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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이명박, 4% 박근혜, 47% 문재인

[하성태의 인사이드아웃] 누가 없는 레임덕을 창조하나

등록 2021.02.26 07:28수정 2021.02.2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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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 참석, 가덕도 공항 예정지를 선상 시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율이 47%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긍정 평가도 지난해 12월 이후 처음으로 부정 평가를 앞질렀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4개 여론조사 회사가 25일 한 2월 4주 차 전국지표조사 결과였다(자세한 결과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www.nec.go.kr)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www.nesdc.go.kr) 참조) .

해당 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긍‧부정 평가 비율은 지난주와 비교해 각각 5%포인트씩 상승‧하락한 47%와 44%였다. 긍‧부정 우위가 뒤바뀌었다. 60대를 제외한 전 연령대에서 긍정평가가 모두 상승했다.

여타 여론조사에서도 문 대통령에 대한 긍정 평가는 40%대를 유지 중이다. 이 같은 문 대통령의 임기 4년 차 지지율은 4%를 기록한 박근혜 정권(2016년 11월 29일~12월 1일 실시한 한국갤럽 박 대통령 직무수행도 조사결과)은 둘째치더라도 역대 정권과 비교해 지극히 이례적인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한국갤럽의 '역대 대통령 직무수행 평가'를 보면, 4년차 4분기 기준 박근혜 12%, 이명박 전 대통령 32%, 노무현 전 대통령 12%, 김대중 전 대통령 31%였다.

레임덕?

임기 4년 차 초입이던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은 70% 안팎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방역의 성과였다. 이후 코로나 2차 대유행 이후 부동산 정책 등과 함께 최저 30% 후반까지 떨어졌던 것을 감안하면 현재는 회복세라 할 수 있다. 물론 지지율이 전부가 아니다. 다만, 문 대통령이 지난 19대 대선 당시 받았던 41%라는 득표율을 떠올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오는 5월이면 임기 5년 차다. 그동안 문 대통령과 현 정부에 표를 줬던 지지자들이 지지를 철회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불과 9개월 전 치솟았던 지지율을 놓고 봐도 정부 정책에 따라 지지율이 반등할 여지도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역대 정권을 좌초시킨 정권 차원의 비리나 친인척 비리는 어떠한가. 문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금껏 살아있는 권력을 철저히 수사하겠다고 호언해왔다.


"수사로 말한다"던 검찰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낸 사건은 아직 없다. 검찰 출신 곽상도 의원과 보수언론이 열심히 대통령 자녀들의 사생활을 문제 삼고 있지만, 국민을 분노하게 할 비리가 나오기는커녕 대통령 자녀들의 반박이나 법적 대응을 자초했을 뿐이다.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사건의 경우 도리어 1심 법원이 인정한 공직자의 직권남용 범위를 법적으로 어디까지 인정할 것이냐는 법적인 논란이 제기됐다. 

그런데도 국민의힘과 보수‧경제지가 입을 맞춘 듯 문 대통령의 레임덕을 가시화하는 중이다. 25일 일제히 레임덕 관련 기사나 사설을 쏟아냈다. 이전 정부와 비교해 월등한 임기 4년 차 지지율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없는 레임덕도 만들어낼 기세다

레임덕 만들기?

"의아한 것은 대통령은 '속도 조절'을 당부했는데 추(미애) 전 장관은 신속한 추진을 강조했고 김경수 경남지사 역시 대통령의 말을 막아섰다(...). 이 정부의 특기인 '쇼'인지 아니면 진정한 임기 말 레임덕의 반증인지 모를 일(이다)."
- 24일 국민의힘 김예령 대변인 논평에서


이른바 '신현수 패싱' 논란에 이어 '검찰개혁 속도조절론'이 도마 위에 올랐다. 걸핏하면 탄핵 운운하던 국민의힘이 이제는 레임덕을 셀프 가시화해버렸다. 특히 김경수 지사는 "레임덕 아니다"란 인터뷰를 일부 언론이 "대통령에게 반박했다"라고 왜곡했다며 직접 반박에 나섰다. 그러거나 말거나 25일 보수‧경제지들은 일제히 레임덕을 헤드라인에 걸었다. 옛 표현으로 '환상의 복식조'요, 요즘 말로 '티키타카 케미'였다.

