 소규모 문화 활동을 이어갈 공간과 기회를 계속 마련하고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비대면 활동만큼 대면 활동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옥천 민예총 정천영 지부장 역시 같은 생각이다. 그는 "코로나로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상당히 위축된 상태인데, 이것이 장기화된다면 지역 문화예술 육성 차원에서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동안 대규모 행사, 많은 관객 수 등에 지역 문화 행사의 가치를 뒀다면 이제는 지역 안에서 소규모로 보다 다양한 활동이 진행될 수 있도록 육성의 방향과 관점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똑똑, 도서관은 닫아도 책 세계는 열려있습니다 http://omn.kr/1s6ub

월간 옥이네 2021년 2월호(통권 44호)
글·사진 박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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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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