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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집 의협'이 툭하면 코로나 볼모 잡는 세가지 이유

[분석] "백신 접종 협력 체계 무너질 것" 엄포까지... 그런데 이번엔 다르다

등록 2021.02.24 11:07수정 2021.02.24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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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임시회관 앞. 의협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의료법 개정안(면허강탈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단과 치료 지원, 코로나19 백신접종 협력지원 등 국난극복의 최전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고 있는 대한의사협회 13만 회원들에게 극심한 반감을 일으켜 코로나19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힌다." (20일 의사협회 성명서 중)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사협회(이하 의협) 16개 시도의사회장 명의 성명서는 국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최대집 의협 회장은 다음날인 21일에도 서울 중구 한국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의결된다면 코로나19 진료와 백신 접종과 관련된 협력 체계가 모두 무너질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백신 접종도 거부할 수 있다는 폭탄 선언으로 받아들여질 만한 발언이었다.

국회는 의사의 윤리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의료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고, 이에 대해 의협은 반발하고 있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의사가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형 집행이 끝난 이후 5년, 집행유예를 선고받으면 2년이 지날 때까지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의협은 살인, 강간 등 중범죄를 넘어 도로교통법, 노동법, 건축법 등 모든 법에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은 다른 전문직종인 변호사·공인회계사·법무사 등과 동일한 기준이어서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고, 반면 의협은 변호사와 의사는 요구되는 윤리 기준이 다르다며 총파업도 불사한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여기까지는 입법 과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갈등이다. 개정안과 반론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의협도 기본적으로 이익단체인 만큼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최대한 주장하고 투쟁할 수 있다. 하지만 의협은 국민들의 '역린'을 건드렸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거부'까지 끌어들인 것이다.

사실 의협이 코로나19를 매개로 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의사파업 당시에도 비슷한 모습을 보였다. 의협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① 승리의 경험] 최대집의 '코로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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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 건강증진개발원에서 열린 코로나19 백신접종 의정공동위원회 2차회의에서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여기에는 의협 회장 최대집이라는 인물의 특수성을 빼놓고 설명하기 힘들다. 그는 의협 회장을 맡기 이전부터 자유개척청년단 대표를 맡는 등 이른바 '우파 운동'에 주력했다. 3년 임기 내내 '문재인 케어'에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등 반정부 행보를 이어왔다.

이런 성향에 코로나19 상황이 더해져 정치적 행보가 극대화됐다. 지난해 2월에 신천지 교회발 코로나가 유행할 무렵, 최 회장은 정부의 '비선 전문가 자문그룹'을 교체하고, 중국발 입국자들에 대한 입국 금지를 촉구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그에 의해 '비선'으로 지목된 범학계 코로나19대책위원회는 결국 3월에 해체 수순을 밟았다. 말 한마디로 정국이 움직이는 경험을 한 것이다. (관련기사: "국가재난 상황에 모든 것을 정파화... 전문가에게 모욕적" http://omn.kr/1msnn)

지난해 8월 2차대유행 당시 진행된 의사 파업도 최 회장에게는 코로나19 상황을 활용한 두번째 승리였다. 이번에도 최 회장은 백신 접종을 앞둔 상황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또다시 코로나19 연계 전술을 들고나왔다. 여론은 의협에 비판적이지만, 실제로 의사들이 총파업을 할 경우 백신 접종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난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최 회장의 경우 향후 '국회의원 출마'을 공언한 상태다. 임기 막바지에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의사들 사이에서뿐 아니라 우파와 야당의 '눈도장'을 얻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 

의협 내부에 최 회장의 '코로나 정치'를 견제할 수단이 없다는 게 더 큰 문제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재활의학과 전문의)은 "협회 내부의 민주적 의사 결정 과정이 없기 때문에 대안을 못 내놓고 무조건 정부의 정책을 비토하는 목소리만 커지고 있다"라며 "토론과 소통 없이, 총론 수렴 과정도 없이 최 회장이 임기 내내 계속 '진료 거부', '총파업'만 외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② 강경파의 호기] 내부의 선거, 외부의 선거

