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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규정 바꾼 금감원, '채용비리' 팀장이 부국장 승진

채용비리 가담자 2명 올해 주요 보직 승진... 금감원 내부 반발

등록 2021.02.24 18:16수정 2021.02.24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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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 이희훈

 
국회의원 아들을 부당하게 합격시키는 등 채용비리에 가담했던 금융감독원 직원들이 올해 핵심 보직으로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금감원은 이번 승진 발령에 앞서 내부 인사시행방안 지침을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내부에서는 특정 인물을 승진시키기 위해 이런 조치를 취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21년도 정기인사 자료를 보면, 금감원 제재심의국 팀장으로 활동했던 채아무개씨는 이날 같은 부서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제재심의국은 금융회사의 검사·조사·감리결과 조치안에 대한 심사·조정, 제재양정기준 제·개정, 제재심의위원회 운영 등을 담당하는 금감원 내 중요 부서다. 

문제는 채씨가 2014년 변호사 채용 때 18대 국회의원이었던 임영호 전 의원의 아들 임아무개(변호사)씨를 부당하게 합격시킨 일에 가담한 이유로 견책 징계를 받은 인물이라는 점이다. 임영호 전 의원은 최수현 당시 금감원장의 행정고시 동기다. 

지난 2017년 이 사건을 살펴본 서울남부지법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임씨가 애초 마련한 평가기준에 의하면 탈락하는 것으로 드러나자, 금감원장이 임씨의 채용 여부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그를 서류전형에 합격시키기로 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원 아들 부당합격시켜 징계 받고도 승승장구
 

24일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21년도 정기인사 자료를 보면, 금감원 제재심의국 팀장으로 활동했던 채아무개씨는 이날 같은 부서 부국장으로 승진했다. ⓒ 조선혜

 
당시 서류전형 평가기준은 경력기간(20점), 경력적합성(40점), 졸업연도(20점), 금융법 및 금융관련 법무업무(10점), 지원서 자질평가(10점) 등이었는데, 임씨의 점수는 67점(60등)이었다.

서류전형 채점 과정에서 임씨가 탈락하는 것으로 나오자 당시 총무국 인사팀 소속 채용담당자였던 채씨는 김아무개 기획·경영담당 부원장보, 이아무개 총무국장과 함께 점수 조작에 나섰다. 서류전형 평가항목 중 졸업연도 점수(20점)를 삭제하고, 임씨의 경력적합성 평가등급을 B에서 A로 상향한 것. 

그런데 이런 조작에도 임씨의 등수가 46등(72점)으로 탈락선에 놓이자, 채씨를 포함한 채용비리 가담자들은 추가 조작을 통해 그를 6등(92점)으로 서류전형에 합격시켰다. 이후 1·2차 면접을 무난히 통과한 임씨는 2014년 7월 법률전문가 영역 최종합격자 11명에 포함됐다. 당시 재판부는 업무방해죄 등으로 김 부원장보에 대해선 징역 1년을, 이 총무국장에게는 징역 10개월을 선고한 바 있다. 


채씨 외에 또 다른 채용비리 가담자도 올해 금감원 주요 부서의 팀장으로 승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여신전문금융회사·카드 밴사·대부업자에 대한 검사·조치·사후관리, 대부업자의 등록·감독 등을 담당하는 여신금융검사국의 팀장을 맡게 된 김아무개씨다. 김씨는 종전까지 분쟁조정2국의 수석조사역으로 근무했다. 

수출입은행 부행장 아들 채용비리 가담자도 승진

김씨의 채용비리 가담 전력도 화려하다. 지난 2017년 감사원은 그의 채용비리 사례를 3건이나 적발했다. 당시 김씨는 2016년도 5급 신입직원 채용업무를 담당하는 선임조사역으로 활동했다. 

그는 김용환 당시 한국수출입은행 부행장의 아들 김아무개씨가 필기전형에서 불합격하자 해당 직렬 채용인원을 늘려 합격시키는 데 가담했다. 또 김씨가 '카이스트 졸업'으로 허위 기재한 것을 알고도 지방인재로 분류한 뒤 평판조작을 통해 최종합격시켰다. 더불어 민원전문역 채용 때 면접점수를 조작해 합격자를 변경하기도 했다. 

채용인원 증원과 관련해 감사원은 "김씨는 2015년 11월 5일 이후 특별한 사정 변경이 없었는데도 신입직원 채용예정 인원을 53명에서 56명으로 늘려 필기전형 합격자가 118명인 것으로 문서 초안을 수정해 다음 날 보고했다"고 밝혔다. 

또 당시 선임조사역이었던 김씨는 해당 지원자가 서울 모대학을 졸업했음에도 카이스트를 졸업한 것으로 허위 기재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를 그대로 윗선에 보고했다. 이어 김씨가 이런 허위 사실이 담긴 참고자료를 작성한 이후 2차 면접이 예정대로 진행됐는데, 지원자 김씨는 3위로 불합격했다. 

감사원은 "김씨는 2차 면접 합격자 중 직장 근무경력이 있는 지원자들의 세평을 조회했고, 금융공학 분야 1·2위 합격자에 대해 '패기나 열정이 없다', '단기간에 퇴사' 등 실제 세평보다 부정적으로 작성해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1·2위 합격자들은 탈락하고 수은 부행장의 아들 김씨는 최종합격에 성공했다. 

더불어 김씨는 2016년 상반기 민원처리 전문직원 채용 실무를 담당할 때도 타 센터에서 평가한 경력적합성 점수를 부당하게 수정해 당초 불합격 대상자를 합격시키는 일에도 가담했다. 이같은 김씨의 채용비리 3건에 대해 감사원은 각 사건을 합건해 문책할 것을 요구했고, 금감원은 정직 징계를 내렸다. 

인사 앞두고 내부 지침 바꾼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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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그럼에도 금감원 쪽은 이번 승진 발령과 관련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내부 규정상 과거 징계자에 대한 승진 제한 기한이 지난 상황"이라며 "논란이 된 승진자 2명에 대한 고과평가가 높게 나와 (문제없다)"고 말했다. 금감원 인사관리규정에 따르면, 기한부 정직 처분을 받은 임직원은 정직이 해지된 날로부터 1년 동안, 견책 처분을 받은 이는 처분을 받은 날부터 3개월 동안 승진 심사에서 제외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종전에는 여성 등 쿼터제 중심으로 승진이 이뤄졌는데, 이번에는 고과평가 결과를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일부 누락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나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이번 정기인사를 앞두고 내부 인사규정이 바뀌는 등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정 인물을 승진시키기 위해 인사 규정을 바꾼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감원의 다른 관계자는 "올해 인사를 앞두고 내부 인사시행방안 지침이 변경됐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부원장보만 신규 팀장 추천을 할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임원 모두가 추천할 수 있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상임대표는 "과거 금감원 채용비리로 불합격했던 지원자들이 재판을 통해 금감원에 입사해 현재 재직 중인데, 이번 승진 발령은 이들에 대한 2차 가해라고 본다"며 "금감원 내부통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금감원이 이번 인사에 앞서 내부 지침을 변경한 것에 대해서도 "현재 임원으로 있는 이들이 채용비리를 무시하고 본인과 함께 일했던 후배를 밀어주기 위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채용비리에 가담했던 사람에 대한 내부 평가가 좋다는 점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라고 했다. 
#금융감독원 #금감원 #채용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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