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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말고 애플망고에 '영끌', 어느 청년 농부의 도전

부여에서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두 농부를 만나다

등록 2021.02.24 11:04수정 2021.02.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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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망고가 열려서 자라고 있는 중. 아직은 키위처럼 생긴 애플망고. ⓒ 오창경

 
부여군 세도면은 시설 하우스들이 들판을 점령한 곳이다. 눈길이 머무는 곳 어느 곳에도 시설하우스가 있다. 방울토마토가 1년 내내 재배되는 곳이다. 그런 하우스 단지에 애플망고를 재배하는 농가가 있다. 방울토마토 재배로 시설 하우스 농법의 노하우를 쌓은 농가들이 미래 농업의 선두 주자가 되기 위해 과감하게 품목을 전환했다.


애플망고는 아열대 작물이라 우리나라에서 재배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시설 투자가 필요하다. 겨울을 여름처럼 나기 위한 보온과 가온 장치에 연동 하우스 시설만 해도 억 소리 나는 투자 비용이 들어갔다. 거기에 애플망고 묘목 값만 1억이었다. 농사를 짓기 위한 초기 투자 비용이 이 정도이면 농업형 기업이다. 애플망고를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라고 해야 맞다.

우리나라에서는 먹어보기도 어려운 외국 과일인 애플망고가 열리는 이국의 공간에 대한 기대를 안고 시설 하우스에 도착했다. 비닐하우스의 문을 열고 다시 두터운 보온재 커텐을 걷고 들어가는 하우스 안에는 얼핏 복숭아나무 잎처럼 긴 이파리가 돌려난 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애플망고 나무라고 했다.

"제 손길이 닿지 않은 나무들이 없어요"
 

범상치 않은 비주얼의 애플망고와 청년 농부 올해 추석 무렵에 수확할 애플망고가 자라고 있는 시설하우스 ⓒ 오창경

 
지금은 꽃대가 올라오는 시기라서 먼 이국의 과일의 풍모가 선뜻 느껴지지는 않았다. 애플망고 농업에 도전했다는 청년인 강지원 (38세) 농부의 외모가 더 이국적이었다.

늘씬하고 큰 키가 어울리는 장발에 검은 트렌치 코트와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나타난 그의 모습은 '애플망고 밭 그 사나이'라는 제목으로 사회관계망 서비스에 등장해도 먹힐 것 같은 외모였다. 직접 재배한 애플망고를 들고 광고를 찍어도 잘 팔릴 것 같은 잘 생긴 청년 농부였다.

"이 하우스 안에서 제가 하루 평균 10여 킬로미터를 걸어 다녀요. 걸음으로는 1만5000보 정도예요. 이 나무 한그루마다 제 손길이 닿지 않은 나무들이 없어요. 애플망고 재배법에 대한 지침서가 아직은 없어서 제가 직접 실험하고 연구하면서 이만큼 온 거예요."


'뉘 집 아들인지 참 기특하다' 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다. 하우스 안을 얼마나 활보하고 다녔는지 피부가 검게 그을렸다. 일찌감치 농업계의 블루오션을 찾아 애플망고 재배에 도전하고 있는 그 청년이 너무 아름다웠다.

애플망고보다 아름다운 청년의 시설하우스에서 자라고 있는 애플망고는 가을 추석 출하를 겨냥해 재배하는 중이라 아직은 볼거리가 부족했다. 작은 포도알 같은 애플망고 꽃이 피고 있는 하우스를 둘러보면서 이국 땅 열대우림에 와 있는 기분을 한껏 느껴보았다. 바람이 유난히 많이 부는 날이었지만 바람은 훈풍이었다. 대나무들이 얼어서 죽을 정도로 가혹한 날들이 많았던 지난 겨울날들을 청년 농부와 함께 잘 버텨준 망고 나무들이 고맙게 느껴졌다.