두 번째는 내부와 외부에서 벌어지는 선거다. 내부적으로는 3월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고, 외부적으로는 4월에 서울과 부산에서 시장을 뽑는 보궐선거가 열린다. 소위 '강경파'가 득세하기 좋은 상황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단지 최 회장 뿐만이 아니다.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 모두 의료법 개정안을 '의사면허강탈법', '의사노예법' 등 극단적으로 규정하며, 예외 없이 집단행동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섯 후보 중 다섯 후보가 공동으로 '의료법 개정안 통과 시 전면 투쟁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더 나아가 각자 청와대와 국회에서 1인시위를 하거나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와 국회를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이 가운데 한 후보는 의협의 주장을 반박하는 정치인에게 공개적으로 "이 미친 여자"라고 공격하기까지 했다(관련 기사: 의협회장 선거 출마한 의사, 강선우 의원에게 "이 미친 여자" http://omn.kr/1s6jv). 선거 상황에서는 넘지 말아야 할 선이고 뭐고 없어지기 쉽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협의 반응에 대해  "하루 이틀 사이에 만든 법이 아닌데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는 가만히 있다가 갑자기 파업을 하겠다는 것은, 법이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도보다는 정부와 국회를 욕하면서 이를 회장 선거에까지 이용하려는 의도"라고 진단했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는 "서울시장,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염두한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보궐선거 국면을 의협의 요구를 관철시킬 수 있는 기회로 여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③ 다른 세상] 의사들의 특권 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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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대한의사협회 사이의 합의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지난 2020년 9월 4일 오후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입주한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빌딩 1층 로비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마지막으로는 의사들의 특수성이다. 의협의 극단화가 방치되는 이유는 결과적으로 다수 의사들이 의협의 행태에 별다른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범죄자의 취업을 10년 동안 제한하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에 대해 의협은 '의사 인권탄압' 악법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2013년 10월에는 법 개정을 위해 회원들에게 '진찰 중지 권고'를 하겠다는 엄포를 놓기도 했다. 2016년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릴 때도 의협은 환영 메시지를 냈다. 대다수 국민들의 정서와는 동떨어진 행태다.

의협 산하 의료정책연구소는 지난해  9월 정부의 공공의대 정책을 비판하기 위해 "전교 1등 vs. 성적 모자란 공공의대 의사"를 대비시키는 SNS 게시물을 올리면서, 특권 의식을 그대로 노출했다. (관련 기사: "전교 1등 vs. 성적 모자란 공공의대 의사" 의협 연구소 게시물 삭제 http://omn.kr/1os2d)

김윤 교수는 "의사들은 의사가 아닌 사람들과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의사들끼리만 모여서 이야기한다"면서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사회의 보편적인 가치, 정서, 문화 등으로부터 점점 더 유리되는게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정형준 위원장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직군인 의사들이 '내가 공부 잘해서 이익을 추구한다는데 뭐가 문제냐?'라는 생각을 가지니까 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경우 대안이 없어지는 것"이라며 "국가장학생을 선발해서라도 공익적인 측면을 강화하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의사파업과는 다른 분위기... "백신 접종 거부 상상하기 어려워"

그런데 이번에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여론도 싸늘할 뿐 아니라 의사 사회 내부에서도 의협 집행부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전 질병관리본부장)은 "현 상황에서 파업하는것은 적절치 않다, 의사의 본분을 망각한 행위"라면서 "사회통념상 심각한 범죄는 의사 면허를 박탈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유지하는 쪽으로 가면 되지 않겠냐. 의사들과의 공청회나 협의 없이 법안이 제정된 부분을 아쉽다고 볼 수는 있지만, 파업으로 풀 문제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용수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 역시 "무모한 짓이고, 이 시기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개정안의 내용에서 규정하는 범죄의 영역이 광범위한 데에 불만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을 풀어내는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으로서 의료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해온 박호균 변호사는 "과도한 법이 아니다. 다른 전문직에서도 다 면허 취소 조항이 있고, 미국 독일 일본 역시 면허 규제를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안 하고 있었다"라며 "우리나라 의료법은 문명국가라고 말하기 어려울 정도로 윤리적은 규제를 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오히려 법안에서 아쉬운 측면이 있다며 "이미 국회가 법을 통과시키기 위해서 업무상 과실치사상 부분을 빼면서 양보했다. 의사의 과실로 여러명을 사망케하더라도 면허에 손을 댈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지적했다. 또한 "수술실 CCTV나 의사의 범죄 전력 공개 등도 법안에 추가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의협의 실력행사 경고에 대해 박 변호사는 "다수의 의사들이 실제로 따를 것인지 의문"이라며 "백신 접종 거부는 상상하기 어렵다. 현행 의협 집행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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