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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들갑 떨 일 아닙니다, 초 6학년 부모는 꼭 보십시오

[전대원의 교육이야기] 2025 고교학점제 쉽게 알아보기

등록 2021.02.27 11:53수정 2021.02.27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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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전 유은혜 교육부장관이 경기 구리시 갈매고에서 고교학점제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교육부

 
지난 17일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종합 실시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부터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고등학교에서 학점제가 전면적으로 실시된다는 것이다.

교육부에서 정책 발표가 나오면 사교육 시장은 즉각 반응한다. 정확한 정보와 불확실한 추정을 섞어서 학부모 설명회도 개최되고, 기승전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합니다'로 결론이 난다.

올해 초등학교 6학년 학생부터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초등학교 학부모들을 중심으로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고, 초등생 대상으로 하는 학원에서는 이를 홍보와 연계시키느라 여념이 없다.

입시에 급한 마음과 정보에 목마른 상황에서 매우 태연하게 이야기하는 습관을 가진 필자는 너무 천하태평이라는 불평을 많이 듣는다. "지금도 늦었다" "이제 준비를 하셔야 합니다" 등의 말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하던 대로 학교 공부 충실히 하면서 서서히 준비해가시면 됩니다 라고 말을 하니 나오는 불평들이다.

그래도 오해는 마시라. 교과서를 중심으로 학교 공부를 열심히 했더니 수능에서 만점을 받았다는, 20세기부터 밑도 끝도 없이 홍보하는 도시 전설을 되풀이하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교학점제

본격적인 설명을 해보자. 현재 고등학생들은 204단위를 3년 간 이수하게 되어 있다. '단위'라는 표현이 생소할 수 있는데, 일주일의 시간표라고 생각하면 쉽다. 일주일에 영어가 월요일, 수요일, 금요일에 1시간씩 시간표에 있다고 하면, 3단위가 된다. 이 말이 현행 3단위 대신 대학교처럼 3학점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이다.

가령 대학에서 월요일 오전에 3시간 강의하는 과목이 있으면 그런 걸 3학점이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다만 대학은 3시간 연강으로 진행하는 반면 고등학교는 1시간 씩 시간표가 분리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게 차이점이다. 고교학점제가 전면화 되면 '블록수업'이라고 해서 분리하지 않고 연강으로 진행되는 과목도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미술이나 동아리 등 체험활동이나 실기 활동이 많은 과목에서만 실시되던 수업 형태가 다른 교과목에도 확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이 이수해야 하는 204단위 중 180단위는 교과수업이고, 나머지 24단위는 창의적 체험활동이다. '창의적 체험활동'이란 말을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청소하는 봉사 시간, 학급 회의하는 자치, 동아리 활동하는 시간 등을 통틀어서 일컫는 말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이를 일주일로 환산하면 34단위, 즉 34시간의 수업 시간이 나온다. 그래서 주5일 수업 중에서 4일은 7시간 수업을 하고 1일은 6시간 수업을 하는 시간표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한 학기에 34단위를 6학기(3년)동안 이수한다. 즉 '34단위×6학기=204단위'라는, 3년 동안 이수해야 할 총 단위수가 계산된다.

만약 이를 그대로 학점제에 적용하면 고등학생들은 204학점을 이수해야 하는데, 교육부는 이를 좀 줄이겠다고 발표하였다. 192학점으로 줄인다고 했는데, 체감적으로 설명하자면 일주일 시간표에서 2시간 정도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면 쉬울 듯하다.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면 학생들의 선택에 따라서 공강 시간이 생긴다는 의미도 된다. 지금까지는 수업 시간에 학생이 교실 밖에서 보이면 교사들이 "너 왜 수업 안 들어가고 있니?"라고 물어봤지만, 고교학점제가 계획대로 실시된다면 "공강 시간인가 보네" 하게 될 거란 말씀.

요즘 학교에서는 새로운 공간을 조성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여러 수업이 진행될 것을 예상해 교과교실도 확충하고, 홈베이스 같은 곳을 대대적으로 꾸미기도 한다. 홈베이스는 주로 사물함 같은 곳이 있는 공간인데,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거나 간단한 공부를 할 수도 있는 공간으로 꾸며지고 있다. 도서관 시설을 확충하는 곳도 많은데, 다 고교학점제가 실시될 때 변화될 학교생활에 대비하기 위함이다. 수업이 없는 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한 것이다.

현행 총체적 책임제라 평가할 수 있는 담임 제도에도 일정정도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담임 중심의 학교생활 지도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나올 수 있는 질문. 그럼 수업은?