"남들은 주식에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다)한다고 하지요? 저는요. 여기 애플망고 나무들에게 영끌하고 있는 거예요. 얘네들이 한 주당 5만 원이에요. 작년에 애플망고 한 개당 만 원씩 팔았거든요. 한 그루에 40~50여 개의 열매를 매년 따기 시작하면 주식보다 낫지 않겠어요."

앳되어 보이는 청년 농부는 사고도 반듯했다. 누가 우리나라 농업의 미래가 불안정하고 불투명하다고 했던가. 이런 청년들이 우리 농업계에 혜성처럼 나타나 버티고 있는 한 우리 농업의 미래는 꽃길이다.

강지원 농부는 애플망고 재배법을 서로 공유하면서 함께 농사를 짓는 박경식(54세) 농부의 하우스로 안내를 자청했다. 박경식 농부의 애플망고는 4월 수확 예정이라 열매가 크기를 한창 키워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우스 안에는 내 생전에 처음 보는 애플망고 열매들이 열린 밀림이 펼쳐져 있었다. 키위만한 애플망고들이 조롱조롱 달려 있는 나무들이 2000평 넘는 하우스 안을 꽉 채우고 있었다.

"과육에서 풍기는 향기가 달라요"
 

애플망고 재배 지침서를 쓰는 각오로 애플망고 농장을 운영하는 박경식 농부 애플망고 재배의 성지로 거듭나고 싶은 부여군 세도면의 애플망고 농장 ⓒ 오창경

 
지금까지 먹고 보아왔던 과일의 패러다임이 새로 열리는 순간이었다. 범상치 않은 자태와 덜 익었어도 값이 나가게 생긴 애플망고의 겉모습에 일단 기가 죽었다. 본격적인 수확까지는 아직 두어 달 정도가 남아있었다.

"우리 하우스에서 자라는 애플망고는요. 과육에서 풍기는 향기가 달라요. 제주도나 얘네들의 고향인 아열대 기후에서 자란 것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예요. 여기 부여의 토질이 뛰어난 거죠."

박경식 농부는 어린 시절부터 하우스 농사를 짓는 부모를 보고 자라서 자연스럽게 농업인이 되었다고 했다. 농업 외의 일은 해본 적 없다는 그는 부여군 세도면에서 방울토마토 농사에 달인이 될 정도로 농업에만 전념해 왔다. 농업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넘치는 뼛속까지 농업인이었다. 현재도 방울토마토 농장도 따로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시설하우스 농법에서 쌓은 노하우를 새로운 작목에 접목하고 싶어서 애플망고 재배에 뛰어들었다고 했다.
 

애플망고 작년에 수확한 애플망고 비주얼. 단맛이 뚝뚝 흐를것 같은 ⓒ 오창경

 
"화학 비료나 거름은 쓰지 않고요. 제가 직접 제조해서 몇 년 묵힌 퇴비를 썼지요. 망고나무에 달라붙는 해충을 퇴치하기 위해서 트랩을 설치했어요. 요즘은 과일을 재배하면서 다양한 해충퇴치 기구들을 사용한답니다."

애플망고 나뭇가지에는 노란색과 파란색 해충 트랩이 매달려 있었다. 농업인들의 의식도 높아졌고 새로운 농법과 다양한 기구들이 농업 현장에 도입된 덕택이었다.

기후 변화와 감염병의 시대를 겪으며 농업계에도 새로운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박경식 농부와 강지원 농부는 그 미세한 변화를 예민하게 감지해내고 발 빠르게 애플망고 재배에 뛰어들었다. 그들이 써내는 애플망고 재배 지침서는 앞으로 망고 재배 농가들의 교과서가 될 것이다. 선점해서 보편화의 길을 여는 사람, 부여가 애플망고 재배의 성지가 되기를 꿈꾸는 첨단 농업경영인을 부여에서 만났다.
#애플망고 #애플망고 성지 #애플망고 재배 지침서 #만찢남 농부 #부자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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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부여의 시골 마을에 살고 있습니다. 조근조근하게 낮은 목소리로 재미있는 시골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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