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듣기

"의사처벌법안 '알맹이' 없었다, 국회 후퇴 이해할 수 없어"

의료인 출신 변호사 3인의 공통된 입장... "헌재도 합헌 결정할 것"

등록 2021.02.27 18:56수정 2021.02.27 22:41
22
원고료로 응원
   
a

금고 이상 범죄 의사 면허 취소 찬반 ⓒ 오마이뉴스

 
"국민 요구가 반영된 개정안이자, 의료인들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법안이다"

하지만 좌초됐다. 중대 범행으로 금고형 이상이 선고된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지난 26일 계류시켰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중대범죄 의사 면허취소법', 국민의힘 반대로 '덜미').

반대 의사를 표명했던 국민의힘 의원들은 ▲교통사고와 같이 직무관련성 없는 범죄로 의료인 면허를 박탈하는 건 과잉 입법인 점 ▲진료현장에서 선의의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는 점 ▲2019년 헌법재판소가 '의료인은 다른 전문직과 자격 박탈 사유가 다르다'고 판단한 점 등을 그 이유로 내세웠다.

<오마이뉴스>는 27일 의료인 출신 변호사 세 명에게 언급된 쟁점들을 물었다. 의사출신 박호균 변호사는 "이미 의협의 입장을 상당수 반영한 개정안"이라며 "차라리 입법을 추진해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구하자"는 입장을, 같은 의사 출신 정이원 변호사는 "개정안에 대한 의협이 우려가 과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간호사 출신 오지은 변호사는 "추후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게 될 경우, 지금의 입법안이 적절하다고 평가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는 해석을 전했다. 이날 세 변호사와 나눈 대화를 쟁점별로 정리해봤다.

[직무관련성] "의료인 직무의 도덕성·신뢰성 담보하자는 취지"

먼저 박호균 변호사는 의료법 개정안이 의사협회(아래 의협)의 입장을 상당수 반영한 '단팥 없는 찐빵'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의료인이 파산한 경우와 업무상 과실치사상죄를 저질렀을 경우가 개정안에 제외됐기 때문이다.

박 변호사는 "의협의 반발로 의료인의 과실이 확인되고, 형법상 비난가능성까지 인정된 경우마저 면허 취소 사유에서 뺐다. 빚을 갚지 못한 의료인도 결격사유에서 제외됐다"면서 "그런데도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되는 중대범죄마저 결격사유로 안 된다고 하면 어디까지 법안이 후퇴돼야 하는 거냐"고 비판했다. 


정이원 변호사는 다른 전문직과의 형평성·공정성 문제를 언급했다. 그는 "의료인을 제외한 대부분의 전문직들, 특히 변호사와 회계사들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자격이 정지된다. 기술적 측면만 아니라 인격적 측면에서 모범을 보일 것도 요구되기 때문"이라며 "특히 의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되레 도덕성, 신뢰에 대한 부분이 법으로 담보되지 않는다면 의사들이 사람을 대한다는 생각보다 병만 고친다는 여론이 확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정 변호사는 "형평성을 고려하면 금고형 이상을 선고받은 의료인의 면허를 정지하는 것은 맞지만, 면허 정지 기간이 5년이라는 건 과한 측면이 있다"라며 "의술 특성상 계속된 수련이 필요한데, 만일 5년 간 면허를 못 딸 경우 복귀해도 의료인으로서의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피해자 양산] "충분히 양형사유로 고려될 것... 의협 우려 과해"

해당 법안이 개정되더라도 법원에서 의료인 면허의 중단여부를 양형사유로 고려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될 확률도 낮다는 견해가 나왔다. 오지은 변호사는 "본인 직무와 관련 없는 범죄로 연루돼 재판을 받는 과정에서도 보면 이 사람이 얼마나 직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사회에 얼마나 기여 했는지 등이 양형으로 고려 된다"라며 "때문에 법원에서 금고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법안이 개정된다 해도 의료인들이 방어권을 보장할 기회는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오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의료면허는 법적으로 무조건 재교부가 가능하다. 사회적으로 문제됐던 의료인들도 대부분  2~3년 내로 재교부 받았다"라고 했다. 실제로 경찰청 추산 결과 2015~2019년 성범죄 의사 613명 가운데 자격정지를 받은 의사는 단 4명이었다. 면허 재교부는 손쉽게 이뤄졌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2018~2019년 의료인 면허 재교부 신청자 36명 모두 허가가 났고, 2020년 신청자 46명 중에서도 4명만 거부 처분을 받았을 뿐, 모두 재교부가 이뤄졌다.

정이원 변호사도 "만일 이번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됐다 하더라도, 법원에서 피고인의 혐의가 의료인 면허를 정지시킬 만큼의 사유인지를 두고 주요한 양형사유로 고려했을 것"이라며 "현재의 의협의 우려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한다. (의협에서 나온) 일부 멘트는 자극적인 요소가 섞였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헌재의 판단] "2019년 헌법재판소 판단, 비교대상이 안 된다"
 
a

23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 임시회관 앞. 의협은 금고 이상의 형을 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의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다음 날인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개정안이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총파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의료인을 변호사와 비교할 수 없다"는 주장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금고형 이상 선고 자격 박탈' 변호사법 관련 헌법소원에 "기본적 인권 옹호, 사회정의 실현이 사명인 변호사의 위법행위와 국민보건 향상, 건강한 생활 확보가 사명인 의사의 의료와 무관한 위법행위는 같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를 두고 박호균 변호사는 위 사례가 의협의 논거를 뒷받침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9년에 나온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변호사법 만을 쟁점으로 놓고 판단한 내용"이라며 "의료법이 쟁점도 아니었고, 헌법재판소가 '의사들은 직무상 범죄에 한정해서만 면허를 규제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도 아니었다. 비교대상으로 부적절하다"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오지은 변호사는 "만일 현재 개정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갈 경우, 재판관들이 '범죄 유형을 제한하지 않는 원안대로의 입법안이 적절하다'고 평가할 가능성도 있어보인다"라며 "생명과 신체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의료인들의 직업윤리와 사회적 책임 등 직무적 공공성이 타 전문직보다 결코 낮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6일 법사위에서 불발된 의료법 개정안은 3월 임시국회에서 본격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 보건복지위 소속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법안이 계류돼 상당히 안타깝다. (보건복지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사항을 법사위에서 도로 막는 게 적절한 지 의문"이라며 "3월에 다시 상정되게 됐지만 의협과 우리의 주장을 재검토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다고 생각한다. 나은 법안을 위해 추가 논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법 #중대범죄 의료인 처벌법 #국회 #의사협회
댓글2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검찰 급했나...'휴대폰 통째 저장', 엉터리 보도자료 배포
  2. 2 재판부 질문에 당황한 군인...해병대 수사외압 사건의 퍼즐
  3. 3 [단독] 윤석열 장모 "100억 잔고증명 위조, 또 있다" 법정 증언
  4. 4 "명품백 가짜" "파 뿌리 875원" 이수정님 왜 이러세요
  5. 5 '휴대폰 통째 저장' 논란... 2시간도 못간 검찰 해명
연도별 콘텐츠 보기