뭐가 달라지나

현재도 고교학점제가 시범적으로 도입되어 있는 곳이 있으니 변화의 단초는 파악할 수 있다. 경기도의 경우 일반 고등학교의 85%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나 선도학교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니, 이미 교육과정에 기본적인 학점제 틀이 반영되어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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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의 교육과정

 
그림은 고교학점제 연구학교의 교육과정이다. 각 고등학교의 학교교육과정이 궁금하다면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학부모 연수할 때 교육과정 보는 법도 많이 강의한다. 커리큘럼을 아는 것이 모든 교육의 방향을 아는 첩경인데, 의외로 등한시 하는 경우가 많다. 자녀 교육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표 하단에 보면 교과 선택이라고 해서 세계지리나 경제, 동아시아사, 생명과학, 물리학 실험, 화학 실험, 지적재산권, 음악사 등등 여러 종류의 13개 과목이 나열된 다음에 3개를 선택하게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2015개정 교육과정에 바탕을 두고 선택을 최대한 할 수 있게 만든 교육과정인데, 과거와 같은 문-이과 시간표가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가끔 이걸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문-이과 구분을 없애고 통합교육과정을 한다고 해서 문과와 이과의 구분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결과적으로 고등학교에 문과 성향의 학생과 이과 성향의 학생은 존재하고, 이들이 대학에 가면서 인문사회계열로 진학하거나 이공계열로 진학하게 되는 것이다. 사회 계열 과목을 집중적으로 선택하여 사회과학 계통으로 진학하는 학생이 있다면, 이는 과거 기준으로 전형적인 문과 학생인 셈이다.

다만 문-이과를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고, 때로는 문과 학생이 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더 많은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되거나 반대의 경우도 가능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 좀 더 현실에 가깝다.

단위 수 기준 이수와 학점제 이수의 차이도 변화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기준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학생들의 선택폭이 확대되면서 과거와 같은 교실 고정 수업 형태가 아니고, 학급에 게시된 시간표가 없다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학생들은 각자의 시간표가 있어야 하고, 개별적인 교과목 이수 계획을 짜야 한다. 제시된 학교교육과정보다 훨씬 더 폭넓은 선택지가 학생들에게 제시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여러 가지다. 일단 학생들이 주어진 수업에서 점수를 잘 받는 것을 넘어서 어떤 과목을 선택하느냐가 자신의 공부 방향과 대학 진학의 틀을 결정할 수 있다. 학생부 종합전형과 같은 정성평가를 하는 대학입시에서는 학생들의 과목 선택도 평가의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교사에게 새로운 역할도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생활이나 입시 상담이 중요시 되었지만, 고교학점제에서는 학생들의 적성과 특기, 진로 계획에 따른 교육과정 플랜을 상담하고 지도해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 차원에서는 2015개정 교육과정에 이은 2022개정 교육과정을 고교학점제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높은 평가 시스템의 경우, 개인별 성취를 기준으로 하는 평가제가 도입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선택 과목의 경우 절대평가제가 도입된다고 이해하면 쉽다. 10명 정도가 듣는 소인수 과목도 많이 개설될 예정이라, 현재와 같은 상대평가 9등급제가 실시되기 어려워진다. 그 과목이 요구하는 최소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면 낙제도 가능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졸업이 어려울 수도 있다. 최소 기준이기 때문에 학업에 대한 의지만 있다면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학업에 대한 열의가 없어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특별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는 학교에만 나오면 졸업은 시켜주는 정도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제부터 그런 방식은 통용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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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등학교 6학년 학생부터 고교학점제가 실시되는 고등학교에 입학을 하게 된다. ⓒ 연합뉴스

 
우려의 목소리

결국에는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한 교육이 고등학교에서 이뤄진다는 것인데, 우려의 목소리도 꽤 나오고 있다. 전국에 있는 고등학교의 역량, 그리고 지역교육청이나 학교 별로 다양한 과목의 신설 능력의 차이, 학생 개인별 역량이 교육과정에서부터 고스란히 드러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의 핵심은 또다시 입시로 흐른다. 다양함을 저해하는 반대 쪽 기제로 대학입시라는, 우리 사회의 풀리지 않는 구조적 문제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 고교학점제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으로서만 기능한다면, 맛있는 귤이 될 것이라 믿고 심은 나무에 탱자가 열리는 것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모두가 위를 쳐다보면서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한 교육과정에만 매달린다면 고교 교육의 다양화는 시작부터 흔들릴 것이 분명하다.

이미 고교학점제에 대한 여러 보도가 나왔기 때문에, 교육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어떤 의미로 다가올 것인가를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자기 공부 충실히 하고 그에 따라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학생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는 측면이 있지만, 크게 걱정할 부분이 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을 것이다.

제도는 제도일 뿐, 공부는 언제나 자기 공부로 귀결된다. 영어 단어 외우고 수학 문제 푸는 것만이 공부의 전부가 아니란 건, 고교학점제 실시 이전에도 유효한 이야기이다. 자기 적성과 특기에 따른 공부를 해나가야 한다는 것은 어떤 제도에서도 변하지 않는 공부의 원칙이다.

너무 호들갑을 떨지 말고 제도의 변화를 바라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변화에 대비하고 싶다면 그 변화의 구체적 양상을 중심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너무 거창한 구호보다는 자기 공부의 차원에서 고교학점제를 바라본다면 혼란과 두려움은 많이 줄어들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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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는 <고등어 사전(메디치미디어)>,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세상을 보는 경제(인포더북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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