검찰개혁부터 가덕도 특별법, 4차 재난지원금까지 소재도 다양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1면을 <당청 국회 설전까지 커지는 레임덕 논란>이란 기사로 장식했고, <중대범죄수사청 밀어붙이기, 레임덕 자초하는 꼴>이란 사설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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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날 <조선일보>는 <"법 어기면 처벌된다"며 반발… 관료發 레임덕 징후 뚜렷> 기사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기 말로 접어들면서 최근 정책 주요 현안마다 당정(黨政) 간 이견이 본격화하고 있다"라며 "국토교통부·기획재정부·법무부 등 3개 부처가 일제히 우려를 표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추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갈등한 4차 재난지원금 문제 등"을 꼽았다.

이어 이 신문은 "특히 '월성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계기로 공무원들이 정책 추진 과정에서 법적 문제로 사후 처벌될 가능성을 우려하며 난색을 표하는 등 '레임덕'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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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자 <조선일보> "법 어기면 처벌된다"며 반발… 관료發 레임덕 징후 뚜렷 ⓒ 조선일보

 
단도직입적으로 묻자.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꼬집던 그 언론들은 다 어디 갔나. 민주 정부에서 현안을 둘러싼 논쟁이나 이견이 발생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임기 초든 말이든 건강한 논쟁이 발전적인 정책을 담보하고, 국민 여론 또한 그 결과 도출된 정책을 신뢰하기 마련 아닌가. 그런 과정 없이 비선 실세가 국정을 좌지우지 하는 국정 농단 사태에 반발해 현직 대통령을 탄핵시킨 촛불의 기억을 우리 국민은 아직 잊지 않고 있다.

구체적인 사안을 들여다봐도 레임덕과는 거리가 멀다. 고위급 검찰 인사나 검찰개혁 시즌2를 둘러싼 이견은 검찰의 반발에서 비롯됐거나 당·정·청의 정책 조율에서 벌어질 법한 과정의 일환이라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검찰 출신 민정수석의 전례 없는 사의 파동과 언론 플레이를 '검사 출신 비서의 무리수'로 보는 시각이나, 이 모두를 레임덕으로 연결 짓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시선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유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또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과 관련해 3개 부처가 표한 우려야말로 현 정권이 건강하다는 반증이요, 수십 조 혈세가 투입되는 SOC 사업을 둘러싼 유익한 견제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전 권위주의 정부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처 간 견제가 일어난 것이다.  

오직 정권 교체?

잊을 만하면 길어 올렸던 탄핵 카드가 물 건너간 것 같으니 조기 레임덕이라도 가시화시키고픈 심산인 걸까. 보수야당의 정치적 언어는 어느 정도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만, 없는 레임덕을 가시화하려다 선거나 지지율 측면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열심히 레임덕을 부채질하는 유력 보수‧경제지들은 정치 플레이어를 꿈꾼 지, 아니 플레이어로 나선 지 오래다. 이들이 건강한 비판이 아닌 희박한 근거로 레임덕을 부채질 하면 할수록 정권 말기인데도 떨어지지 않는 현 정부의 지지율과 민심에 대한 초조함을 자백하는 꼴이라 할 것이다.

코로나19 상황만 놓고 보자. 백신 접종을 비롯해 국민 불안을 빌미로 모든 사안을 정쟁화 도구로 삼아왔던 세력에 국민 안전이나 국익은 안중에 없어 보인다. 레임덕 부채질에 열중인 이들에겐 정권 교체만이 지상과제다. 없는 레임덕을 만들고자 혈안인 이들의 안간힘이 이젠 안쓰러울 지경이다. 
#레임덕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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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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